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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장애를 도울 수 있는 3가지 방법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12.31 04:23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섭식장애는 올바르지 않은 식사 습관을 보이고, 체중이나 체형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흔히 거식증으로 알려진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나 폭식증으로 알려진 신경성 대식증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에 많이 시작되며 20대 초반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20배나 많이 관찰됩니다. 전체 여성의 1%가 발생할 만큼 흔한 질환으로 무용이나 모델, 발레리나, 연예인들에게서 특히 집중적으로 관찰됩니다.

 

식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욕구 중 하나로 뇌의 시상하부라는 곳에서 이를 조절합니다. 섭식 중추가 자극되면 배고픔을 느껴 식사 행동이 시작되고, 포만 중추라는 곳이 자극되면 ‘이제 그만 배가 불러’라는 신호가 생겨 식사를 그만하게 됩니다. 여기에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작용하여 우리의 식욕을 조절하게 되는데, 섭식장애는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김으로써 발생하게 됩니다.

거식증부터 설명하자면, 음식을 거부한다는 행위는 일종의 자신과 자신의 몸을 컨트롤하고, 자신의 원칙을 엄격하게 지킨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지수 씨도 '마른 몸이 예쁘다, 같은 과 친구들처럼 말라야만 한다'라는 일종의 강박이 생겼지요. 이처럼 타인과 자신을 비교해서 영향을 받고 남들과 비슷해야 한다는 생각은 자존감의 저하와 자율성의 결여를 불러오게 됩니다. 음식을 조절하고 체중을 낮추는 미션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게 되는 것이지요. 세상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데, 이것은 내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그 성과도 숫자로 확실히 눈에 띄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통제력과 조절감에 있어 큰 만족을 주기도 합니다. 살찌는 것을 두려워하고 뚱뚱한 몸을 혐오하는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사진_픽사베이


거식증의 원인을 정신분석적으로 해석하면 부모와의 애정의 결핍, 어머니에 대한 거부감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으로 무엇을 받아먹는 행위, 구강기적 욕구를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부모나 가족에게 분노를 표현하거나 애정이나 관심을 요구하는 의미인 것이지요. 이런 경우는 가족과의 관계가 단순히 나쁘다기보다는 미워하면서도 애정을 바라는 양가감정을 가진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러한 양가감정과 갈등은 우선 먹고 나서 음식을 뱉는 이중적인 행동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먹고 나서 살이 찌는 걸 두려워해서 구토를 하거나 설사약 등을 먹는 것이지요. 이 경우 위산의 역류로 인해 구강이나 식도, 위에 상처가 생깁니다. 배가 자주 아프고 예민함과 짜증이 늘면서 탈모도 생깁니다. 호르몬의 이상으로 인한 생리 불순, 갑상선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가 있습니다.

많은 음식을 먹고 소화되기 전에 바로 토하는 경우 우리 몸에는 큰 혼란이 생깁니다. 음식을 소화하고 포만감을 자극하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정작 영양분을 제공할 음식물은 밖으로 다 빠져나간 상태이니, 쉽게 얘기하면 소화할 것이 없는데 소화액만 나오는 경우가 되는 것이지요. 이 경우 섭식중추와 포만중추 사이에 도파민 균형이 무너지게 되고, 이것이 반복되면 우리 몸은 충동적이 되고 예민하게 짜증을 자주 내게 됩니다. 그래도 우리가 이 행위를 반복하는 이유는 구토 직후 우리 몸에서 소량의 엔도르핀이 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주는 작은 쾌감과 '아, 이제는 살이 찌지 않겠구나' 하는 안도감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폭식증의 경우는 거식증보다 오히려 더 흔합니다. 20대 여성의 4퍼센트가 이를 경험할 만큼 일반적입니다. 거식증과는 유의한 연관성이 많은 자매 질환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거식증 환자들이 예민하고 완벽주의적이거나 강박적인 성향을 보이는 반면 폭식증은 충동적이고 불안정한 성향을 보입니다. 애정이나 관심을 갈구하는 특징이 있어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무척 예민하지만 타인에 대한 신뢰감과 믿음이 낮은 편이기도 합니다. 폭식증은 거식증과 비교할 때 체중의 변동이 그리 크지 않고 내과적인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어 예후가 나쁘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충동성과 공격성의 표현이 성격이나 일상의 태도에 반영되어 나타나게 되므로 대인관계나 사회적인 기능에 더 큰 문제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폭식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지만 빵이나 면 같은 탄수화물이나 아이스크림, 피자, 치킨, 케이크 같은 자극적인 음식이 주로 해당됩니다. 조리가 오래 걸리거나 만들기 까다롭고, 단가가 아주 비싼 소고기 같은 음식을 폭식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자신이 폭식할 음식을 직접 만드는 경우는 드문 편이며, 시켜 먹거나 이미 만들어져 있는 음식을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가장 쉽고 빠르게, 효율적이면서도 편하게 반복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해서 폭식을 한다는 의미이고, 이것은 음식을 섭취한다는 행위라기보다는 쌓인 분노를 빨리 표출하고 배설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섭식장애에 도움이 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지금 나에게 문제가 있음을 받아들이자.

