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잠을 자게 하는 수면멘탈 처방전

□ 목차

프롤로그_지금 필요한 것은 잘자는 힘이다.


1부 대한민국에서 단잠을 논하다

정신과 의사들이 잠을 잘잤는지 물어보는 이유
수면력의 회복이 힐링의 시작과 끝
직장인 A의 수면력 맛보기
최상의 수면전략, 수면력
단잠의 조건
단잠은 결코 사치가 아니다
수면부족은 생존의 문제 그 이상
대한민국의 잠 못 이루는 밤
단잠을 절대 빼앗기지 말라


2부 굿모닝으로 하루를 시작하라

굿모닝, 닥터리
불면증이란
불면증의 3대 요인
불면증이 괴물이 되기까지
불면증은 과잉각성의 문제
불면증일 때 더 힘들어지는 마음
불면증의 다양한 원인
  적응성 불면증
  정신생리적 불면증
  역설적 불면증
  신체질환으로 인한 불면증
  정신장애로 인한 불면증
  약물이나 다른 물질로 인한 불면증
  부적합한 수면위생으로 인한 불면증
  일차성 수면장애로 인한 불면증


3부 지금 중요한 것은 수면멘탈이다

수면의 동력, 수면압력과 생체시계
수면의 구조, 비렘수면과 렘수면
나의 수면요구량을 알기
나를 사랑하게 하는 수면력
때론 못 잘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힘
잠 못드는 불안을 견디는 힘
이제 그만하며 내려놓는 힘
자신을 절제하며 지켜내는 힘
하루를 되돌아보며 감사하는 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소망하는 힘
자연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힘
수면파트너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힘
내가 잘되는 힘


4부 단잠을 성공시키는 7단계 핵심처방전

- 1단계: 잠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라
- 2단계: 자신의 수면문제를 돌아보라
    잠이 안와요
       잠들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와요
       잠이 자주 깨요
    새벽에 일찍 깨서 잠이 안와요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쏟아져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요
    자다가 이상한 일이 생겨요
    남편 때문에 잠을 못자요
- 3단계: 단잠의 수면습관을 익히라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라
    나만의 수면전 의식을 만들라
    잠자리에서는 잠만 자라
    되도록 낮잠을 피하라
    잠이 오지 않으면 잠자리에서 일어나라
    아침에 햇빛을 보라
- 4단계: 최적의 수면환경을 만들라
    침실을 조용하게
    침실을 서늘하고 쾌적하게
    침실을 편안하게
    침실을 어둡게
- 5단계: 수면방해요인을 관리하라
    오후 2시 이후에는 커피를 끊자
    술 담배는 이 기회에 멀리하자
    저녁 과식을 삼가자
    수분섭취는 적당히 하자 
    잠자리에서 TV나 스마트폰을 치우자
  - 6단계: 단잠의 리듬을 타라
  - 7단계: 지속되는 수면문제는 의사와 상담하라


5부 다른 수면장애

수면관련 호흡장애
  코골이
  수면무호흡
운동장애
  하지불안 증후군
  주기성 사지 운동장애
기면병
사건수면
  수면보행증(몽유병)
  야경증
  렘수면 행동장애
  악몽장애
  이갈이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
  지연성 수면위상 증후군
  전진성 수면위상 증후군


6부 일상 속 수면력 발휘하기

  야간교대근무
  시차증후군
  열대야


에필로그: 수면력으로 당신의 삶을 최적화시켜라 

  감사의 글
  부록: 수면일지
  참고문헌

 

□ 주요내용 한줄긋기

(p.11-12)

‘세상에 잠을 못 잔다고 정신과까지 찾아가나?’ ‘팔자 좋다’고 혀를 차는 이가 있다면, 아서라. 불면증과 같은 수면 문제를 겪는 이들의 고통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정도니까. 그것은 마치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입이 있어도 말할 수 없는 처지와 다르지 않다. 비유가 너무 극단적이라 느끼신다면, 유명한 운동선수가 슬럼프에 빠져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어떨까?

