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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내 마음] 44. 힘겹게 까치발을 딛고 사는 삶의 정신의학적 의미 (feat. 집사부일체 김건모)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11.10 01:50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일요일(2019년 11월 3일)에 TV에서 ⌜SBS 집사부일체 김건모 편⌟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생각 없이 보고 있다가 스쳐 지나가는 한 장면이 너무 인상에 깊어 글로써 공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럴 때마다,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의 자리에 올라간 사람은 그만큼 정신적 내공 또한 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신적 내공 없는 진정한 성공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기에 ‘정신건강이 제일 중요합니다.’라는 순환논리를 주장하고픈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1인입니다.

 

김건모 씨가 방송에서는 철없는 모습을 많이 보이기도 하는데, 내면의 생각의 깊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먼저 저의 마음을 울렸던 장면부터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이승기 씨가 김건모 씨에게 이런 질문을 먼저 던집니다.

“사부님은 너무 레전드 기록을 많이 세우셔서 성취욕이나 그런 게 더 생기실 수 있잖아요.”

이때 김건모 씨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부정을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런 거 없어. 인기의 끈을 빨리 놓으면 세상이 너무 재미있어. 인기가 뭔 줄 알아? (갑자기 일어서서 까치발을 들며) 이게 인기야. 이게. 이러고 모래사장을 가면 발자국이 안 남잖아. 까치발을 딱 내려놓지, 그러면 굉장히 편해 보이지? (까치발을 들며) 이게 인기야. (까치발을 들고 걸으며) 불편해 보이지? (까치발을 내리고) 딱 내려놓고 걸어야 내 발자국이 삭 남는 거야.”

 

사진_픽사베이

 

너무나 멋진 비유이지 않습니까? 정신건강의 핵심을 잘 짚어주는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40연재 넘게 공유하고자 했던 내용과도 일맥상통하고요. 인기가 높아지면 거기에 맞춰 이상화된 자기상과 자신을 동일시하기가 쉽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까치발을 딛게 되죠. 까치발을 더 높이려고 애쓰죠. 하지만 그래 봤자 자신의 실제 키가 커지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좀 더 낫게 보이려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비단 연예인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잘 보이기 위해서 나의 실제 모습은 가리고, 까치발을 들며 애쓰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자신이 그러고 있는지도 모를 때이죠. 그런데 이 까치발을 인식하고 김건모 씨 말처럼 내려놓을 수 있다면 세상이 재미있어지고 편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나’로서 살아야 합니다. ‘내 안의 실제 나’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우리는 사는 게 힘겨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늘 까치발을 들고 살려면 얼마나 힘겹겠습니까. 당장의 달콤한 선악과를 먹겠다고 까치발을 들기 시작하면 우리 인생은 막말로 말리기 시작합니다. 한번 시작하면 까치발을 더 높이 드는 데에만 에너지를 쓰게 되죠. 실제 내 모습이 어떤지는 새까맣게 잊은 채로요. 김건모 씨 말대로 까치발을 내려놓으면 그제야 발자국이 생기는 겁니다. 까치발은 실제 내 모습이 아니니까요. 까치발을 내려놓아야 ‘실제 내 모습’ 있는 그대로 세상에다 족적을 남길 수 있는 것이지요.

 

김건모 씨의 이야기가 저에게 더 인상이 깊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저에게 상담받고 있는 내담자가 정확하게 동일한 표현을 하셨었거든요. 상담을 받다 보니까 자신이 그동안 까치발을 딛고 살아왔었다는 게 보이기 시작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까치발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자연스럽게 그 까치발을 내려놓게 되더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또 그 까치발을 내려놓으니까 불안한 마음도 동시에 줄게 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동안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았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제 내담자는 이렇게도 표현하였었습니다. 

“까치발을 내려놓고 났더니 그제야 세상이 있는 그대로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세상이 참으로 선명해졌습니다.”

맞습니다. 까치발을 든 채 바라보는 세상은 왜곡되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까치발을 들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날 더 존중해주지 않는 거지? 날 더 우러러봐야 할 거 아니야.’ 이런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맞춰주지는 않지요. 그러면 우리에게는 세상에 대한 분노가 쌓이게 됩니다. 설사 알아준다 하더라도, 우리는 실제 내 안의 모습이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불안에 휩싸여 살 수밖에 없습니다.

제 내담자분은 그 까치발을 내려놓고 났더니, 내가 나를 보는 그 모습 그대로, 세상이 나를 보아주기 시작하였던 겁니다. 그 차이가 없어지니, 분노할 일도 없고, 불안해할 일도 없게 되는 것이지요. 예측하는 대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입니다. 세상이 선명해진 것이지요.

여러분도 이러한 과정을 겪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어떤 까치발을 들고 살고 있는지를 살펴보신다면, 세상이 좀 더 선명해지고 재미있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까치발은 무엇인가요?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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