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 픽사베이

정신과를 찾는 환자들 중에는 ‘우울증도 유전되나요?’라며 묻는 환자들이 무척 많다. 물론 우울증은 유전병이 아니다. 유전병은 유전에 의해 발병인자가 결정되는 병을 말할진대, 우울증은 유전뿐만 아니라 무척 복잡하고 다양한 발병인자를 갖는 다인자성 질환이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우울증의 심리적 요소 뿐 아니라 생물학적 요인들이 점점 구체적으로 밝혀지면서 우울증의 유전적 요소들도 무척 주목 받고 있다. 즉, 우울증에 걸린 부모를 가진 사람들일수록 우울증이 발병할 위험이 높고, 우울증의 중증도가 심해질 위험이 높아진다는 이야기이다.

최근 미국정신과학회지(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우울증으로 진단된 환자들의 자녀를 3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보고하며 그 임상적 타당성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뉴욕 콜럼비아 대학에서 진행한 이 대규모 연구에서는 147명의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과 비우울증 부모들을 대상으로 30년간 코호트연구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우울증 부모의 자녀들은 주요우울장애에 이환될 위험이 그렇지 않은 부모의 자녀들 보다 약 3배 이상 높았고, 사춘기 이전의 발병 위험은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 그룹의 경우 사망률 또한 일반 인구에 비해 높게 보고되었다. 같은 연구는 미국 의학협회지(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도 게재된 바 있다.

이러한 연구는 우울증의 위험 집단을 선별하고 우울증이 발병하기 전에 그 소인을 고려하여 조기에 예방적, 치료적 중재가 시도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연구결과에서 볼 수 있듯, 고위험군의 우울증일수록 더 어린나이에 발병하여 더 심하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할 경우 조기 중재의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예방적 선별의 한 방안으로는 지난 7월 토론토대학과 피츠버그 대학에서 연구한 양극성장애 환자들의 자녀들을 추적 관찰한 연구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양극성장애(조울증) 환자들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추적관찰이 이루어졌는데, 양극성 장애는 우울증뿐만 아니라 조증을 포함하는 기분장애로서 우울증보다 그 유전성과 생물학적 취약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 연구에서는 조울증 환자군의 자녀들이 일반 대조군의 자녀들에 비해 우울, 불안, 그리고 정동의 불안정함을 더 많이 보고하고, 이러한 증상들이 향후 양극성 장애의 발병에 중요한 예측인자로 작용함을 밝혀냈다. 물론 이러한 조울증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단순 우울증과 비교하기엔 쉽지 않지만, 유전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는 기분장애 위험군에 대한 선별과 집중적 관찰이 향후 발병에 대한 조기 개입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잘 시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울증이 걸린 환자라고 하여 자녀가 우울증에 걸린다거나, 부모가 우울증을 가졌다하여 본인이 우울증에 걸리게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이처럼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대규모 장기 연구가 보여주듯 우울증의 유전적 취약성에 대한 접근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암이나 당뇨, 고혈압, 뇌혈관 질환등의 가족력에 대한 경계와 주의 만큼이나 기분장애에 대한 관심과 전략적 개입이 필요하다.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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