축구선수라고 해두자. ‘한일전’과 같은 중요한 경기에 ‘원톱 스트라이커’로 나섰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다. 아무 말도 안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감독의 의미심장한 굳은 표정에선 너밖에 없으니 한 방에 해결하라‘고 하는 부담감이 느껴진다. 결정적인 골인 기회가 찾아왔지만, 슛팅의 타이밍을 놓쳤다. ’아! 이런‘ 종료 시간이 다가오는데 몸은 점점 무겁게 느껴진다. 아까 놓친 그 상황이 자꾸 떠올라 후회가 되고 자책감이 오래간다. ’아! 이제 한 골 넣어야 하는데, 이대로 끝나면 안 되는데, 제발‘ 목이 더 타들어감을 느낀다. 심판의 경기종료 휘슬은 3분밖에 안남았다. 상대팀의 총공세로 공이 넘어올 기미조차 안보인다. ’젠장‘

불면증을 앓는 이의 다급한 마음도 어쩌면 위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잠들 수 있는 시간을 놓치고, 해 뜨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더 불안해지고, 잠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오히려 잠을 못 이루게 된다. 어느새 편하게 느껴져야 할 잠자리가 고민과 번민의 장소가 되어 버린다. 남은 시간이라도 어떻게든 자보려 노력하지만, 잠시 눈을 붙이는 정도에서 끝난다. ‘오늘도 한숨도 못 잤네’ 절망감과 우울감을 느끼며 떠밀리듯 고단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직장 동료가 무심코 건넨 ‘많이 피곤해 보인다’는 말조차 ‘너 요새 문제 있다’는 말로도 들릴 정도다. ‘오늘은 잘 수 있을까?’ 하루 종일 잠에 대한 생각과 걱정에서 오늘도 떠나지 못한다. ‘아~자고 싶다’


직장인 A의 수면력 맛보기 (p.21-22)

A는 어제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한 느낌으로 아침을 맞았다. 의사가 가르쳐준 대로 잠이 오는 시간에 맞춰 침대로 가기로 했지만, ‘아이를 보지 않고 혼자 잠만 자려 한다’는 아내의 날선 투정에 순간 화를 못 참고, 한참 동안 말다툼을 벌이다가 어떻게 잠든 줄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일어나 곯아 떨어져 자고 있는 아내를 보니, ‘저러고도 잠이 오냐’며 ‘이럴 바에야 먹고 싶은 대로 술을 먹고 들어와 버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현관문을 꽝 닫으며 출근을 했다. 의사가 카페인을 줄이라고 했는데, 이럴 때일수록 더욱 땡긴다. 잠시 주저했지만 편의점에 들려 커피를 이내 벌컥벌컥 마시고 난 뒤 후회감이 몰려온다. ‘어떻게 줄인 커피인데..’

예약일도 아닌데 병원을 찾아가 의사를 겨우 만났다. A의 손에는 어느새 자판기에서 뽑은 캔커피가 들려 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뒤 의사가 말한다.