식욕은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욕구이며 가장 즐거운 행위 중 하나입니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마음을 억지로 억압하고 마르지 않은 자신을 싫어하는 것은 결국 나의 몸과 삶을 부정하는 행위가 됩니다. 다른 심리적 문제보다 섭식장애가 좀 더 특별한 것은 내 몸을 수년 혹은 십 년 그 이상 조절해온 당사자가 나라는 사실이고, 다른 우울증, 불안장애와 달리 살을 빼려는 분명한 목표와 그 보상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병으로 인지하는 생각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즉 현재 상태에서 굳이 변해야 할 이유를 모르는 것이지요. '섭식 장애를 치료해서 다시 살이 찌면 어쩌지?'라는 두려움도 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이유가 됩니다. 
 

2. 식사 일기를 써보자.

몇 시에 어떤 음식을 먹었고 구토를 했는지 안 했는지를 기록하는 것이지요. 누구와 먹었는지도 중요하며 장소도 적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용은 먹기 전과 먹은 후에 나의 감정이 어떠했는지, 어떻게 변했는지를 최대한 자세히 써보는 것입니다. 일기의 원래 목적이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듯 식사 일기의 의미는 내 몸의, 내 마음의 상태를 내가 깨닫고 객관적으로 보기 위함입니다.

그다음엔 그 일기를 소중한 사람에게, 가족에게, 믿을 수 있는 상담사에게 보여주고 공감받아야 합니다. 음식이 내 몸에서 빠져나간 만큼의 공허함과 무언가를 잃었다는 느낌, 우울감과 두려움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을 겁니다. 내가 밥을 못 먹을 만큼, 혹은 폭식을 해서라도 피하고 싶었을 걱정이나 불안감, 스트레스에 대해서 어쩌면 자신의 몸안에 꾹꾹 눌러 담고 있었을지도 모르니까요.
 

3. SNS를 잠깐이라도 멀리 하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항상 마르고 예쁜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실제로도 마른 사람이 사진 보정까지 해가며 제공하는 시각적인 자극들은 우리를 더 예민하고 강박적으로 만들지요. 거울 속의 나와 그들을 쓸데없이 비교하며 내 자존감을 스스로 깎습니다. 나를 즐겁게 해 주던 음식은 나쁜 것, 부정적인 것이 되어 피해야 할 것이 되면서 단순히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를 넘어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외모와 체형을 좋아하지 않는 마음이 대인관계나 자아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사회적인 태도나 성격까지 좌우할 수 있으니까요. 

 

의, 식, 주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식입니다. 가장 큰 즐거움을 무시해가면서,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남들의 시선, 사회의 기준, 트렌드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끼워 맞추느라 지쳐버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라' 같은 틀에 박힌 말 대신 본인에게 가장 어울리고 맞는 체형과 체중을 찾길 바란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나의 성향, 생활 습관, 스타일, 체형에 맞는 몸을 가질 때,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는 자신감을 가졌을 때 비로소 아름다움이 자리할 수 있다는 것을.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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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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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써니데이 2020-01-02 21:17:34

    식이장애와 가까운 사람들게에도 여러방면으로 도움이 되네요.
    작년에는 음식을 보면 헛구역질이 났었어요. 명상과 규칙적인 생활, 긍정적인 마음가짐, 운동하기, 일기쓰기로 불안을 다스리면서 예전의 편안했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음을 돌보는 일도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제가 참 좋습니다. 그리고 이 사이트를 접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저에게 이 정신신문사이트는 최고에요. 항상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삭제

    • 도깨비 2019-12-31 10:16:25

      고등학생부터 외모가 신경쓰여 20대 중후반까지도 먹고 토하기를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고 있어요. 먹은 음식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살은 빠지지 않아요. 기사 내용처럼 먹고 토했을땐 이만큼 살이 찌진 않겠구나 라는 안도감으로.. ㅜ 내년부턴 이런 안좋은 습관을 꼭 고칠거에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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