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ADHD로 진단받고 약(콘서타)을 복용하고 있는 고등학생입니다.

워낙 어릴 때부터 ADHD로 치료받고 있고, 학교생활이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우울증이 심하고 감정 기복도 심한 편입니다.

그런데 ADHD약을 먹으니 우울감이 더 증폭되는 거 같아요. 집중력이 나아져서 공부는 그럭저럭 되는 것 같은데, 약을 먹어도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런 기분… 그래서 공부를 안 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약물복용 전에도 무기력은 심했는데 약 복용 후엔 무기력과 기분 처짐이 더욱 심해져서 가끔 살기 싫고, 그냥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자주 합니다. 예전에 집중력이 떨어져 있을 땐 가장 중요한 공부가 내 뜻대로 안 돼서 자살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냥 살고 싶은 의지가 없는 것 같네요. 자해를 가끔 했는데 약물복용 후엔 더 하고 싶어 집니다.

약물복용 후 3개월 만에 몸무게가 10kg 정도 빠져서 키가 168인데 몸무게도 41kg까지 찍었습니다. 식욕도 많이 줄었고요. 3개월 정도 약물복용하다가 엄마가 시체처럼 하루하루 죽을 날 기다리듯 지내는 걸 보고 약을 중단하길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먹고 싶지 않아서 복용을 중단했고요.

ADHD 약을 먹으면 우울한 느낌이 심해지는 것이 당연한가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찬영입니다.

작성하신 내용 잘 보았습니다. 먼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질문자분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자세한 사정을 몰라 확실하게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작성하신 내용에 대하여 답변드리겠습니다.

먼저 약물 치료적으로,

콘서타는 일반적으로는 ADHD에 효과를 보이고, 부가적으로 우울감, 무의욕 등에도 효과를 보이곤 하는 약물입니다. ADHD를 가진 분들은 대개 집중력이나 산만함이 오래되다 보니 생활이나 대인 관계에 제약이 생기고, 이로 인해 우울감이나 무의욕과 같은 우울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더러 있어, 치료를 통해 이러한 부분도 이차적으로 나아지는 거죠. 

하지만 우울감이 더 심해지는 것 같은 느낌, 자살에 대한 생각이 심해지는 것은 일반적인 부작용은 아닙니다. 만약 이러한 부분이 보인다면 ADHD 외에 기존의 우울증이 더 심해지는 경우나, 매우 드물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마 산만함이나 집중력 저하와 같은 ADHD에 가려져 있는 우울 증상들이, ADHD 증상이 호전되면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체중 감소는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긴 하지만 정도가 심한 편입니다. 전반적인 내용을 볼 때 복용하셨던 콘서타가 잘 맞지 않고 효과가 부족하거나, 매우 드문 부작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겠네요.

 

약물복용 이후 발생한 어려움 때문인지 이런저런 생각이 드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약물치료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중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담당하시는 선생님과 상의하셔서 약물을 조정하고 적절한 약물을 찾아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습니다. 더군다나, 말씀하신 내용처럼 자해나 자살처럼 좋지 못한 생각들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적인 적극적인 치료가 꼭 필요한 상태입니다. 직접 방문하셔서 상담해 보시길 강하게 권유합니다.

 

글을 읽다 보니, 작성자분께서 스스로 자신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너는 할 수 없어' '너는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이런 느낌처럼 말입니다.

ADHD 증상이 있는 경우 집중하지 못하거나 실수를 함으로써 주변의 비난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하여 나를 탓하게 되고, 점차적으로 자신감을 잃게 되고... 새로운 일을 하면서 다시 실수하게 되고... 이런 부정적인 사이클이 반복되는 경우를 보게 되곤 합니다.

질문자분의 잘못보다는 증상으로 인한 어려움입니다. 증상이 잘 치료되고 나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합니다. 아무 증상개선이 되면 질문자분의 바람처럼 연구원이나 다른 직업, 활동에서의 성과도 분명히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일 겁니다. 과정에서 적절한 약물치료, 행동치료, 상담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질문자분의 자세한 사정을 몰라서 말씀을 드리는 데 제한이 되네요. 담당하시는 선생님과 심도 있게 상의하고 좋은 치료를 꼭 받으시길 바랍니다. 

부족한 답변이지만 도움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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