“주무시는 타이밍은 잘 찾으셨어요. 그런데 아침에 무척 화난 사람처럼 행동하신 것을 별로 잠을 못 주무신 것 같네요. 단잠을 자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덜 예민해지고, 여러모로 자기 조절력도 좋아집니다.” 정신과 의사라서 자신을 이해해주는 것 같으면서도 왠지 자신을 평가하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기분 나쁠 이유가 없어요. 어쨌든 잠은 자게 되어 있습니다. 졸릴 때는 무조건 자야 하니 그런 점에서 배운 대로 잘하셨어요.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 우리가 얘기하는 수면력은 수면 파트너는 못 자는데 혼자서 잘 자라고 훈련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상황에서 아내가 그런 말을 꺼낸 것은 남편을 못 자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힘든 상황을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아내분이 힘들어하니 ‘힘들지. 그래도 오늘은 안 되겠어. 미안해! 먼저 잘게’라는 말 한마디로 다가가는 것이 필요했던 상황인 듯 싶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혹시 그렇게 못한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그렇게 유연하지 못한 삶의 태도도 불면증의 양상을 심화시킬 수 있어요. 부부싸움을 하신 후 감정의 정리를 하지 못한 채로 잠자리에 들었다면, 단잠은 고사하고 잠자는 내내 뒤척이게 되죠. 아내분도 생각보다 잠을 못 잤을 거구요. 수면파트너를 존중하고 배려해 주는 것도 수면력의 일부임을 아셨으면 좋겠네요. 부부갈등이 드러나는 순간을 피하려고 하지 마시고, 그 순간이 두 분 사이의 진정한 관계의 수준을 더 올릴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시고 좀 집중하셨으면 좋겠어요. 오늘 집에 가시면, 아내에게 사과를 하고 싶은 마음을 전달하시고, 따뜻하게 위로를 해보세요. 분명 오늘 밤은 전날보다 잘 주무실 수 있을 겁니다.

A는 잠들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아내의 날선 말한마디가 변수로 작용했다. 한바탕 싸운 뒤에 잠들어 수면시간은 확보했지만, 부부싸움을 한 탓에 일어날 때 몸은 전날보다 피곤하고, 기분은 쉽게 자극이 되는 상태였다. A의 수면문제는 아이양육과 관계된 부부갈등과 연결이 되고 있었다. 깊게 들어가자면, 감정적인 문제와도 연결이 되기에, 말한마디에도 잠을 못자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A가 잘 자기 위해선 불필요한 대립적 관계를 끝내고, 감정소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했다. 


최상의 수면전략, 수면력 (p.23)

수면력에서는 불면에 대한 모든 상황을 다 다루지는 않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잘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람의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일종의 불면증과 싸우는 내공을 키우는 연습이랄까. 그래서 수면력은 잠을 푹 잔 것 이상의 개념이다. 그것은 수면의 양과 질적인 부분에서 ‘수면만족감’을 토대로 현재의 입장에서 나의 부족한 수면환경을 받아들이고, 최상의 가능한 수면(best possible sleep)를 고려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적화된 수면전략인 것이다. 그래서 수면력은 수면문제의 취약성을 갖고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할 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효율적인 삶을 살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단잠을 자게 하는 마음훈련을 포함한다.

수면력을 배우고, 이를 생활에서 실천하시는 분들은 단잠을 다른 것과 절대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미 수면력을 통한 단잠의 가치를 알고 체험했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에서 삶을 정리해 나가는 좋은 삶의 태도를 보이며, 수면력을 단련시킨다. 이분들에게 단잠을 자는 것은 삶에 있어 중요한 우선순위가 되어 있는 셈이다.


나를 사랑하게 하는 수면력 (p.66)

불면증에 대한 걱정이 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할 때는 마치 큰 문제에 함몰되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마치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불면증이란 덫에 걸려 허우적대는 모습과 같다. 어떤 면에서는 나는 없어지고 두려운 문제만이 남아 내 마음 빈구석을 채우는 느낌일 지도 모른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샐리그먼은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이란 개념을 강아지 실험에서 착안했다. 이 실험에서 실제 덫을 없애주어도 보고만 있을 뿐, 빠져 나오려고 하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해도 안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배웠기 때문에, 아예 시도조차를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혹시 우리도 이런 불면증의 덫에 걸린 것은 아닐까? 해도 안되니 그저 약만 먹는 것으로 불면의 밤을 버틴 것은 아니었는가? 만약 그렇다면 무력감을 떨쳐 버릴 수 있는 희망의 단처를 찾아낼 수 있을까?

