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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무의식 중에 나온 말실수, 나도 모르는 욕망인가요?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3.14 00:20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평소에는 말실수를 좀처럼 하지 않는 편인데, 무의식 중에 여자 친구를 "엄마"라고 부르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런 일이 몇 번 있고 나서, 갑자기 연애 상대가 불편해지기 시작했어요. 이런 일은 난생처음이라 감정적으로 굉장히... 심하게 황당합니다.

현재는 헤어진 상태(제가 못 만나겠다 했고, 이유는 말 못 했습니다)이고, 불편한 감정을 조금씩 정리하는 중입니다만... 제 상태가 심히 궁금하고 걱정됩니다. 제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요?

답변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총기입니다.

당황스러운 말실수 이후로 계속 고민과 혼란감에 휩싸여 계시는군요. 심지어 상대방과 이미 헤어진 상황인데도 마음속의 감정이 정리되지 않고 있어 더욱 당황스러우신 것 같습니다.

 

정신분석의 아버지라 불리는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말실수에 담긴 무의식을 무척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말실수를 통해 무의식이 튀어나올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 유명한 [꿈의 해석]에서도 말실수를 분석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무척 강조되어 있습니다. 프로이드는 [자전적 연구(1925)]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도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은 그것이 꿈의 해석을 이용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하는 말실수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나는 이러한 현상들이 우연적이지 않으며, 단순한 생리학적인 설명 이상을 요구한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그것들은 의미를 갖고 있으며 해석될 수 있다. 그러한 말실수들은, 그것들로 억눌러지거나 억압된 욕동과 의도들을 추론하는 것이 정당하다."

 

말실수를 통해 무의식 속에 있는 내용들, 특히 억누르고 있던 욕망(id)이 드러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프로이드는 자신의 환자의 예를 들기도 했습니다.

(Miss X의 예)

프로이드와 상담하던 Miss X는 Mr. Y에게 대해 평소 무관심하거나 경멸스럽게만 표현해왔습니다. 하지만 Miss X는 점점 자기도 모르게 Mr. Y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싫어한다고 생각하던 대상에게 자기도 모르게 끌렸던 것이지요. 하지만 Miss X는 그런 마음을 스스로 부정했습니다. Mr.Y를 여전히 싫어한다고 생각하며 욕망을 억압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Miss X는 상담 중에 "Mr.Y는 제 지인이 될 수(cultivate acquaintance) 없어요."라는 말을 cuptivate Acquaintance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물론 cuptivate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하지만 프로이드는 그 말실수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cuptivate라는 표현이 captivate(사로잡다)라는 단어에서 나온 말실수이며, 그 남자의 관심에 사로잡히고 싶었던 그녀의 욕망을 부지불식간에 드러낸 것이었음을 지적했습니다.

 

자, 그러면 질문자님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여자 친구에게 "엄마"라고 표현한 말실수 안에 정말 억압된 무의식이 들어있었을까요? 그것을 '억압되어 있던 모친에 대한 성애적 욕구가 현재의 성애적 대상인 여자 친구에게로 전치되어 드러났다. 그 결과, 노출된 욕망에 대한 오이디푸스적 콤플렉스가 유발한 거세불안이 역겨움과 혐오감으로 해소되고 있다'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한 해석은 무척 섣부른 것일뿐더러, 질문자님께 굉장히 무례한 것입니다. 단편적인 하나의 상황만으로는 그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무의식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무의식은 누군가가 헤집고 파헤쳐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스스로가 찾아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무의식은 일련의 반복되는 상황과 과거의 관계, 현재의 관계를 본인 스스로가 하나로 잇는 이야기 속에서 발견될 수 있는 것입니다. 결코 하나의 행동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다시 돌아와서, 질문자님의 말실수는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요? 진짜 무의식이 깃들어 있는 것일까요?

정답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일 것입니다. 말장난처럼 힘 빠지는 대답으로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 대답에서 중요한 것은 "그럴 수도 있다"라는 가능성입니다. 어쩌면 여자 친구에게 한 말실수 안에 생각보다 깊은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실수가 질문자님께 무척 중요한 사건인 것 같다-라는 점입니다. 그 안에 무의식이 담겨 있건 담겨 있지 않건, 어떤 무의식이 담겨 있건 간에 관계없이 말이지요.

사실, 연인관계에서 말실수는 무척 흔한 일입니다. 엄마, 아빠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말실수 또한 무척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질문자님께서는 그런 말실수를 계기로 여자 친구와 결국 헤어지기까지 했고, 헤어진 뒤에도 여전히 불편한 감정을 경험하고 계십니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한 지점입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사건, 별 것 아닌 것 같은 사건이 유독 내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을 때, 유독 나를 불편하게 할 때, 그때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왜 이러지?'라는 궁금증을 촉발시킬 수 있는 상황 말입니다.

 

성공적인 정신분석을 위해 내담자가 갖춰야 할 요건 중 하나는 심리적 마음가짐(Psychological Mindness)입니다. 이 마음가짐의 핵심은 "스스로를 궁금해하는 힘"입니다. 내가 내 안의 알지 못하는 부분들을 찾아보고, 파헤쳐서 그 연결고리들을 찾아갈 수 있는 힘은 다름 아닌 바로 그 궁금증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님께서도 "제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요?"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어쩌면 지금이 질문자님 스스로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에 가장 적절한 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분석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나'를 알아감을 통해 좀 더 적응적이고 좀 더 성숙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과정입니다. 이는 정신분석을 전문으로 다루시는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을 찾아가 상담을 통해 얼마든지 만나실 수 있습니다.

모쪼록 질문자님께서도, 혼란감 속에 마냥 불안해하시기보다는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가실 수 있기를 응원드리겠습니다.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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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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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당 2020-03-24 11:17:51

    집에 감나무있지?
    1. 없어? 있었으면 큰일날 뻔 했어
    2. 있어?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어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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