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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걱정)과 함께 살기 : 환자와 보호자의 입장에서
장현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10.07 02:08

[정신의학신문 : 장현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답장이 늦으면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이 되는데 그런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아서 속상합니다.”

 

사진_언스플래시

 

A씨는 아내가 외출해서 연락이 잘 안 되거나, 문자에 대한 답장이 늦어지면 '사고 난 것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어서 안절부절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답장이 올 때까지 연락을 하게 되는데요, 그러다가 연락이 되면 무사하다는 생각에 순간 안심을 하지만 이내 다시 화가 납니다. '이렇게 걱정하는 것을 알면서 왜 연락을 안 받았지? 날 배려하지 않는 건가? 벌써 이게 몇 번째인데 이런 사소한 것도 고쳐지지 않는 거지?'

B씨는 남편의 연락에 늘 신경을 써야 해서 피곤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일이 별로 없을 때는 바로 답을 해줄 수 있지만 불가피하게 연락을 못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남편은 배려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면서 화를 내고, 왜 나만 사과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직장에 가거나 친구와 있는 것을 뻔히 알 텐데 뭐가 그렇게 위험하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잘 안 갈 때도 많습니다. 그걸 당신 걱정이 지나쳐서 그렇다고 말하면 또 싸울까 봐 억울하지만 또 참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은 부부, 연인뿐 아니라 부모-자녀 간에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분명히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데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갈등의 씨앗이 됩니다. 

 

정리해보면, 

불안이 높은 사람(A) -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혹시 위험해지지 않을까?’

연락이 안 되면 → ‘사고가 났나?’ (과도한 걱정, excessive worry)
연락이 되면 → 안도가 되지만, 불안을 겪게 한 상대방(B)에 대한 서운함, 화가 나기도
 

보호자(B) -날 많이 생각해주고 걱정해주는 A

연락이 안 되면 → 'A가 많이 걱정할 텐데' 생각하다가도 '왜 편하게 있지 못하지?'라는 생각에 속상하기도

 

사진_픽사베이

 

[Solution]

평상시에 걱정이 많은 A의 경우 

내가 걱정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첫 번째입니다. 흔히 저울로 설명하는데요. 어떤 물건을 샀을 때 그릇의 무게만큼을 빼야 하는 것처럼, 상황 자체(물건)를 보려면 과도한 불안(그릇의 무게)을 인지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즉, 연락이 안 되거나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서 불안을 더 가중하는 내 생각 혹은 걱정을 찾아야 합니다. 찾는 과정에서 동일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친구나 지인의 생각, 감정을 들어보는 것도 좋고, 과거의 경험을 통해 내 생각처럼 일어난 적이 있는지 생각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상황에 비해 과도한 걱정을 찾아낼 수 있으면 그것으로도 괜찮습니다.

두 번째는 불안을 표현하기보다 받아들이는 것입니다(accepting your anxiety). 불안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다 보면, 연락이 잠시 안 되어도 꼭 사고가 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고 내 불안 때문에 악화된 상황을 점차 견디기 쉬워집니다.

마지막으로 일상에서도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걱정은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고, 또 이 미래는 부정적으로 편향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찰나의 순간에 내가 어떤 상태에 있고 무엇을 하는지 내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오롯이 볼 수 있다면 훌륭합니다. 이를 위해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 요가(yoga), 운동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

 

보호자(B) 입장에서 

첫 번째, 상대방의 행동에 대응하기보다는 걱정을 인정해주세요. 다 맞춰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연락이 안 되는 상황에서 상대방(A)이 왜 화내는지 얼마나 불안했는지에 대해 생각하려고 노력하면서 바로 대응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두 번째, 상대방의 걱정을 수용해주세요. '많이 걱정했구나, 그러게 힘들었겠네.' 이런 말만으로도 가능합니다. 당신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불안이 높은 사람(A)의 입장에서는 한편으로는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며 스스로가 보호자(B)의 모습을 모델링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금이라도 걱정을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이 있으면 칭찬해주세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합니다. 걱정과 싸우는 상대방에게 힘을 주세요.

 

환자가 불안으로 인하여 어떻게, 얼마나 힘든지 외부에서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부분 삶에서 많은 불편함을 주며 스스로의 노력,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불안이 지나치면 굉장히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해를 해보려고 노력한다면 그저 불안으로 인해 힘든 상태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불안은 만성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치료과정에 있더라도 이전의 불안을 유지하는 생활로 돌아가려는 관성이 있고, 이런 호전/악화의 과정에서 환자나 보호자는 많이 지치게 됩니다. 하지만 불안에 대해 잘 알려고 노력하고, 행동 혹은 생각의 방향만 잘 맞춘다면 분명히 편해질 수 있으므로, 불안으로 인한 불편감이 지속된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장현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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