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한경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이하 SSRI)는 우울증치료제 중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널리 사용하는 약입니다. 또한, SSRI는 우울증뿐만 아니라 불안증에서도 많이 사용되며 둘 모두에서 효능이 뛰어납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SSRI는 가라앉고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의욕을 높여주는 아주 멋진 치료제(Magic Bullet)인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유용한 SSRI는 안타깝게도 ‘성기능저하’라는 부작용을 갖고 있습니다.

힘든 마음을 달래기 위해 큰맘먹고 정신과에 왔다가 처방해준 약을 먹었더니, 가뜩이나 매사에 흥미는 없고 걱정도 많은데 성생활마저 어려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 마음이 더욱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본 기사는 SSRI와 연관된 성기능저하 및 그 해결책에 대해 문답식으로 알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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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SSRI를 복용하면, 성기능저하가 얼마나 많은 경우에서 발생하나요?

: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80% 정도이며, 남녀 모두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Q2. 성기능저하란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을 말하나요?

: 성적 흥미 감소, 생리적 성 반응의 약화(예: 발기부전, 질액분비감소), 사정 지연, 절정감 저하 등을 일컫습니다. 남성은 성적 흥미 감소가 여성은 생리적 성 반응의 약화가 두드러집니다. 

 

Q3. SSRI를 복용했을 때, 성기능저하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아직 정확한 기전을 알 수 없으나 SSRI가 척수에 위치한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하여 생리적 성 반응을 어렵게 하고, 뇌에서 분비되며 성적 활동을 증가시키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작용을 직간접적으로 억제하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Q4. 한번 발생한 성기능저하는 언제까지 지속되나요?

: 대부분의 경우 SSRI를 복용하는 한,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SSRI를 중단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니 만약 성기능저하를 겪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안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Q5. 성기능저하가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치료자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먼저 성기능저하가 일어나는 원인을 파악합니다. 성기능저하는 신체 질환, 심리적인 요인, SSRI 외 복용 약물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므로, 여러 가능성을 살핍니다. 그러나 현재 복용 중인 SSRI에 의한 성기능저하가 확실하다고 하여도 치료 효과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즉각 약을 중단하거나 감량하거나 혹은 다른 약으로 대체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므로 때로는 스트레스 관리, 금주와 금연 등과 생활습관의 변화를 우선적으로 권유하기도 합니다. 또한 Scheduling Sex Activity(예: 성관계를 한 후에 약을 복용하기, 하루 정도 휴약기 갖기), Vibratory Stimulation(여성의 경우) 등과 같은 행동적인 요법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Q6. 성기능저하가 있어도, SSRI를 계속 복용해야 하나요?

: 성기능저하는 특히 환자 입장에서 큰 이슈여서, 우울 증상이나 불안 증상의 개선 효과를 상회하는 경우에는 기존 SSRI를 복용하는 것이 어렵게 됩니다. 이런 경우 보통 성기능저하가 적다고 알려진 우울증치료제인 부프로피온(Bupropion)이나 머타자핀(Mirtazapine)으로 대체하거나 혹은 기존의 SSRI 용량을 줄이고 함께 처방할 수 있으며, 남성의 경우 비아그라와 같은 성기능개선제를 통해 일시적으로 성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비약물적 치료인 정신치료(=상담치료 혹은 심리치료)를 더욱 강화하거나 우울증의 경우 부가적인 치료로 인정받은 경두개 자기자극술(rTMS)과 같은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겠습니다.

 

 

맺음말

만족스러운 성생활은 인간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며, 정서적·신체적·사회적 안녕감을 가져주는 핵심적인 기능을 합니다. 또한, 성기능 문제는 약물 순응도를 떨어드리고 환자를 불안하게 하며 치료자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결국 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SSRI로 인한 성기능저하는 의학적으로 반드시 개입해야 할 일종의 응급 상황입니다.

이에 치료자는 성 이슈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그동안의 태도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변화해야 함은 물론, 환자는 망설이지 말고 자신의 증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함께 협력한다면, 우울과 불안을 극복하는 데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신과 의사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하며, 해결의 경험 역시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 참고문헌

1. 대한정신약물학회. 임상신경정신약물학 제3판. 서울: 시그마프레스;2019.

2. Stephen M. Stahl. Stahl’s Essential Psychopharmacology: Neuroscientific Basis & Practical Applications 3rd edition. Cambridge UP;2007.

3. Wang SM, Han C, Bahk WM, Lee SJ, Patkar AA, Masand PS, Pae CU. Addressing the Side Effects of Contemporary Antidepressant Drugs: A Comprehensive Review. Chonnam Med J. 2018 May;54(2):101-112. doi: 10.4068/cmj.2018.54.2.101. Epub 2018 May 25. Review.

4. Lorenz T, Rullo J, Faubion S. Antidepressant-Induced Female Sexual Dysfunction. Mayo Clin Proc. 2016 Sep;91(9):1280-6. doi: 10.1016/j.mayocp.2016.04.033. Review.

5. Baldwin DS, Manson C, Nowak M. Impact of Antidepressant Drugs on Sexual Function and Satisfaction. CNS Drugs. 2015 Nov;29(11):905-13. doi: 10.1007/s40263-015-0294-3.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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