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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우울증 환자도 행복해질 수 있나요?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12.30 00:05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종종 '정신의학신문'을 구독하고 있는 20대 남자입니다. 요즘 힘들고 피곤한 일이 많아서인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글을 올려봅니다.

저와 제 여자 친구는 1년째 만나고 있고, 1년 동안 동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둘 다 우울증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진료받고 있고, 여자 친구는 한 달 동안 지켜보니 자해나 자살 시도, 부정적인 인지 왜곡이나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평소 다니던 병원과 정신건강증진센터 상담을 권유했고, 석 달 정도는 약물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다가 현재는 약물치료만 받고 있습니다.

 

둘 다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둘의 증세나 과정, 우울감을 느끼는 정도는 굉장히 다릅니다.

저는 주변 환경에 따라, 이를테면 경제적인 문제처럼 안 좋은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비교적 평범한 기분을 유지할 때가 많습니다. 다만 한번 우울해지면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를 거의 끊어버리곤 하죠.

여자 친구는 꽤 많은 시간을 자기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자해나 자살 시도도 훨씬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저와 본인을 힘들게 할 때도 있습니다. 저와는 달리 평소에도 우울감이 높은 것인지, 생활에 일상적인 패턴이 생기지 않고, 청소나 설거지, 빨래 등을 전혀 못 하는 것도 눈에 띕니다.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만큼 그 병증에 대해서는 이해를 할 수 있지만, 가끔은 너무 힘이 들고 화가 납니다. ‘내가 지금 식모살이를 하는 건가?’ 하고요. 특히 요즘처럼 제게 너무 힘들고 우울한 시기가 찾아오면 더욱 그렇습니다.

 

여자 친구는 불면과 과수면으로 직장생활이 어렵고, 저도 불면증이나 우울증 혹은 여자 친구의 행동을 말리다가 잠이 부족해지고, 결과적으로 늦잠을 자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올해에만 취직을 7번을 했다가 모두 퇴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경제적인 어려움도 찾아오지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여자 친구나, 당시 상담을 도와주시던 선생님께서도 걱정의 말씀은 하셨습니다. ‘이렇게 만나도 괜찮을까요?’ 하고 말이죠. 그때에는 정말 자신 있었는데 요즘은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만남의 지속이 곧 행복일지 불행일지, 만약 관계를 정리한다면 여자 친구는 얼마나 상태가 안 좋아질지, 둘이 같이 키우고 있는 반려견 두 마리는 또 어떻게 할지. 참 많은 걱정과 고민이 떠오릅니다.

우울증 환자끼리 서로 연인관계를 갖는 것, 괜찮은 행동일까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두형입니다.

사연 잘 읽어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괜찮지 않을 수도, 괜찮을 수도 있습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함께 행복을 향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각자 정의하는 행복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만남이 옳다 그르다를 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연인관계에서 항상 서로의 삶에 생산적인 도움이 되는 상호작용만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고 각자의 삶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를 위해 내 소중한 것들을 내어주고 희생하는 것만이 사랑일까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희생해도 사랑해.’와 ‘희생이 곧 사랑이야.’는 비슷한 듯 다른 말입니다.

 

‘만나도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나는 왜 이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것일까?’를 생각해 보시면 구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아마 제가 알지 못하는, 두 분이 함께하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사랑을 못 할리는 없겠지요.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더 이상 서로가 함께하는 것이 행복이 아닌 듯하다면 헤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우울증으로 인한 어려움도 그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습니다.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어려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타인에게는, 비록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그 어려움을 해결하거나 책임져 줄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한 역할을 선택할 수는 있겠습니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함께 하고 싶기에 입니다. 부족한 부분까지 사랑해야 한다는 관점이 아니라, 원래 그러한 부분도 그의 일부였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면만을 골라 사랑할 수는 없다는 관점입니다.

그래서 사랑을 지속하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 이는 선택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닙니다. 두 분 모두 진료를 받고 계시니 관계에 대해서도 면담에서 풀어보시길 권해드리고, 이렇게 우울증과 증상이 있는 우리가 함께해도 될지보다는, 우리가 함께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원하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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