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민 전문의, 의학박사
마인드랩 공간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정신의학신문]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중에서도 새롭게 강남 논현동에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연 이광민 박사님이 계십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도 활동하시는 분이라 특별히 모시셨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광민 박사] 네, 안녕하세요.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의원


[정신의학신문] 정신과 병원이 이렇게 멋진 공간이 될 수 있나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병원 이름에도 공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군요. 여기는 어떤 공간인가요?

[이광민 박사] 그간 대학병원 환경에 있다가 개인 정신과 의원을 준비하면서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저 자신이라면 어떤 정신과 의원을 가고 싶은지 말이죠. 정서적으로 힘든 상황에 있다면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가고 싶을 것 같았습니다. 밝고 깨끗하더라도 병원이라는 느낌이 강하면 갑갑할 수 있죠. 병원을 준비하면서 역설적이게도 병원 느낌을 줄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공간을 만들어 가게 되었습니다. 병원이라기보다 카페나 도서관, 공연장 같은 느낌입니다. 정신과에 가더라도 자신이 환자라는 무거운 느낌보다 일상의 편안한 느낌이었으면 합니다. 사람이 모이고 소통하면서 정서적인 편안함을 나누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병원 이름도 공간이라는 단어를 넣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병원이 논현동 서울 세관 사거리에 있는데, 강남 지역의 거의 중간에 가깝습니다. 지금 이곳 논현동에 개원하신 이유가 따로 있으신가요? 

[이광민 박사] 지역을 정해두고 준비한 것은 아닙니다. 우선 다양한 걸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우연찮은 기회로 지금의 공간을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콘크리트 공간이었는데 저도 모르게 재즈카페에 들어온 듯한 장면이 연상되었습니다. 그리고는 한쪽에서는 진료를 보고 다른 한쪽에서는 토크콘서트나 북 콘서트, 대중 세미나를 하는 장면이 떠올랐지요. 여기에 병원을 해야겠다고 정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위치도 눈에 크게 띄지도 않아 부담 없이 올 수 있고, 교통도 서울 강남권이라면 압구정, 반포, 잠실, 대치 어느 쪽에서든 중간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속으로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주변에서는 이렇게 공간만 보고 막무가내로 정한 것 치고 입지도 나쁘지 않은 것을 보고 운이 좋다고 하더군요. 

 

[정신의학신문] 정신과 병원 치고는 아주 드물게 지하에 있습니다. 혹시 주변에서 그걸 걱정하며 말리지 않던가요?

[이광민 박사]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망하려고 작정했냐는 분도 있었고요. 그런데 지금의 공간에 와 보고는 지하 같지 않은 공간에 다들 놀랍니다. 지하라 답답할 것 같지만 한쪽 벽 전체가 창이라 낮에는 빛이 들어오고 천고가 6m 정도 되다 보니 공간감이 상당하죠. 그래서 일단 들어오면 답답한 느낌이 거의 없습니다.

지하라는 공간에 대해서 저도 처음에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마음, 생각, 고민, 걱정, 자아, 무의식 등등 이런 정신과와 관련된 단어들을 떠올려보면 뭔가 마음 깊이 내려가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자신이 자신의 마음을 알기 위해, 털어놓기 위해, 해소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간다는 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더 중요한 건 내가 그걸 바라보기 위해 찾아 들어가는 것이겠죠. 

 

[정신의학신문] 100% 예약제로 진료를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예약제인지 모르는 분들이 갑자기 오시면 어떻게 하시나요?

[이광민 박사] 병원에서 100% 예약제를 한다고 하면 낯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불편해서 혹은 시간이 안 맞아서 진료를 꺼리시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예약제를 하는 이유는 제가 더 나은 진료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의료진도 사람이기에 진료하다 보면 지치게 되고 진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정신과 진료는 집중해서 대화를 이어나가기에 정서적으로 소진되기 쉽습니다.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일수도 있지만, 환자가 밖에서 기다리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집중해서 진료를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좋은 진료를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제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를 가지고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약제를 해야 환자 개개별로 충분한 진료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저도 정서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약제로 운영하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신과 진료를 받을 때 주변 사람 시선이 신경 쓰입니다. 아직 사회문화적인 요소를 무시 못 합니다. 그래서 예약제를 통해 되도록 병원에서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줄여드리려 합니다. 진료를 볼 때도 진료 보신 분과 대기 중이신 분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예약제가 몇몇 분에게는 불편하실 수 있지만 그래도 진료 보실 때는 만족도가 좋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정신과 의원에서도 예약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물론 진료를 위해 갑자기 방문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 경우에는 별도 예약 일정을 잡아 드리기도 하고 당일 중간에 예약이 비거나 취소되는 시간으로 설명해 드립니다. 응급으로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예약자분께 상황을 설명해 드리고 상황에 맞게 조정해 드리기도 합니다.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의원


[정신의학신문] 의사 중에서도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를 선택하시게 된 계기 궁금합니다.

