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도 시대마다 관심 키워드가 있다.

한때 ‘웰빙’ 바람으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사람들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적이 있다. 음식은 물론 운동법에도 웰빙을 붙여 상품화하는 것이 흔하던 시기였다. 그 이후 사람들은 잘 살기보다 자신의 상처에 집중하는 ‘힐링’을 필요로 했고, 대중은 좋은 책과 여가시간을 자기 자신에게 선물하는 것에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이후 최근 몇 년간은 ‘자존감’의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사회는 스스로 존중하고 타인이나 조직에 억눌리지 않고 스스로 건강하게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사진_픽셀


자존감의 열풍이 분다는 것은 자존감에 대해 사회가 얼마나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현상이다. 그만큼 이 사회가 억눌리고 남들과 비교하는 첨예한 양극단적 세태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에 속한 현대인들은 누구나 경쟁하고 남들과 더 나아야 하는 생존적 맥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렇다 보니 ‘나 스스로 볼 때 부족해도 참 괜찮은 삶을 살고 있구나’라고 토닥이기 어렵고, 무한경쟁에서 마음을 내놓는 만남을 접하기도 어렵다. 

자존감은 나를 규정하는 좋은 조건을 갖추어나가는 과정이라기보다 스스로 사랑하고 포용하는 과정을 배워가는 것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자존감을 높이려고 더 나은 소비를 하고 인맥관리를 하는 식의 외부적인 노력을 하기보다 ‘내가 왜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스스로 질문하는 것부터 필요하다.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나 외면하고 싶은 이유를 되짚어보는 것은 자기혐오에서 빠져나오는 단계의 시작이다.

그다음으로 자기 스스로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찾아봐야 한다. 자신과 남을 비교하거나 경쟁에서 물러나는 것도 스스로를 낮게 보는 행동이고 결과적으로 위축되기 때문이다. 성취하려고 하지 않은 행동 등과 맞물려 일정의 패턴처럼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를 통해 나도 모르게 반복하고 있는 행동들을 스스로 정리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행동들을 일단 멈춰야 한다. 스스로 제어하는 것 자체가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나를 더 힘들게 하는 환경을 하나씩 바꿔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예컨대 독이 되는 인간관계를 끊고, 나쁜 습관을 버리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자신의 삶이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위한 방향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면 틀림없이 자존감은 높아진다. 관건은 인내심이다. 이런 노력이 일발의 시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지속하는 것이 자존감을 회복하는 관건이다.

자존감을 혼자서 지켜나가기 어렵고 환경이 허락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풀어지지 않은 내면을 안고 혼자 고민하기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공감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은 자존감을 지켜나가는 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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