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남성입니다.

제가 가진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우연히 성인 ADHD라는 병을 알게 되었어요. 우연히 인터넷에서 검사를 해보니 정말 해당되는 부분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질문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의 증상은 이러합니다.
 

1. 생각이 많아져서 꼬리에 꼬리를 물어 걱정하며 밤에 잠들기가 어렵습니다.

2. 공부하려는데 집중력이 5분을 못 가고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저를 발견합니다. 좋아하는 영화를 봐도 컴퓨터로 볼 때는 다시 돌려보곤 합니다. 저도 모르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서 앞의 내용은 지나가 있으니까요

3. 누가 얘기하면 바로 알아듣는 데 힘들 때가 많습니다.

4. 쉽게 까먹습니다. 누가 심부름을 시키고 차에 내려서 일을 보고 난 후 심부름을 해야 할 차례인데 그걸 까먹고 심부름 값으로 받은 돈도 발견되면 ‘웬 돈이지’ 하면서 ‘땡잡았다’ 생각하더라고요. 기억을 못 해요, 그 돈을 왜 받았는지. 심지어는 신발 끈이 풀려 있었는데 어느새 신발을 보니 묶여 있더라고요. 저는 왜 묶여 있는지 기억 못 하고요. 외출할 때는 혹시나 지갑을 놓고 왔을까 봐 가방을 봤는데 역시나 집에 놓고 와서 다시 집에 들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5. 책조차 여러 번 읽어야 이해가 가능합니다. 이 부분은 성인이 되고 나서 괜찮아진 거 같습니다. (최근에 책을 안 읽어서 못 느끼는 걸 수도 있습니다.)

6. 우울하게 6년을 보냈으며 현재는 불면증과 무기력증을 앓고 있다고 추측합니다.

7. 어렸을 때 산만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위의 증상을 볼 때, 과연 제가 ADHD 맞을까요? 이건 다른 질문인데 임상범위 DSM진단기준이란 무엇인가요? 임상범위 DSM진단기준 표에 적혀있는 것은 해당 병이라는 뜻인가요? 궁금합니다.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두형입니다. 자신의 증상이 성인 ADHD인지에 대한 질문을 올려주셨네요.

말씀 주신 주의력 결핍/과잉 행동장애(ADHD)는 적절한 주의 집중력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련의 증상 증후군을 말합니다. 소아 때부터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가 많고, 성인이 되며 자연히 증상이 호전되기도 하지만 일부 혹은 전체 증상이 남아 성인기에도 지속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최근 성인 ADHD로 인한 어려움이 대두되는 추세입니다.

구체적인 증상은 크게 주의력 결핍군과 과잉 행동군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주의력 결핍으로 인한 증상의 경우에는 지속적인 업무 수행 및 업무 완결의 어려움, 해야 할 일의 망각,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한 대인관계 문제, 계획적인 일상생활 관리의 어려움 등이 있습니다. 과잉 행동의 증상으로는 정서 및 행동 안정의 어려움, 과소비,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 알코올이나 담배를 비롯한 물질 남용, 게임 중독, 사직이나 이혼 등 충동적인 중대사 결정, 법규 위반 등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증상들의 경우에는 주의력 결핍의 양상을 의심할 수 있겠으나, 단순히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 증상이 발현된다고 해서 해당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ADHD의 경우 여러 기분 장애, 불안 장애 등 타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또한 우울증을 비롯한 다른 질환들로 인한 증상이 ADHD의 증상과 부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보다 자세한 이전 증상의 경과, 현재 발현되는 증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 등이 필요합니다.

 

글을 미루어 보면 이전 우울 증상을 경험하신 적이 있으신 듯하고, 무기력증과 불면증은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 중 일부입니다. 앞서 언급해 드렸듯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 실행능력의 저하는 표면적으로 주의력 결핍의 증상과 유사해 보일 수 있습니다. 이전 경과와 현 상태에 대한 좀 더 정확한 평가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들러 상의해 보시는 것을 권고드립니다.

DSM은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의 약자로, 미 정신의학협회에서 출판하는 정신질환 진단 및 분류 도구로써, 정신과 환자의 진단 및 연구에 가장 널리 쓰이는 진단 도구 중 하나입니다. 면담을 통해 진단 기준에 해당하는 증상들이 있는지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면밀하게 평가하여 진단을 내리는 데 활용하며, 말씀하신 대로 진단 기준에 해당하는 증상들이 부합하면 해당 질환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드린 바와 같이, 겉으로 유사한 증상이 각기 다른 질환에서부터 비롯될 수 있고, 여러 질환이 중첩된 경우도 있으며, 끊임없이 환자의 증상과 경과는 변화하기 때문에 현재 환자가 겪는 어려움이 어떤 진단과 가까운지를 평가하고자 할 때, 단순히 증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맞추어 보는 식으로는 진단적 접근이 어렵습니다. 환자의 전반적인 삶 전체와 함께 증상의 경과를 파악하여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합니다.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