[이광민 박사]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는 너무 많아서 짧게 설명하기 힘듭니다. 저는 다시 태어나도 정신과 의사를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정신과 의사의 대선배님이신 이시형 교수님도 여전히 젊은 의사를 만나면 정신과 의사를 하라고 권하시죠. 그만큼 정신과 의사 자체가 매력이 많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삶의 실제적인 방향을 찾아 나가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여러 정서적 어려움으로 힘든 가운데 찾아오시지만, 점차 증상이 나아지면서 일상적인 삶을 회복하시면 보람을 얻습니다.

정신과 의사의 또 다른 특징으로 일반적인 정신과 진료는 신체적인 통증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의사가 하는 진료 중에 통증을 주지 않는 진료는 잘 없습니다. 전 의학을 배우고 실습을 하면서는 의사의 치료가 환자에게 통증을 유발한다는 것이, 물론 치료를 위해서이긴 하지만 불편했습니다. 일반적인 의사 역할이 저랑은 잘 맞지 않았던 셈입니다. 그런데 정신과 의사는 달랐습니다. 누군가의 슬픔과 정서적 아픔을 들어주는 어려움은 있지만 적어도 제가 진료를 하면서 누군가를 아프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픔을 공감해 주는 의사가 제 적성에는 더 맞았던 셈입니다. 정신과 전문의가 된 이후 세부 전공으로 암 환자 정신건강을 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정신과 의사의 매력 중 하나는 질병만 보지 않고 사람을 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사람을 보다 보면 사회 전체도 보이게 됩니다. 사회정신의학이라는 정신과 세부영역이 있는 만큼 사회적 역할이 있는 것도 정신과 의사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의학신문] 대학병원에 이전까지 계셨는데요. 주로 어떤 분야의 정신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진료 및 연구를 해 오셨나요?

[이광민 박사] 정신과 의사 초기에는 소아·청소년 정신의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전공의 과정 중에는 제가 당연히 소아·청소년 세부 전공을 하리라 생각하고 소아·청소년 환자를 많아 봤습니다. 담당 교수님께서도 제가 관심을 가지니까 환자를 맡겨주셨습니다. 덕분에 정신의학 석사를 소아·청소년 정신의학으로 받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전문의가 된 이후 세부 전공을 정하려는데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소아·청소년 세부 전공을 정하면 대부분 그쪽 위주로 진료를 봐야 할 텐데, 대학생이나 성인, 노인 진료를 보기 힘들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암을 포함한 신체 질환에서의 정신건강을 세부 전공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에서 정신적인 어려움은 대부분 트라우마와 연관되어 있는데 암과 같은 신체 질환은 직접적인 트라우마입니다. 그분들께 정신과 의사로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다른 일반 환자도 잘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암 환자 정신건강을 세부 전공으로 서울대병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청소년, 청년, 성인, 노인, 신체 질환이 있으신 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신 의료 영역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는 진료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암 환자 정신건강이라는 영역이 새롭습니다. 암과 같이 장기간의 힘든 치료를 받으셔야 하는 분들에게 필요한 정신건강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이광민 박사] 과거에는 암이라는 질병이 생존과 직결되는 극단적인 병이었다면, 최근에는 의학적 발달로 생존율도 높아졌고 생존 기간도 길어졌습니다. 그만큼 암 치료를 받고 난 이후 일상생활에 복귀하며 삶의 질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암 환자분들이 겪는 정서적 어려움을 “디스트레스”라는 용어로 사용하고 미국 및 주요 국가에서는 디스트레스 관리를 암 진료의 기본 요건으로 넣고 있습니다.

