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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는 엄마, 엄마의 마음관리법
한주희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 승인 2016.10.28 08:46
사진 픽사베이

 

어린이집을 다니는 현진이의 집에서는 아침마다 전쟁이 일어난다. 현진이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부터 아침 먹기, 양치하기 등등, 매일 하는 일과에도 익숙지 않은 듯 느릿느릿 하기만 하다. 이를 보는 엄마는 매일이 답답하다. 처음에는 시간이 다 되었으니 빨리 움직여보라고 조용히 타일러 본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조용히 타이르고 타이르다 보면 현진이가 일부러 엄마 말을 안 듣고 딴청을 부리고 있는 것만 같다. 생각해보니 어제도 그랬고 이전에도 그랬다. 순간 ‘이 놈이 나를 무시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폭발하고 만다.

 

“엄마가 지금 양치하라고 했지? 지금 밥 먹은 게 언젠데 양치도 안하고 아직까지 꾸물거리니? 어린이집 갈 시간 다 되었는데... 어제도 그랬지? 아니 도대체 엄마가 몇 번을 말해야 하니? 너 도대체 엄마 말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이게 무슨 짓이야? 엄마가 우스워? 너 하나 때문에 엄마가 얼마나 고생하고 사는 줄이나 아니? 옆집 애는 얼마나 엄마 말도 잘 듣고 착한데 너는 누굴 닮아서 그 모양이니! 그냥 나가버려 정말”

 

육아를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참을 인’을 되새기는 엄마들이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결국에는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참고 또 참다가 화를 내다보니 제어가 안 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아이에게 화를 내고 나면 결국엔 후회뿐이다.

 

화를 내면서 일시적으로 엄마의 감정이 해소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잠시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는 오히려 자신이 화를 낸 것에 대해 미안함, 자책감을 느낀다. 화를 냄으로써 상황이 해결되는 것 역시 없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또한 누구나 알다시피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화를 받아들이는 아이에게 또 다른 반감을 불러일으키거나 마음의 상처가 오래도록 깊게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엄마들이 무작정 화를 참기보다는 스스로 화를 풀고 다스리는 법을 배울 때가 아닌가 한다. 앞서 말한 사례에서와 무작정 화를 참고, 참고, 또 참다보면 너무 나가 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엄마의 ‘화’ 어떻게 다스릴까?

 

우선, 엄마는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왜 이 일에 화가 나는지 이유를 알아보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엄마는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에 크게 화가 나고, 어떤 엄마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것에, 또 어떤 경우는 행동이 느린 것에, 또 다른 경우에는 엄마의 의견에 반항하는 느낌이 드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여 화가 난다. 즉, 엄마들마다 각자 화가 나는 이유는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엄마의 경험과 생각, 감정 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 탓을 하는 것 같지만 엄마가 화가 나는 이유가 오로지 아이 탓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엄마들 각자만의 예민한 영역이 있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화가 나는 경우, 바로 화를 표현하기에 앞서서, 내가 왜 이 상황에 대해 이렇게 격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인지 엄마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화가 났을 때 이 화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생각하기보다, 거꾸로 내가 왜 화가 나는지 생각하다 보면, 엄마는 유년기 시절 자신의 엄마와의 관계에서 경험했던 것들이나 개인의 신념, 가치관, 감정들과 아이에게 화를 내는 자신이 어떠한 이유로든지 관련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를 너무 나와 동일 시 하는 것은 아닌지, 아이에게는 무엇이든 해줄 수 있다는 나의 마음 때문은 아닌지, 엄마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는 나쁜 아이라는 생각 때문은 아닌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유들이 있어서 감정 관리가 쉽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먼저 말한 사례에는, 어떤 엄마가 유독 아침 준비 시간에 화가 난다고 한다. 이는 어쩌면 본인이 과거에 아침 준비 시간에 부모에게 혼났던 경험이라든지, 지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같은 가치관과 연관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어린이집을 제 시간에 보내는 것이 아이의 양육에서 내 역할이라고 여긴다면 그 역시 시간에 더 몰두하게 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또한 스스로 자존감이 낮은 경우라면, 상대방의 행동에 쉽게 ‘무시당한다’는 감정을 느낄지도 모르는 것이다. 어쩌면 느린 행동에 대해 타인의 지적을 많이 받았던 나의 경험이 아이로 하여금 나의 단점을 떠오르게 해서 싫은 것은 아닌지, 아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진 픽사베이

