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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검진, 왜 필요할까

통계청이 올해 9월에 발표한 ‘2015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망원인 1위는 암으로 그 중 폐암의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대부분 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폐암은 치료가 가능한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발견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폐암위험이 높은 사람을 골라 정기적으로 검사하여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누구일까

폐암의 대다수(80-90%)는 흡연에 의해 발생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에 비해 폐암의 발생확률이 10배 이상 높다. 간접흡연, 석면 등에 대한 직업적 노출, 폐기종 등 일부 만성 폐질환도 폐암을 유발한다. 가족(부모, 형제자매) 중에 폐암 환자가 있는 경우에도 폐암발생이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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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검진을 받아야할까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은 폐암검진을 고려해볼 수 있다.

1. 55세 이상이면서, 30갑년 이상의 흡연을 한 사람

2. 50세 이상이면서, 20갑년 이상의 흡연을 했으면서, 흡연을 제외한 다른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e.g. 석면, 폐기종, 가족력)

 

*갑년(pack year)은 흡연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1갑년은 하루 1갑(20개비)의 담배를 1년간 피웠을 때의 흡연량을 의미한다. 하루에 담배 1갑씩 30년을 피웠다면 30갑년이 된다. 하루 1.5갑씩 30년을 피웠다면 45갑년이다.

 

어떤 검사를 받게 될까

폐암검진에는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이 이용된다. 저선량(low dose)은 환자가 검사를 받을 때 방사선에 적게 노출된다는 뜻이다. 저선량 CT는 기존 CT에 비해 검사 도중 피폭되는 방사선량이 1/10이다. 폐암검진은 환자가 정기적으로(보통 1년마다) CT 검사를 받아야 하므로 방사선 노출량을 줄이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방사선은 그 자체가 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선량 CT는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검사가 간단하고 안전하다. 조영제는 CT 촬영을 할 때 혈관에 주사하는 약물로 몸 속 장기를 좀 더 자세히 관찰하게 해주지만 드물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과거 폐암의 조기진단을 위해 가래 검사나 흉부엑스선검사를 시행하기도 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이들 방법은 폐암의 사망률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저선량 CT는 폐암의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의 부작용은 없을까

저선량 CT를 이용한 폐암검진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과잉진단이다. CT를 이용하면 폐에 있는 아주 작은 혹까지도 발견할 수 있지만 이렇게 발견한 혹의 대부분은 암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조직검사 없이 CT 소견만으로 암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암이 아니라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면 환자는 추가검사나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암을 놓칠 경우 벌어질 결과를 생각한다면 합리적인 결정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암이 아닌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부담을 주게 된다.

 

폐암검진, 그래서 받는 것이 좋을까

미국 국립보건원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5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국가 폐암검진 연구’라는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저선량 CT로 폐암검진을 하는 경우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사망률 20% 감소). 이 결과는 실제로 폐암검진의 근거가 되고 있다. 다만 연구결과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실제 100명이 검사받는 경우 29명에게 폐암으로 의심되는 혹이 발견되는데 그 중 최종적으로 암이 진단되는 사람은 2명, 결과적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폐암을 일찍 발견하여 사망을 피한 사람)은 0.3명이다. 결국 300명이 검진을 받으면 1명이 이득을 보는데,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십 명에게 과잉진단이 내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세계적인 암 진료 가이드라인인 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가이드라인은 검진 대상자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대상자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검사를 권장(recommend)이 아닌 ‘고려해 볼 것(option)’으로 언급하고 있다. 또한 검사를 받기 전에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을 하여 검진의 이득과 손해를 충분히 이해한 뒤 결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55세 이상 74세 이하의 30갑년 이상 흡연자를 대상으로 저선량 CT를 이용한 폐암검진을 시범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흡연자라 하더라도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검사의 이득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아직은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검진 대상자인 경우에는 검사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으며, 검사에 앞서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을 한 후에 결정을 하는 것이 좋다.

 

폐암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데 있어 조기검진보다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금연이야 말로 가장 효과적인 폐암의 예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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