필자는 우리가 수면을 마치 애인처럼 만날 때 이것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반문할 수 있겠다.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을 때 고마움을 느낀다. 상대방이 날 위해 정성스럽게 무엇을 준비한 것이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의미로 느껴질 때 감동도 받게 된다. 그래서 선물은 답보상태의 관계에 돌파구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필자는 수면이 우리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애인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전에는 수면을 무관심이나 고통 속에서 만났다면, 이제는 호감과 애정으로 만나보기를 제안한다. 수면이 어째서 애인과 같을까?

잠은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기 때문이다. 단잠을 자는 동안에 뇌는 자지 않고 낮동안 입력된 정보들을 정리해 주는데,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은 장기기억으로 바꾸어준다. 또 자율신경계의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켝서 심장박동을 낮추고, 근육을 이완시켜주며, 호흡수를 줄여서 에너지 소모를 낮추어 최대한 잘 쉴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준다.

잠을 자는 동안에 신체에 필요한 영양분이 공급될 뿐만 아니라, 면역력도 증강되어 질병을 예방해 주는 효과도 있다. 또한 피부를 더욱 탄력있게 만들어주며, 노화를 억제해 주기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식욕을 조절해 체중을 줄여주는 역할도 하며, 성장호르몬을 분비시켜 성장과 회복을 돕는다. 단잠이 여러 질병 요인을 예방하는 역할로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연구들도 상당히 많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자고 있는 동안에 잠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종합선물셋트’ 같은 것이다. 그래서 ‘잠이 보약’이고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얘기이다.

잠이 주는 이득에 대해서 혹시 여태 모르고 있었다면, 그것은 애인이 매일 보내주던 정성스런 선물을 경비실에 맡겨두고 찾지 못했던 처지와 같다. 그리고 그 애인은 어쩌면 ‘자기계발’과 ‘성공신화’에 늘 뒤쳐져 관심받지 못하는 처량한 신세를 닮았다. 십 년 넘게 옆집에 살았던 이웃을 ‘수상한 사람’으로 여겨, 불안한 모습으로 아파트 복도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던 오래된 공익광고에서처럼 어쩌면 수면도 늘 우리와 가까이 있지만, 얼굴도 모른 채 무심하게 대하여 살아온 것은 아닐까? 우리를 옭아맸던 불면증의 덫은 그런 상황 속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수면의 중요성을 아는 것에서부터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매일 내게 보내왔던 선물은 애인이 보내주는 것이었음에 고마움을 느끼고 안타깝게도 내가 그 선물을 누리지 못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 인생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수면을 이제는 보다 좋게 만나는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가령, 연애할 때 애인을 배려하고 상대에게 맞추려고 하는 것처럼, 수면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를 존중해주며, 수면이 싫어하는 것들을 피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변화를 위한 행동은 그것을 결심한 현재의 시점에서부터 매일매일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 좋겠다. 설령 내가 좋아하는 커피도 오후 2시 이후로는 절대 마시지 않는 삶의 결단은 바로 나에게 최선의 것을 챙겨주려는 마음의 동기에서 나오는 법이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검색어와 인터넷 화제의 뉴스를 보고 싶지만 ‘잠자리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지 않겠다’는 결정도 바로 나를 사랑하는 의미에서 나와야 지속가능한 변화의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결국은 나를 존중하는 것으로 되돌아 오듯이, 설령 내 것으로 여겨 하찮게 대한 수면을 소중한 애인처럼 존중해줄 때, 불면증은 단잠으로 내게 찾아와 그 가치를 입증해 줄 것이다. 


잠 못드는 불안을 견디는 힘 (p.70-71)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거대한 불안 같은 것이 내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불면이 찾아오면 신경이 가닥가닥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목에서부터 어깨로 굵고 검은 근육들이 뻣뻣하게 굳는 듯하다.그리고 심장은 가냘픈 흐느낌처럼 나약해진다. 머리가 아프고 무거워지며 둔해진다. 잠들려는 집착이 더 잘 수 없게 만들었다.

