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여의도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은 사회적이기에 배우고 성장하면서 서로 의지합니다. 최근 연구1)에서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때 돕는 이의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 나타나고 있듯, 관대함과 너그러움은 우리에게 중요한 진화의 산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 때 행복감을 느끼면서도 정작 자신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망설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두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거절당하거나, 비웃음을 당할까 봐 두려워합니다. 이러한 두려움은 뚜렷한 근거가 없음에도, 사람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지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부당함, 나약함, 통제력 상실 등 많은 사회적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런 위험 앞에서 두려움을 느낄 때 뇌에서 반응하는 영역이 신체적 고통을 감지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와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것이 신경과학 연구2)에서도 밝혀진 바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 하나는, 우리가 누군가의 건설적인 도움을 이끌어낼 만큼 자신의 요구를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이것이 ‘투명성의 환상’이라고 불리는 인지적 편견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감정, 생각, 욕구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믿음입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를 남들이 알아차리기를 기다리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면 좌절감을 느끼곤 합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조금은 어색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좀 더 효과적으로 자신의 요구사항을 알리고 응답을 받을 수 있는 팁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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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결하고 구체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도움을 요청하고 제공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명확한 의사소통입니다. 명확하고 간결하게 당신의 요청을 전달하도록 노력해보세요.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 없이, 단순히 필요한 게 무엇인지, 그것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요청받은 사람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면 됩니다. 요청받은 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주고, 그 일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할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사과하지 않아도 됩니다.

도움을 청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무도 사과해야 할 일에 열의와 기대를 보이지 않겠지요. 누구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이것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과하는 행위는 오히려 도움을 청한 이가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부탁한 내용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게끔 합니다.

"이렇게 부탁하기 미안하지만"이나 "별일은 아닌데"와 같은 문구로 자신의 필요를 최소화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것은 도와주는 사람이 느끼는 성취감을 절감시킬 수도 있고 그 도움이 사소한 것으로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애원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이런 행동은 부탁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승낙할 의무가 있다고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개인적인 부탁으로 요청해야 합니다.

이메일이나 문자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서면으로 요청서를 보내는 것이 편리하지만, 반대로 거절하는 것도 훨씬 편합니다. 얼굴을 맞대고 말하거나 전화를 걸어 부탁하는 대면 요청이 서면에 비해 34배 더 성공적이라는 연구3) 결과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가진 기술이나 전문지식이 이 일에 얼마나 적합한지 말해주면서, 부탁을 좀 더 개인적이고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보세요. 단지 상대방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어서 부탁한 것이 아니라 정말 도움을 줄만한 사람이기 때문에 요청했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도움을 준 이에게 ‘기브 앤 테이크’를 강조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도움을 받을 때 다음에 자신도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친절을 자칫 거래처럼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남에게 빚졌다고 느끼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노력을 금전적 가치로 할당하기보다는 도움에 진실로 감사를 표하는 게 좋습니다. 

 

4. 결과를 덧붙여 알려주세요. 

감사의 뜻을 표하는 것 말고도 상대방의 도움으로 얻은 실제 결과를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을 베푸는 사람은 자신을 누군가가 필요로 한다고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도움이 필요할 때,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도움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다음에는 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도움을 요청해보시기 바랍니다.

 

* 참고문헌 

Allen, Summer. “The Science of Generosity.” A white paper prepared for the John Templeton Foundation by the Greater Good Science Center at UC Berkeley. May 2018.
https://ggsc.berkeley.edu/images/uploads/GGSC-JTF_White_Paper-Generosity-FINAL.pdf.

Eisenberger, N. I. (2011). Why rejection hurts: What social neuroscience has revealed about the brain's response to social rejection. In J. Decety & J. T. Cacioppo (Eds.), Oxford library of psychology. The Oxford handbook of social neuroscience (p. 586–598). Ox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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