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0세 남성 A는 주변 사람과의 어울림이 부족한 편이다.

주변에서 보는 A는 자신의 감정 표현을 하는 일이 없고 항상 활력이 없어 보인다.

현재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근무를 하는데, 주로 혼자서 하는 작업만을 한다.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직장동료와 사적인 어울림은 전혀 없고 퇴근해서도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면서 지낸다. 외출하는 일은 정말 드물다.

그는 어릴 적부터 친구가 없었다.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특별히 친밀감이나 유대감을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은 A에게 불편하게만 느껴지고 전혀 흥미가 없다.

 

조현성 성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schizoid personality disorder)의 사례입니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당연히 사람들과의 관계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조현성 성격을 가진 환자는 사람과의 관계에 흥미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친밀한 관계를 맺거나 사회적인 일원이 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흥미를 느끼거나 재미를 느끼는 능력이 정상인보다 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감정 표현이 더디고 단조롭고 활력이 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다른 사람의 칭찬이나 비난에도 무관심하고 주변에서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도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히끼꼬모리(은둔형 외톨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일부는 혼자 하는 작업, 반복적인 작업에는 능숙하여 직업적인 활동을 가지기도 하나 대개 창의적인 활동은 부족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1) 진단

사회적인 관계에서 단절 또는 회피, 대인관계에서 제한된 감정표현이 전반적으로 나타납니다.

더불어서 다음 중 4가지 이상에 해당해야 합니다.

- 가족을 포함하여 친밀한 관계를 바라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음.
- 항상 혼자서 하는 행위를 선택함
- 성적 경험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음.
- 모든 분야에서 특별한 관심이 없고 즐거움이 없음.
- 일차가족 외에 친구가 없다.
- 칭찬이나 비난에 무관심하다.
- 냉담하고 단조로운 정동을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이 사람과의 관계를 바라면서도 부끄러움이나 다른 성격적인 문제로 관계를 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조현성 성격 환자들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고 싶은 흥미 자체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 주된 특징입니다. 조금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이라고 해서 조현성 성격장애 환자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개인화의 정도가 심하고 이로 인하여 사회적인 관계, 활동에 제한이 클 때 진단을 고려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조현성 성격장애를 진단할 때 중요한 점은 삶의 어떤 시점에서 일시적인 증상을 보이는 것은 성격장애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스트레스 상황 하에서 삶의 흥미 저하, 우울감 등을 보이는 경우가 잦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조현성 성격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춘기 이후 삶의 전반에서 위에 설명한 진단적인 특징이 많이 드러날 때 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2) 역학 &원인

일반 인구에서 4.9% ~ 7.5%로 예상보다 많은 수를 보입니다.

흔히 말하는 히끼꼬모리와 유사한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모든 히끼꼬모리(은둔형 외톨이)가 조현성 성격경향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히끼꼬모리는 주변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그에 대한 표현이 어려운 경향을 보입니다. 조현성 성격과는 다른 경향을 가집니다. 하지만 외부로 보이는 모습에서는 히끼꼬모리와 조현성 성격은 거의 유사하게 보이곤 합니다.

내형적인 성격의 가족, 조현병과의 관련성이 제기되나 현재까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심리적으로, 아동기에 냉담하고 정서적으로 빈곤해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삶의 초기에 조현성 성격 경향을 보인 경우, 성장과정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어울림이 부족하거나 때로는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부정적 경험은 조현성 성격 경향을 더욱 강화시킵니다. 이런 사회성 저하는 부정적인 경험을 강화시키게 하는 악순환을 보입니다.

 

3) 감별진단

회피적인 성격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추구하나 거절당할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로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렵습니다. 조현성 성격은 주변에 관심이 아예 없습니다. 조현병의 전구기 증상과 유사하나 성격장애는 청소년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여 성인기 전반에 걸쳐서 지속됩니다. 조현병은 망상과 환각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으나 분열성 장애에서는 흔하게 발생하지 않습니다. 자폐와도 유사할 수 있지만 조현성 성격에서는 지능, 주변에 대한 반응은 정상적입니다.

중요한 점은 대인관계에서 약간 냉담하고 사이가 좋지 못하다고 해서 모두 조현성 성격장애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격 경향과 성격장애는 구분해야 합니다. 약간의 문제가 초래되기도 하지만 대인관계, 가정생활, 직업적인 활동이 원활하다면 성격적인 경향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의 큰 어려움이 반복된다면 성격장애를 고려할 수 있고 치료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4) 치료 & 경과

본인은 불편감이 없기에 스스로는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치료를 해도 다른 사람과 소통을 원하는 정도는 대개 증 하지 않습니다.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하여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정서를 함양하려고 하는 것에 억지로 집중하면, 치료자나 환자 모두가 지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다른 사람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관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을 해야 합니다. 대인관계 기술에 대한 교육을 하거나 과제 제시형 접근 (행동치료적인 접근) 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직업적인 능력을 키우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입니다.

약물치료적으로 정신자극제, 항우울제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증상에 따라 항정신병약제, 항불안제 등을 동반하여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정리해보면,

조현성 인격장애는 타인에 관심이 없습니다.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단조로운 생활을 하여, 일부는 히끼꼬모리와 유사한 양상을 보입니다.

조기에 치료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치료적으로 대인관계능력함양, 행동치료적 접근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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