잠 못드는 불안은 왜 생기는 것일까? 불면증이 지속될 때, 우리 몸은 불면증을 위험신호로 받아들인다. 교감신경계가 항진되며, 위험에 대한 단서를 주는 스트레스에 예민해지면서 급기야 잠을 못 이루고 있는 상태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동시에 불안을 더 잘 느끼는 상태를 초래한다. 실제로 불면증 환자들에게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부신피질 호르몬과 코티솔 농도가 일반인들에 비해 현저히 높게 측정된다.

이처럼 불면증의 기세는 우리의 존재마저 단숨에 삼킬 듯하다. 잠을 못 자기 시작할 때, 우리의 생각은 불안한 감정에 영향을 받고, 불면증이 이런 식으로 계속될 거라는 편향된 예측을 하게 한다. 결국 위험해지는 상황을 막고자 몸은 자동적으로 위협적인 단서에 즉각 반응하는데, 이런 선택적인 주의가 불안을 불러오고, 이런 불안의 연쇄반응은 불면증을 지속시킨다. 불안이라고 하는 작은 불씨가 불안의 화마가 되어 우리를 삼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불안에 흔들릴 수도 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불면증 자체보다는 더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불면증에 대한 개인의 반응이나 태도일 것이다. 상황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쉽게 오지 않는다’는 정도의 믿음이 있다면 좀 흔들리다 말 것이다. ‘지금은 잠이 안오지만, 또 잠이 올 수 있으니 최악의 상황은 아니겠지’ 정도로 불안을 그저 잠시 지나가는 성가신 존재로 규정해 버린다면, 그 불안은 나를 삼킬 정도로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감만 가질 것이다.

불안을 완전히 없애려 하기 보다는 작은 불씨로 남겨두는 ‘차선’의 결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 불안이란 불씨에 기름을 붓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불면증의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다. ‘지금 내가 잠을 못자더라도, 내일 전혀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일이 아예 안 되는 것으로 지나치게 걱정하고 있다’라는 식으로 내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불안이 심해지면, 사소한 걱정도 부풀려 다가오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불면증의 결과를 ‘내일 업무가 완전 엉망이 되는 것’과 ‘당장 나에게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쉽게 연결 짓는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그 걱정이 반드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고, ‘잠을 잘 자고 나면 괜찮아 질 수 있다’며 치우친 생각의 균형감각을 찾는 일이다. 잠을 못 자고 있는 이 순간을 당장의 불편한 정도로만 인식하기 위해선 당장 불면으로 인한 현실적 결과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견딜 수 있음을 믿고, 불안한 생각과 적절히 타협을 이뤄내야 한다.

