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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의 불안,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무섭다
김태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2.24 00:06

[정신의학신문 : 김태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가 더 무섭다. 

지금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지구 상 대부분 나라들이 공황 상태에 놓여 있다. 중국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는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바이러스에 의해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다. 중국과 홍콩을 강타하여 치사율 10%를 보인 사스가 있었지만 운 좋게 우리나라를 비켜나갔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플루는 전염력이 무척이나 강했지만 치사율은 높지 않았다.

메르스가 우리나라에 출현하고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전체가 공포 분위기로 휩싸여 버렸다. 세정제와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려 없을 지경이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던 극장과 유원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졌고 온라인 주문과 배달이 무척 늘었다. 당시 메르스에 감염된 의사가 강남에 산다는 소문만으로 강남 학부모들은 학교에 휴교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여 강남 교육 1번지 대치동 일대 초등학교와 유아원은 휴교에 들어갔고, 서울의 모 아파트에서는 고혈압 환자의 119 긴급 출동이 방역복을 입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오인하여 SNS에 급속도로 퍼져나가 수많은 학부모들이 강력하게 휴교할 것을 요구하여 초등학교와 유치원은 휴교를 하게 되었다.

메르스보다 빠른 회복률을 보이면서 치사율은 낮지만 보다 더 강한 전염력을 보이고 있어 대한민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 공포에 떨고 있는 상태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에 대한 공포증은 분명 과민한 반응일 수 있겠지만 문제는 우한 폐렴 문제가 더 진행될수록 이런 과민 반응들이 더 증폭되어 나타날 수 있다. 

 

공포감이 커지게 되거나 무엇인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면 사람들 마음속에는 분노가 생기기 마련이다. 마음속에 분노가 쌓이면 이를 해결해야 한다.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분노의 원인 자체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을 경우 다른 방식으로 분노심을 해결하려는 행동이 나타나는데, 종종 분노심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이 엉뚱하게 표출되기도 한다. 가장 흔한 양상으로 분노가 폭발하게 되는데 이를 acting-out이라고 한다. 중국 사람이 가까이 오는 것을 꺼리는 것을 넘어 중국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혐오감을 가지게 되는 것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한다. 

이러한 분노심은 여러 사람들이 같이 모여 서로 공유하게 되면서 하나로 모이게 된다. 이렇게 군중이 만들어지면 나 자신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한 사람의 공격적인 행동은 그동안 억눌러 있었던 다른 사람들을 자극하게 되고, 바이러스가 군중 속에서 급속도로 확산되듯 ‘네가 했으니 나도 한다.’ 식의 공격성이 마치 바이러스와 같이 군중 속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한 사람이 보이는 공격성은 미약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동시다발적 공격성은 하나로 뭉쳐지면서 사람들의 분노는 보다 더 강한 공격성으로 나타나게 된다. 
 

사진_픽사베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이라는 점, 아직 명확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 그리고 신뢰성이 높지 않은 중국의 통계 자료 등은 사람들에게 불안을 심고 누구나 죽을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강하게 유발한다. 현재는 감염자가 지나간 경로를 추적하여 감염 경로를 차단할 수 있지만 감염자 숫자가 일정 한도를 넘어가 감염자 경로 추적하는 것이 의미 없을 정도가 되면 그리고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시설이 더 이상 없을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은 더욱더 커질 것이다.  

불안감이 커질수록 자신감을 잃게 되면서 남들을 믿지 못하는 풍조가 나타나고 남의 말에 예민해진다.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의 별다른 의미가 없는 말과 행동에 자신을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엉뚱하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런 모습들은 불안 증상이 심한 우울증 환자일수록 더욱더 강하게 나타난다. 불안감이 집단 내에서 널리 퍼지게 되면 서로 믿지 못하게 되고 공식적 보도나 자료보다 유언비어에 쉽게 동화되어 타인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이런 행동들은 우리 사이에서 돌고 돌아 결국 나 자신에게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코로나 감염 숫자가 늘어날수록 우리의 불안감을 커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는 정부의 발표와 전문가의 조언을 귀를 기울이면서 서로 의지해야 한다.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은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되도록 피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밀폐된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필히 착용하고 야외 외출 후 귀가 시에는 손 소독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이런 개인위생에 신경 쓰고 서로를 더 배려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국가는 코로나 방역에 힘을 쓴다면 코로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것이라고 본다.

 

김태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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