암 진단 직후 심리적인 충격과 치료 과정 동안의 우울, 불안, 불면 등 암 환자에 있어서 정서적 지지 관리체계는 필수적입니다. 암 치료 이후에도 사회 복귀, 가족갈등, 피로감, 재발의 두려움, 죽음에 대한 불안 등 여러 정서적 어려움이 지속할 수 있습니다. 암 진단과 치료 동안 디스트레스 관리는 대학병원의 진료가 필요하지만, 암 치료 이후의 디스트레스 관리는 대학병원보다 개인병원에서 수월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암 경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디스트레스 관리에 있어서 저와 같은 개인병원 정신과 의사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 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의학신문] 학회 활동도 활발하게 하셨습니다. 학회에서 하신 발표 중에 Trends on Depictions of Mental Health in Social Media도 있으시던데 내용이 궁금합니다.

[이광민 박사] 작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학술발표를 한 내용입니다. 당시에는 제가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교수로 있어 공공의료 관련 역할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잇따른 중증정신질환자의 범죄 문제로 다양한 기사가 신문 사회면에서 쏟아지던 중이었습니다. 많은 기사에서 정신질환자를 마치 잠재적인 범죄자처럼 다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구 대비 훨씬 낮습니다. 불필요하게 정신질환에 대한 차별적인 낙인을 찍는 기사에 대해 정신과 의사의 관점에서 우려가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위원으로 속해 있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위원회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해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여러 대책의 연장 선상에서 “대중언론에서 정신건강과 관련된 기사 동향”이라는 주제로 현재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만들 수 있는 기사 방향에 대해 학술발표를 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호주 등 주요 나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논의가 있었고 정신질환의 사건 사고 보도에 관한 보도지침을 가지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보도지침에 합당하게 객관적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기사를 낸 언론사와 기자에게 해마다 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당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도 정신질환과 관련된 공정한 보도를 해주신 기사분에게 시상한 바 있습니다.

[한국일보] 본보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감사패 받아 (링크)

 

[정신의학신문] 약물치료를 포함한 일반 진료도 하지만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정신의학에서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는 일반적인 진료와 어떻게 다른가요?

[이광민 박사]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는 정신과에서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상담 치료기법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신분석”이라고 하면 프로이트나 융과 같이 유명한 정신분석가들의 분석치료를 떠올리실 겁니다. 다만 이런 “정신분석”을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 기간과 치료 기간, 비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정신분석”을 받을 수 있는 내담자도 자기 삶의 배경이나 현재를 관조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있어야 하기에 아무나 쉽게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반면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는 정신분석보다는 실생활에서의 정서적 어려움(증상)에 보다 초점을 맞추면서 그 배경을 함께 알아가고 자기 내면의 힘을 강화해 나가기 위한 상담 치료 방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당장 여러 정신적인 증상이 일상생활을 괴롭히고 있는 상황에서는 약물치료를 포함한 집중적인 치료가 우선시됩니다. 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증상의 개선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자신을 깊이 알아가면서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정신분석적 정신치료”가 도움이 됩니다. 약물치료까지는 필요 없는 가벼운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 이를 극복하고 싶으시거나, 과거 다소 심한 정서적인 어려움이 있었으나 약물치료를 통해 상당 부분 증상이 완화되었고 이후 약을 보다 줄여나가면서 정서적인 건강을 지속해 나가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정신치료는 치료 전에 이러한 치료가 자신에게 적용이 되고 도움이 될지 담당 선생님과 충분히 상의하시고 결정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정신의학신문] 추구하는 치료 방향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이광민 박사] 우선 일반적인 정신과 의사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합니다. 특정 전문 진료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서적인 어려움에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일상생활 중에 겪는 정서적 어려움, 우울과 불면, 걱정과 고민으로 불편함을 느낀다면 자연스럽게 찾아와 편히 이야기하고 다시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공간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충분한 대화에 기초해서 진료하고 필요한 경우 단계적인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약물치료를 하게 되면 약이 필요한 이유와 어떤 약을 인지, 부작용은 어떠한지, 앞으로 어떻게 약물치료가 조절되는지 충분히 설명해 드리고 있습니다. 한번 쓴 약을 계속 유지하기보다는 증상이나 상황에 맞게 조절하고 가능하다면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정신과라는 부담스러운 공간에 대한 문턱을 맞추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중증의 집중치료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더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기에 협력병원인 서울대학교병원을 포함해 상급의료기관을 연결해 드리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지역사회 기반으로 대화에 충실한 진료, 근거 중심의 진료, 대학병원과 연계한 체계적인 진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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