잠이 완전히 깬 것 같은 상황에서는 불안을 더 과장되게 감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15분 동안 누워서 잠이 안올 때는 더 이상 눕지 말고 즉시 일어나 불안을 그 정도에서 멈추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서 잠을 기다리다 보면, 어느 새 불안은 누그러지고,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던 잠이 구원투수처럼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어느 덧 불안은 ‘안정된 불안’으로 변모한다. 견딜 수 있는 불안은 더 이상 우리를 무력케 하거나 존재마저 삼켜버리는 그런 불안이 아니다. 실체가 드러난 불안은 그저 소모적이고 쓸데없는 초라한 나의 생각이었을 뿐이다. 불안셋트메뉴처럼 따라왔던 생각의 집착도 이젠 다른 직장의 사장님의 지시처럼 영향력이 없어질 것이다. 이렇게 잠 못드는 생각의 짐을 던져버릴 수 있을 때, 불면의 조급증은 힘을 잃고 말 것이다. 그렇게 불안을 견딜 수 있을 때, 불면은 전보다 더 쉬운 상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 그만하며 내려놓는 힘 (p.73-74)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늦게 퇴근하는 것이 예사가 되고, 저녁에 TV 프로그램을 하나 보더라도 자정쯤은 훌쩍 넘기 마련이다. 당장 내일 아침 출근을 생각하면 TV를 끄고 자야 하건만, 아직 잠은 오지 않고 오히려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니 뭐를 해도 잘 될 수 있을 것 같고, 이대로 잠을 자는 것은 영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수면은 그저 기차를 놓친 뒤 다음 열차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처럼 무의미하고 아까운 시간이 아니다. 평상시 우리는 ‘피로회복제’나 ‘에너지음료’ 등은 손쉽게 찾아 마시지만, 우리 안에 있는 가장 강력한 피로회복제인 수면의 회복기능은 잘 누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천연 피로 회복제인 수면의 병뚜껑이라도 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자는 시간이 비교적 규칙적인 시간대 안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수면 시간대를 일정하게 고수하기 위해 바쁜 일상을 비워내고, 내려놓는 마음가짐과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졸음이 쏟아지는 것을 통해 자야할 때를 알려준다. 하지만 밤늦게까지 환한 불빛 아래서 자극적인 활동을 하다보면, 이 시간대를 넘기게 되고, 결국은 생체시계의 교란을 가져와서 수면임박에 대한 신호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게 된다. 생체시계가 빠릿빠릿 하지 않게 되었다면, 미리 몸을 이완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짐을 싸두는 것처럼 잠자기 전에 각성과 수면의 중간지대(buffer zone)을 설정하고, 이 시간이 되면 뇌를 자극시키는 활동을 점점 줄이면서 자연스러운 잠을 유도해야만 한다. 마치 우리가 100m 달리기를 하고 나서 걷기를 통해서 심박수를 낮춰주듯이, 각성된 자극을 낮추는 활동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언컨대, 수면의 친숙한 자극은 이완되고 느린 활동에서 오기 때문이다.

당장 TV 리모콘을 내려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삶에서 많은 할 일의 목록을 갖고 살아왔고,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살아왔다. 경쟁구도에 나를 집어 놓고, 순위계산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경쟁력있는 생존전략이며 후회없는 선택이라 배워왔기 때문이다. 내가 푹 자는 동안에 행여나 경쟁에서 밀릴까봐 알람은 일어날 수 있는 시간보다 더 일찍 맞추어져 있고, 잠시라도 마음이 흐트러지면, 무섭게 자신을 채찍질하기 바쁘다.

그런 분들에게 내려놓으면서 잠을 청하는 전략은 무척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채우기 위해서는 비워야 하는 법이다. 가령 11시에 잠들기를 원한다면, 대충 9시 무렵부터 손에서 일을 놓아두는 연습을 해야 한다. 설령 그 때까지 업무를다 끝내지 못했더라도 무시하겠다는 마음의 구두계약도 필요하다. 당장 급하지 않으면, 휴대전화도 꺼두고, 이메일의 답장도 미뤄야 한다. 컴퓨터, 태블릿 PC, 스마트폰의 전자기기도 멀리 치워서 잠들 시간이 되었음을 우리 몸에 알려주어야 한다. 이렇게 일상의 내려놓기 연습을 통해 내 몸을 충분히 이완시키면, 잠이 오는데 효과적인 방법들이 선별될 것이다.

마음 속으로는 언젠가 내려놓기로 했으나 정작 내려놓는 시점을 정하지 못한 채, 잠자는 것이 단순히 해치워야 할 자투리 시간처럼 되어 있다면, 양질의 수면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잠자리에서 걱정을 많이 한다면, 걱정시간을 따로 정해서 적극적으로 걱정을 해 버리고, 이후로 드는 걱정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겠다는 마음도 필요하다. TV만 끌게 아니라 걱정의 스위치도 꺼야 할 것이다. 그런 후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이완하는 것으로 몸을 맡길 때, 둔감했던 생체시계도 때에 맞춰 졸음의 신호를 보내줄 것이다. 결국 고단한 일상이 정리되고 밤시간을 비워내는 전략은 잠들기 전 습관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줄 것이다.


