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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극복 - 내 마음으로 가는 휴가휴식은 때때로 어떠한 명약보다 중요하다
이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11.25 00:40

[정신의학신문 : 이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0대 중반의 김대표는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들은 김대표를 부러워한다. 매출도 안정되었고, 사업은 점점 성장하고, 직원들과의 관계도 좋은 편이었다. 지난 10년간, 어려운 여건에서 시작한 사업을 이 자리까지 키우는 동안 김대표는 쉬지 않고 일해왔다. 하지만, 요즘 들어 김대표는 자꾸만 ‘은퇴’를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남들에게 알리지 않았지만 혼자 있게 되면 왠지 허무하고, 우울한 기분도 든다. 몸은 늘 피곤하지만 쉴 수가 없었다. 이전에는 일이 재미있었지만, 요즘은 반복되는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 몹시 괴롭다. 이전에는 회사 사람들의 의견도 경청하며 유연하게 업무 결정을 했지만, 요즘은 직원들 말이 도무지 들리지 않는다. 결정은 독선적으로 내리고, 직원들에게도 쉽게 화를 내고 만다.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면 문제가 생길까 불안하고 기억력마저 자꾸 나빠지는 것 같다. 두통이 계속되어 병원에 갔더니 고혈압과 긴장성 두통 진단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대표는 정서적 탈진, 번아웃(Burnout) 상태라고 진단할 수 있다. 때때로 건강한 사람도 심한 육체적 노동 지속하는 경우에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더 이상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탈진되는 현상을 경험한다. 우리의 정신활동에도 탈진현상이 있다. 이것을 흔히 정서적 탈진, 번아웃이라고 일컫는다.

번아웃이라는 용어는 원래 항공우주 분야에서 사용되었던 말이다. 우주를 향해서 발사된 로켓이 가지고 있던 모든 연료를 다 소모한 후에도 잠시 그대로 날아가는 상태를 뜻한다. 겉으로 보면 로켓이 진행하던 속도로 계속 날아가고 있기 때문에 마치 연료가 계속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곧 소진된 연료로 인해 추진력은 약해지고 로켓은 점차 추락하게 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번아웃의 원리가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탈진 상태를 설명하는 데에도 유용하다는 사실이다. 즉, 건강한 삶을 살던 사람이 오랫동안 과중한 심리적, 육체적 스트레스와 좌절을 경험하게 될 때, 겉으로는 표가 나지 않지만, 내면적으로는 우울한 기분과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의 고갈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_픽셀

 

번아웃 상태인 사람에게 관찰되는 모습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극도로 피로하다는 것이다. 심한 피로감이 지속되면 나에게 주어지는 어떠한 일도 해낼 자신이 없어지게 된다. 두 번째는 대인관계에서 갑작스럽게 감정이 폭발하고 예민해지고, 쉽게 화를 내게 된다. 특별히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가 생겨난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의 수고와 노력을 알아주지도 않고 고마워하지도 않는다.”라는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이러한 대인관계에서의 스트레스는 점차 사람들을 멀리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회의나 모임, 친목회 등의 모임에 더 이상 가고 싶지 않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늘 화가 나 있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어진다.

번아웃 상태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주위 사람의 필요나 감정적인 변화를 도무지 공감할 수 없게 되고, 마치 심장이 돌처럼 차갑고 단단하게 변해버린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다른 사람의 필요에 무관심하게 되면서 가정 내에서, 직장에서 잦은 마찰이 일어난다. 이러한 정신적인 탈진은 결국 업무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마치 로켓이 서서히 하강하는 것처럼, 업무의 능률도 서서히 떨어지게 된다. 일의 효율이 떨어지면 더욱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자신감을 잃게 된다. 일에 대한 열정이 사라지고 일을 미루고, 연기하는 버릇이 생겨난다. 탈출, 벗어나고 싶은 마음, 은퇴라는 단어가 수시로 떠오른다. 내면적인 지루함과 공허감으로 술, 담배, 도박, 약물을 의지하게 되기도 한다. 그 결과 업무 수행의 저하, 결근, 업무 환경에 대한 불만이 많아지게 되고 실제로 조기 퇴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모든 사람이 탈진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특별히 지속적으로 누군가를 도와야 하고, 보호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기업의 대표도 정서적 탈진에 빠질 위험성이 매우 높은 직종이다. 주변에서 정서적인 지지와 조언, 도움을 받기 어렵고, 신체적 과로에 자주 노출되며,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신의학적으로 번아웃을 설명하자면, 가벼운 정도의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다. 가벼운 우울증은 충분한 휴식과 스트레스 조절 등으로 어렵지 않게 호전이 된다.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1. 충분한 수면을 갖자. 수면은 신체적 피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또한, 좋은 수면은 교감신경계를 안정화하고, 뇌기능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2.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을 갖는 것은 정신적인 재충전에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좋은 책을 통한 자기감정의 성찰은 훌륭한 치료제가 될 것이다.(이무석 저, “30년 만의 휴식”을 추천하고 싶다.)

