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써니 전생치료 장면 (미스터리 특공대)

 

“우리는 식민지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소녀시대 써니의 사진이 최근 몇몇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되었다. 2008년도에 방영된 ‘미스터리 특공대’라는 프로그램에서 했던 실험인데, 사실 이 실험은 세 가지 비밀이 있다. 

 

정신질환은 약으로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당뇨나 혈압처럼 평생 관리는 가능하다. 완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환자분들이 비의학적인 치료를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시도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질환을 완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비의료인은 늘 존재해왔고 현재도 존재한다.

그런 비의학적 치료 중 하나가 최면을 활용한 “전생 치료”이다.

전생 치료를 주장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전생을 알게 되면, 현재의 힘든 삶을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전생 치료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실험이 바로 소녀시대 전생 체험이다. 

 

전생체험을 한다는 것만 알고 방문한 소녀시대에게,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유관순 열사에 대한 상징물들을 의도적으로 보여준다. 태극기, 유관순 이름이 적힌 간호사 명찰, 독립운동 관련 사진들을 스쳐 지나가듯 보여준 뒤, 진료실에 들어가 전생을 주제로 최면을 건 것이다. 그 결과 실험에 참가한 소녀시대 중 대부분이 자신이 전생에 유관순 열사라고 최면 중에 말하게 됐고, 이 장면이 현재 이슈가 된 것이다. 전생 치료의 허구성을 보여주기 위한 설계가 이 실험의 첫 번째 비밀이다. 

그래서 이 장면만 본 사람들이 소녀시대에 유관순이 뭐 이리 많냐며 우스워했다. 전생 치료가 허구임을 다들 알고 재미있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들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다. 

먼저 암시를 이용한 최면이 사람의 감정을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누군가 소녀시대에게 가서 “여러분 중 전생이 유관순인 사람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누가 그 말을 믿고 눈물을 흘렸을까. 하지만 최면을 활용하면, 우울이나 불안 같은 피하고 싶은 감정을 줄이거나 사라지게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최면 치료는 실제로 정신과 병의원에서 공식적으로 처방을 받아 치료받을 수 있다. 실제로 소녀시대가 방문한 곳도 정신과 의원이며, 최면을 건 사람도 정신과 전문의이다.

 

정신과 상담 치료 대부분은 언어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말로 정신과 의사에게 잘 표현해야 정신과 의사가 현재 상태를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신과 의사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해야 환자의 삶에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언어 능력이 부족한 환자들도 우울과 불안을 호소한다. 이런 분들 중 일부는 언어로 하는 상담 치료를 하는 것보다, 마음속에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고 그 이미지를 치료자가 변화시켜 우울과 불안을 극복하게 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심지어 담배 금단 증상이 너무 고통스러워 최면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깊은 얘기를 할 필요 없이 증상만 일시적으로 줄이면, 담배를 완전히 끊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소녀시대 레전드 전생의 마지막 비밀은, 바로 ‘몰입’이다. 지금 자신에게 ‘나는 유관순 열사다.’라고 아무리 말해봤자, 아무 느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험 당시 소녀시대는 연기를 한 것이 아니라 정말 자신들이 독립운동 한복판에 있음을 느꼈었다. 실제로 최면 치료의 시작은 환자를 치료자의 말에 집중시키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최면은 집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애초에 걸릴 수가 없으며, 자는 상태에서 최면은 불가능하다. 눈을 감고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이지 자는 것이 아니다. 

이런 몰입은 가상현실 기기가 발전하고 상용화되고 있는 지금 가상현실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으며, 반대로 너무 가상현실에 빠져있을 때 빠져나오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이미 가상현실을 활용한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 기기는 개발되어 있으니 기기와 접목하여 치료적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많은 분들이 정신과 의사가 하는 최면 치료와, 의사가 아닌 사람이 하는 최면 치료가 차이가 있냐고 궁금해한다.

가장 큰 차이는, 의사가 아닌 사람이 하는 최면 치료는 치료가 아니라 그냥 최면이라는 것이다. 의사는 치료를 하기 전에, 이 치료를 받으면 어떤 증상이 어느 정도까지 개선될 것이라는 설명을 하고 동의한다면 치료를 시작한다. 이런 설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치료로 인정받기 전 이미 많은 연구에서 어떤 증상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여러 번 증명됐기 때문에, 효과와 한계를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에게 효과뿐 아니라 한계를 명확하게 얘기해줘, 다른 치료 방법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비 의사가 하는 최면은 이런 연구를 근거로 효과와 한계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개인의 경험으로만 비현실적인 효과를 주장하며, 더 좋은 치료로 가는 길을 막는다. 

완치가 없는 만성질환은 고통스러우며, 그래서 종종 상식 밖의 치료를 시도하기도 한다. 최근 강아지 구충제를 말기 암 치료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유튜브가 확산된 것도 이런 시도 중 하나이다. 사람이기에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흔들림에 대해 주치의와 한 번이라도 상의한다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주치의도 사람이고 흔들려 본 적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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