자신을 절제하며 지켜내는 힘 (p.75-76)

잠을 자려는 데 절제가 필요할까? 선뜻 동의하지 어렵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수면력에 있어 절제를 논하는 이유는 절제할 수 있어야 단잠을 자고 단잠자는 것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으로 단잠을 자야 절제할 수 있는 힘도 생기기에 더욱 중요하다.

만약 우리가 우리 삶에서 끌리는 자극에 무턱대로 끌려나간다면, 수면과 각성의 경계가 모호해져 버릴 뿐 아니라 잠자는 리듬 자체가 무너져 버리기 쉬울 것이다. 수면과 각성은 각각 밤과 낮이란 무대의 주인공과 같다. 말하자면, 자신이 맡은 무대에서 주인공 본연의 색깔과 연기가 개성있게 드러나야 할 것이다. 무대가 끝났는데도, 다음 무대로 난입해서 주인공 행세를 하면 곤란하다. 하지만 불면증을 앓으면, 밤과 낮의 경계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 환경에 익숙해진다. 그러다가 밤에는 각성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말똥말똥해지고 낮에는 수면의 그늘로 꾸벅꾸벅 졸게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도 상호간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서로의 삶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어떤 관계든 오래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면과 각성이 조화롭게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낮에는 낮의 일을, 밤에는 밤의 일을 하는 절제의 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하지 않는 모습으로 단잠을 지켜내야 한다.

단잠을 자기 위해서 절제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예를 들면,
• 오후 2시 이후에 커피 마시지 않기
• 저녁에 과식하지 않기
• 주말에도 늦잠자지 않기
• 잠이 안온다고 술먹지 않기
• 누워서 스마트폰 보지 않기
• TV 켠채로 자기 않기 등이다.

커피 속 카페인은 깊은 수면인 서파수면을 줄여, 얕은 잠을 자게 만든다. 오후 2시이후에는 커피를 먹지 않는 것은 카페인이 체내에 남아 머무르는 반감기 동안의 각성효과 때문이다. 당연히 늦은 오후나 저녁에 먹는 커피는 다음날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 커피를 더 찾게 만든다. 주말에 늦잠을 자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하고,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기상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도 절제다. 이것은 수면에 호의적인 환경을 만들고, 내 안에 생체시계를 일정하게 만들어 단잠을 지속시킨다. 그리고 저녁에 과식하지 않는 것, 불타는 금요일일지라도 야행성 활동을 거절하고, 깔끔하게 잠을 청하는 것은 수면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정돈된 삶인 것이다.

사실 이것들은 이미 우리 삶의 방식으로 들어와 있어, 이런 습관과 금새 이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마치 뷔페 식당에서 여러 입맛 돋우는 메뉴들을 앞에 두고, 그저 콩국수로 밋밋하게 식사를 하는 듯한 느낌처럼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하기 쉬운 일부터 조금씩 해 나가다 보면 결국 해내지 않던가? 이를테면, 커피 3잔에서 2잔으로 저녁밥도 한 그릇으로 비워낸 삶은 단잠으로 채워지는 삶을 더 가깝게 만나게 해줄 것이다. 절제는 그래서 절제를 낳는다. 결국 자기조절력을 높이는 작은 노력을 통해 단잠의 효용을 누릴 뿐 아니라 절제력을 갖춘 품위있는 인생도 덤으로 얻는다면, 당장 해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내가 잘되는 힘(p.84-85)

우리가 이야기하는 수면력은 잠을 줄여서 무엇을 더 하도록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그냥 푹 자게 하는 것임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 새로운 것이 전혀 없다. 있던 것을 그냥 잘 누리자는 것이니 어쩌면 본전을 찾자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단순히 들어가 잠이나 자는 식의 그런 하찮은 개념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무엇을 더 하려고 하는 것보다 자는 것이 내 삶에 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음을 알고, 묵묵히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실천은 내가 더욱 잘 되는 일이며, 결국 잘 자는 것이 어떤 것보다 더 우선순위가 되는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전제로 삶의 태도마저 변화시킨다.