 

 

그렇다면, 내 아이에게 화가 날 때 엄마는 어떤 행동을 하면 좋을까? 참고만 있자니 속이 터지고,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니 흔히 말하는 ‘분노폭발’의 형태가 될 것만 같다. 먼저 엄마가 자신의 과도한 감정 표현에 대해 인식하고 이를 고치고자 하는 마음이 든다면, 이미 많은 부분은 이루어진 것과 같다.

 

엄마가 자신이 화가 나는 상황에 대해 미리 알고,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화를 표현하기 직전의 자신의 상태를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아이가 준비를 소홀히 하면서 말을 듣지 않는 경우라면, 그 상황에 아이를 보면서 화를 내기 전,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올 때, 자신의 감정적 신호를 알아채는 것이다. 먼저 ‘아, 내가 지금 화가 나려고 하는구나’를 인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 다음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화를 내기 보다는 다른 행동을 취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심호흡을 크게 해본다든지, 숫자를 세어본다든지 하는 것은 욱하는 감정을 가라앉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무슨 소용인가?’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습관이 되면 큰 힘을 발휘한다.

 

무조건 참는 것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화를 부적절하고 과도하게 표현하기 보다는 오히려 아이에게 엄마가 화난 이유를 차분하게 설명하는 것이 의견을 전달하는 데에는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엄마는 네가 어린이집 갈 준비를 느리게 해서 화가 났단다. 어제처럼 지각하지 않으려면 좀 더 서둘렀으면 좋겠어. 아니면 엄마가 더 화가 날 것 같아’라는 말로도 엄마의 마음은 전달할 수 있다. 오히려 아이는 화를 내며 말하는 것보다 차분한 그 말을 더 잘 이해할지도 모른다.

 

아이가 반복되는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일부러’ ‘나를 골탕 먹이려고’ ‘내말을 전혀 듣지 않아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간혹 우리 아이가 일부러 나에게 이러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화나는 감정이 더 자극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화가 난 감정에 나의 생각이 휘둘리는 상태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아이 행동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아이의 부족한 점을 알려주어야 한다. 아이는 나에게 반항하려고, 대들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엄마는 혹시 엄마의 기준으로만 아이에게 바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꼭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엄마를 잘 따라오기 위해서는 엄마의 기준이 아닌 아이의 입장에서 행동 목표치와 수정 방안을 알려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가령 어린이집 갈 준비의 여러 가지 단계를 한 번에 수행하기가 어려운 아이라면, 엄마의 기준에서 양치하고, 옷 입고, 가방 챙기는, 너무나 쉽고 당연한 일련의 과정을 아이에 맞춰서 하나씩 알려준다. 또한 지금 등교 준비 이외에 아이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제한해 줄 필요도 있다. 가령, 거실 TV에서 나오는 광고에 자꾸 주의를 빼앗긴다면 아이가 준비하는 동안에는 TV를 끈다든지 하는 별거 아닌 일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는 나의 부속품 혹은 나의 아바타가 아니다. 물론 내가 보호해주어야 할 대상이지만 아이들은 점점 성장해나가고, 차근차근 본인들의 방식과 삶을 구축해나가는 개인이다. 엄마는 이를 지켜보면서 그 방향으로 잘 갈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수용이 있어야만 엄마도 자신의 감정을 보다 잘 관찰하고, 또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는 누가 뭐라 해도 우리 아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하고, 또 누구보다 잘되기를 바라는 존재이다. 이런 엄마들의 마음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이 되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엄마의 마음 관리란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엄마들도 아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므로 스스로의 시간과 여유를 즐기며 마음을 관리하는 것이 엄마로서의 정체성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주희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silvery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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