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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발작: 내 몸이 두렵다고 신호를 보내올 때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3.11 07:07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환자에게 이보다 더 극심한 공포와 불안감을 일으키는 것은 없었다. 그는 자신이 기질적 심장병으로 죽고 말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공포로 몸서리쳤다. 환자의 그러한 생각은 떨쳐버리기 몹시 힘들었는데 왜냐하면 환자의 증상을 불러일으킨 신경증적 상태로 인한 우울과 절망감이 그의 상상을 더욱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1832년에 저술한 심장학 교과서에는 신경성 심계항진을 보이는 환자에 대한 묘사가 실려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최초의 공황발작에 대한 기록은 영국의 심장내과 의사인 J. A. Hope가 묘사한 내용에서 나옵니다. 현대 의학에서 공황장애가 심장이나 신경계 혹은 그 밖의 내과적 질병과 분리돼 정신의학으로 편입되는 1940년대까지 거의 150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처럼 공황장애 또는 공황발작의 기원은 내과적 심장질환과 상당 부분 공통적인 영역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내과에서는 공황발작과 비슷한 증상으로 미주신경성 실신이 있습니다. 미주 신경성 실신도 공황장애처럼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진 않았지만 내과에서는 스트레스나 환경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신체적 변화로 봅니다.

공황발작을 겪으면 대부분 ‘이대로 죽는 것은 아닌가’ ,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미주 신경성 실신을 자주 겪는 분들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온몸에 힘이 쭉 빠져버리는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공황장애(Panic Disorder)에서 'panic'의 어원은 그리스의 신화에서 시작됩니다. 그리스 신화의 판(Pan)은 반인반수의 목신인데, 대낮에 낮잠을 방해를 받으면 크게 노하여 인간과 가축에게 공포와 공황을 불어넣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기원한 것이 Panic, 즉 공황을 뜻합니다.

공황상태는 곧 ‘죽을 것 같다’와 같은 공포로 설명됩니다. 사람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두려움에 떨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격렬한 신체 반응 자체는 정상적이고 안전한 반응입니다. 스트레스 반응은 누구나 겪는 반응이고, 결국 지나가는 반응일 뿐입니다. 내가 몸과 신체가 취약해졌을 때 스트레스를 겪으면 더 격렬하게 나타나는 공황발작은 거의 30분~1시간 이내로 가라앉습니다. 그래서 너무 급박해서 응급실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분들도 계십니다. 단지 공황발작이 반복이 되거나, 잘 관리되지 못하면 생활 반경에 제약이 되고 2차적으로 우울증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바로 공황장애라고 합니다.

 

최근 배우 김찬우가 언론에 아주 오랜만에 얼굴을 비치면서 뜻밖에 소식을 전했습니다. 바로 본인이 20년 동안 공황장애를 겪어왔다는 말을 한 것입니다. 과거 촬영을 하면서도 약을 복용해 왔지만 재발이 반복돼 일을 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공황발작이 심하면 약물치료를 필요로 합니다. 짧게는 1개월, 사람에 따라 길게는 몇 년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또, 비약물적 치료로는 공황장애 인지행동치료를 함께 시행합니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공황 증상에 대해서 과학적 근거해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만약 당장 공황발작이 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공황발작이 오면 과호흡이 나타나는데 최대한 천천히 깊은 호흡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합니다. 얕고 빠른 호흡은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공황 자체를 더 힘들게 하기 때문에 몸을 최대한 이완하려고 해야 합니다.

여기에 생각 바꾸기 작업이 동반된다면 ‘공황이 반복되면 내 몸에 문제가 나지 않나’, ‘내가 사람 많은데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지?’라는 식의 왜곡된 사고들을 고쳐나가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훈련과 지식을 바탕으로 결국 본인이 불편해하는 증상, 상황, 장소 등에 직면해나가는 과정을 거칩니다.

 

결국, 공황장애는 본인이 얼마나 나아지려고 노력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장 중요한 건 공황발작이 온다고 해서 겁에 질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신체 증상으로 받아들이고 대처 방식을 하나씩 배워가는 겁니다. 공황발작이 오면 증상 자체를 두려워해서 이중으로 두려움에 빠지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하나둘씩 공황장애에 대한 시각을 교정해 가면서 실천을 부지런히 옮긴다면 공황장애에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이 분명 열릴 것입니다.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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