잘 자는 것이 왜 내가 잘 되는 것일까? 아마도 언급한 수면의 이득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보면 정리가 될 것이다.

우선은 정신이 명료해지고, 수행능력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충분한 수면을 취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운전 시뮬레이션과 반응시간 검사에서 일관되게 높은 수행력을 보여주었다. 수면이 부족한 그룹에서 후에 충분히 잠을 자고 났더니 불량한 수행능력도 개선되는 결과를 보였다. 직장에서 활력을 느끼면서 하는 업무와 잠이 덜깨서 하는 일의 결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당장 잠을 못자고, 여러 번 깨게 되는 만성수면분절의 영향은 신경행동학적인 수행능력으로 비교평가해보니, 혈중 알코올 농도 0.10g/dl와 동등의 결과를 얻었는데, 이는 국내 도로교통법을 적용하면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수치다.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주간졸림증과 선수생명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앱워쓰 졸림척도(ESS)에서 높은 점수를 보인 선수들은 3시즌 뒤 메이저리그에서 사라지는 선형 연관성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ESS 점수가 5점인 선수들은 72% 정도가 3년 뒤에도 메이저리그에 남았지만, 10점인 선수는 39%, 15점인 선수는 14% 정도 만이 리그에 남았다. 수면부족으로 인한 주간졸림증이 프로야구선수들의 성적에 명백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결과는 수면부족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기억력과 집중력 그리고 창의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은 같은 작업을 해도 보다 효율적인 일처리를 가능하게 하며, 성과를 내야 하는 프로젝트에서도 높은 수준의 창의성을 발휘하게끔 해 줄 수 있다.

셋째, 무엇보다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연구들을 보면, 단기간의 수면부족은 두통, 감기나 위장관계 불편감과 같은 비교적 사소한 건강문제와 관련이 있었지만, 장기간 수면부족이 지속될 경우에 비만, 심장질환, 당뇨와 수명감소와 같은 보다 심각한 건강문제와 관련이 있었다. 충분히 잠을 자게 되었을 때, 전반적인 건강상태는 다시 좋아지는 것을 볼 때, 잠을 잘 자는 것이 잠을 안자고 뭔가를 하는 것보다는 남는 장사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수면의 이득은 그냥 아무렇게나 자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나서도 따라나오는 밑반찬같은 것들이 아니다. 단잠을 자야 앞서 이야기한 수면의 이득을 누릴 수 있음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자기계발이나 성공도 다 내가 잘되자고 하는 것들이 아니던가? 수면도 마찬가지다. 수면과 연관시킨 자기계발서에는 현란한 삶의 공식과 특별한 경험이 담겨 있는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것저것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당연히 잠도 줄여야 하고, 잠을 줄이기 위해선 기적같은 수면법이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웰빙과 힐링에 피로감이 쌓일 정도로 진부해진 우리 사회에서 이제는 잠에 대한 인식과 태도도 변화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제는 더 이상 잠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고, 자기 계발에 들어간 5%의 정도만이라도 관심을 갖고 수면에 투자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은 자신의 수면요구량에 맞춰서 자고, 수면의 질을 높이는데 적합한 행동을 만들어 나가는 일인데,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좋아지는 수면의 이득을 고려할 때, 투자대비 수익성이 가장 좋은 종목이 아닐가 싶다. 사회안전망이 점점 약해지고, 끝을 모를 정도로 경쟁구도로 내몰리는 사회에서 단잠을 자는 것은 점점 어려워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위해 나에게 좋은 것을 선택하고, 자야할 시간에 제대로 잠자는 것을 훌륭한 선택으로 알고 꾸준히 실천해 나간다면, 경쟁력있는 내일이 분명 당신 앞에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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