3. 반복되는 생활로부터 잠시 벗어나는 것이 좋다. 핸드폰을 끄고 소박하지만 편안한 1박 2일 가족 여행을 가보자. 여행은 매우 효과적인 기분전환 방법이다.

4. 정보의 결핍은 지나치게 경직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며, 상당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내 일과 관련해서 전문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점심 식사를 함께 해 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실제적인 도움을 구하는 용기를 내보자.
 

한 가지 유념할 점은 이러한 번아웃을 반복해서 경험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만일 주기적으로 정서적 탈진을 반복하고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에, 신체적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고혈압과 소화장애가 대표적이다.). 또한, 불안감과 우울증의 정도가 점점 깊어져, 주요 우울장애나 조울증, 기분부전장애, 다양한 형태의 중독과 같은 치료가 필요한 정신과적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만일 자주 정서적인 탈진상태에 빠진다면,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서 무엇이 번아웃의 원인이 되고 있는지 우선 명확하게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서 번아웃의 패턴과 무의식적 원인을 발견하여 감정적 소진을 줄이고 삶의 기쁨과 만족감을 찾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진정한 휴식은 마음의 휴식

많은 사람들이 힐링과 휴식을 원한다. 힐링과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위한 첫걸음은 뭘까? 그것은 아마도 내 마음이 지금 어디쯤 있는지 잠시 들여다보는 시간일 것이다. 이때, 내가 보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감정이나 불편한 생각들도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심리적 현실이라면 피하거나 없애버리려고 애쓰지 말자. 대신에 내 감정을 인정해 주고, 고통스러운 감정과 관련된 나의 심리적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내 마음의 현실이 이해될 때만이 나의 감정적 어려움도 조절되고, 안정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Burnout 체크리스트

1. 충분히 잠을 잤지만, 여전히 피곤하다.
2. 내 일에 대해서 만족감이 들지 않는다.
3. 뚜렷한 이유 없이 슬픈 감정이 든다.
4. 너무 자주 건망증을 경험한다.
5. 내 주위 사람들에게 매우 날카롭고 공격적이다.

6. 회사에서건 사적인 관계이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피한다.
7. 일에 대한 염려 때문에 잠들기 힘들다.
8. 예전보다 훨씬 자주 몸이 아프다.
9. 일에 대한 나의 태도는 “이것을 꼭 신경 써야 하나?”이다.
10. 대인관계의 갈등을 겪고 있다.

11. 업무효율이 기대보다 한참 떨어진다.
12. 기분을 좋게 하려고 술이나 담배, 기타 약물을 찾게 된다.
13.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는 것이 고통이다.
14. 예전보다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15. 내가 하는 일이 지겹고 지루하다.

16. 일을 열심히 하지만, 얻는 것이 별로 없다.
17. 일에 있어서 자꾸만 좌절스럽다.
18. 출근하는 것이 싫다.
19. 사교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20. 성적 욕구가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21. 일을 하지 않을 때 거의 대부분 TV를 본다.
22. 내 일에 대해서 기대할 만한 것들이 별로 없다.
23. 쉬고 있을 때에도 일에 대해서 염려한다.
24. 일과 관련된 감정상태가 내 개인적 관계(가족, 친구)를 방해한다.

 

24개 항목 중 12개 이상에서 “그렇다.”라는 답을 한다면, 번아웃일 가능성이 크다.

 

이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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