[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재수해서 올해 대학을 들어가게 된 학생입니다. 이전에 비슷한 내용으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학원에서 수업을 들을 때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는 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의식된다고요.

어느 정도였냐면 옆사람이 의식되기 시작한다는 걸 느낄 때부터 긴장하게 되고 몸이 굳었습니다. 긴장감이 과도해서 손발에 땀이 나고 중간중간 몸이 깜짝깜짝 놀라는 것처럼, 혹은 딸꾹질할 때처럼 흠칫거리며 떨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런 내용으로 글을 올렸을 당시, 이게 수험생활로 인한 불안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수능이 끝난 후 대학 OT날이 되기 전까지는 수업을 듣는 등의 옆사람이 의식될 만한 상황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러한 것에 대한 생각을 덜 하게 되었고, 괜찮아질 것이라 믿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오티를 다녀왔는데 처음엔 의식되지 않았던 게 강의가 길어지니까 갑자기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의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의식되기보다는, 제가 항상 긴장했던 상황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니 몸이 갑자기 긴장하고 그때처럼 흠칫흠칫 떨리는 증상이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그런 증상이 나타나니 너무 걱정되고 두렵습니다.

이러는 이유가 무엇이고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걸까요? 자꾸 발작하듯이 떠니까 주변에서 이상하게 볼까 봐 걱정되고, 무엇보다 그런 상황에 놓일 때 제가 너무 긴장하게 되어 괴롭고 그 긴장감과 몸이 떨리는 것을 참으려고 애쓰다 보니 몸도 이곳저곳이 뻐근해지고 힘듭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탔을 때 주변 사람들이 자꾸 신경 쓰이고, 식사할 때 정말 친한 사람을 제외하고 누군가 주변에 있으면 너무 신경 쓰여서 수저를 들거나 음식을 입에 넣을 때도 간간히 흠칫거리며 떨게 됩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저는 길을 지나가거나 할 때 누가 웃거나 하면 확실한 것도 아닌데, 그리고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인데 괜히 '내 모습이 오늘 이상해서 비웃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니 중학교 때도 이런 생각들을 하게 돼서 사람 많은 곳에 가면 불편했습니다. 특히 또래의 이성들이 모여있으면 지나치게 의식했던 것 같아요. 이건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중학교 때는 몸이 흠칫거린다든지 그런 증상은 없었는데. 아무튼 이런 것도 제가 고민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 신재현입니다. 

먼저 힘든 수험생활이 끝나게 되심을 축하드립니다. 사회적 상황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불편감이 고민이시군요. 이런 불안의 유형을 사회불안(social anxiety)이라 합니다. 동기들 사이에서 불안해지거나, 식사할 때의 불편감, 사람들의 표정 변화에 불안해지는 것도 사회불안의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불안은 마음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부분들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심한 불안은 근긴장, 잦은 가슴 두근거림, 가슴이 답답한 느낌, 두통 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사실 사회불안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입니다. 많은 이들 앞에서의 발표가 긴장되지 않는 이들은 아무도 없어요. 수십 년의 경험을 가진 가수도 무대 뒤에서는 긴장하기도 하고요. 다만 그 정도가 심할 때, 그래서 우리 일상생활과 대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칠 때 치료해야 할 병(사회불안장애)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가장 먼저 가지셔야 할 건 내가 느끼는 이 불안이 그다지 이질적인 것이 아니구나, 누구나 느끼는 걸 나도 느끼고 있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단지 여러 이유 탓에 그 정도가 약간은 과하게 느껴지는 상황이라는 걸 받아들이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누구나 느끼며, 현재의 상황 또한 계속되는 ‘기질’이 아니라 잠시 머물렀다 지나가는 일종의 ‘현상’이라는 것도요. 

질문자님께서 현재 더 불안하신 건 수험생활이 지나도 불안이 계속되니, ‘이 감정은 계속될 거야’ ‘끝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셔서 오히려 현재의 불안을 더욱 강렬하게 인식하게 되는 탓도 있어 보입니다.

감정은 기차와 같아요. 우리 마음이 기차역이라면, 불안은 어느 순간 경적을 울리며 우리 마음에 들어오게 되고, 역에 도착하는 순간 불안이 인식되는 셈이지요. 기차가 잠시 머무를 땐 마음이 불편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온몸이 긴장되는 식의 신체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어제 떠올렸던 기억이나, 감정, 생각이 오늘까지 이어지지 않듯 불안 또한 때가 되면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불안이 지속될 것이고, 이 불편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불안에 대한 인식이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게 됩니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한 게 아니라 현재 질문자님의 사회불안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다만, 우리가 사회불안을 다룰 때는 사회불안에 숨어있는 생각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대개 사회불안 안에는 ‘사회적 상황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긍정적인 평가를 예측하기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요. 그러니 과도하게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되고,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안테나를 세우고 신경 쓰게 됩니다. 발표, 공연, 모임에서 발언할 때 모든 사람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 과도한 긴장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불안을 유발하는 생각에는 왜곡이 숨어있는 법입니다. 이를테면, 타인의 표정이나 행동, 태도를 보고 상대가 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마음대로’ 추측하는, 마치 <독심술>을 쓰듯이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왜곡과 같은 것들 말이에요. 혹은, 상대가 나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때 마치 온 세상이 끝난 것처럼, 혹은 당장이라도 자신에게 무언가 일어날 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작은 사건에서 파국적인 결말을 예측하는 습관을 <재앙화>라 합니다.

 

질문자님께서도 노트를 펼쳐 사회적 상황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습관적으로 자신이 떠올리는 생각이 무엇인지에 대해 차분히 적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머리에서 노트로 옮겨 담은 생각을 들여다보는 행동은 자신의 생각과 거리를 두고,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그다음은 생각에 담긴 왜곡을 살펴보고, 조금 더 건강한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노력을 기울이는 단계이고요.

사회불안은 꽤 오랜 기간 알게 모르게 삶에 스며들어, 자신이 이를 인지했을 때는 이미 습관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꾸준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노력, 그리고 잠깐 멈추어 상황을 좀 더 건강한 시각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이 이전의 습관을 새로운 습관으로 ‘덮어쓰기’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겁니다. 

 

위에 소개드린 과정을 혼자 힘으로 해내기 어려울 수 있어요. 관련된 심리서적과 칼럼을 찾아보시거나, 혹은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질문자님의 고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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