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쉴 새 없이 날아오는 코로나 확진자 동선 문자는 단순히 내가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있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전한다. 한 사람의 며칠간의 동선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규칙적으로 집-직장-체육관을 다니는 사람이나, 집-식당-PC방을 오가는 사람의 동선을 보면 순박하고 간결한 삶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집-어린이집-시장을 오가는 주부의 동선은 어머니의 고마움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동시에 내 동선을 생각해보며, 별것 아닌 내 삶에 새삼 감사함을 표현하게 된다. 

 

코로나처럼 명확한 치료가 없는 병도 모든 사람에게 다 똑같이 적용된다. 누구나 공평하게 진단받고, 고통받으며, 같은 치료를 받고, 퇴원한다. 

하지만 전염은 명백히 불공평하다. 

마스크나 손 소독제를 구입하기 어려운 사람은 감염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며, 건강한 식사와 충분한 휴식을 가질 수 없는 사람 역시 감염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감염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나 병가/공가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감염될 가능성이 낮겠지만, 그렇지 않은 직장을 가진 사람은 감염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알람 문자, 코로나 맵, 온라인 쇼핑 등을 할 수 있기에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감염을 피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은 오직 알람 문자에만 의지해야 하고 오프라인에서 장을 봐야 하니 감염을 피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종교 역시 마찬가지다. 

밀접한 접촉이 덜 한 종교에 비해서, 밀접 접촉의 빈도와 강도가 심한 종교에게서 빠르게 전염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전염을 예방하기 위한 온라인 종교 활동 역시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비용 없이 접근할 수 있지만, 어떤 누군가에게는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활동이다.   

특이하게도 대중교통으로 전염이 잘 되지 않는 코로나의 전염은 이런 불공평을 더 부각한다. 대중교통, 특히 출퇴근/출장길에는 비교적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섞여있는데 이를 통한 전염이 거의 없으니 코로나는 특정 계층에게만 집단 감염을 일으키며, 파괴시킨다.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한 정신과 환자 대부분과 일부 의료진이 원내 감염됐으며, 코로나 사망의 대부분도 이들이다.

폐쇄병동 입원환자가 외부 사람에게 전파한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행이지만, 동시에 안타까운 일이다. 외부 사람과 접촉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이며, 면회나 외출 외박이 극히 적었다는 얘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동선은 공개될 이유가 없었고, 공개되지도 않았다. 감염된 이후에도 코호트 병동으로 지정되어 제대로 된 호흡기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폐쇄병동에 머물렀다.

만약 이들을 신경 써 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이렇게 이들을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하다못해 병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제대로 된 호흡기 감염 치료를 제공하라며 시위했을 테니 말이다.

다행히 지금은 정신과 학회와 담당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국립정신건강센터를 포함한 감염과 정신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전원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치료를 시작했다.   

 

또 다른 집단 감염인 신천지 교인들은 이와 맥락은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사이비 종교들이 존재하며, 이를 믿는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다. 사람의 힘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더 간절히 필요하기 때문에, 사이비에 빠지게 된다.

신천지로 밝혀진 확진자들의 동선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동선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신천지 교인들은 외계인이나 악마가 아닌 우리 곁에 있는, 우리보다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명백히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신천지 교인이 아니라 감염 확산을 방치하는 신천지 지도부이다. 그들의 말대로 최대 피해자는 신천지 교인이다. 신천지 일반 교인의 피해와 지도부의 피해는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감염에 취약한 집단은 감염이 많이 되는 만큼 전파도 많이 시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두려워하며, 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극복하려고 한다. 든든한 비상식량을 보면서,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하면서, 또는 눈에 보이는 누군가나 집단을 비난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두려움과 비난은 현재 해야만 하는 올바른 대처를 못 하게 만들고, 비난의 대상을 숨게 해 전염을 더 불공평하게 만드는 데 일조할 뿐 아니라, 코로나가 끝난 뒤 서로가 서로에게 손가락질했던 상처를 회복하는 데도 오랜 시간을 걸리게 만들 것이다.  

 

제2의 코로나가 왔을 때 모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우리 사회는 이 불공평한 전염에 대해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만 한다. 우리의 동선은 여기저기서 겹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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