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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적게 자면 치매에 걸린다? - 노인과 수면
엄유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8.10 02:57

[정신의학신문 :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엄유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간은 인생의 3분의 1을 수면에 쓴다고 합니다. 학습과 기억력, 육체 건강, 정신 건강 모든 영역에서 수면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치매의 근본적 치료를 위한 약물 개발 과정에서 임상시험이 실패로 끝나면서 조절 가능한 치매의 위험인자를 찾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 흐름 속에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수면과 치매의 관계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진료 현장에서 많은 노인 분들이 다양하게 수면 문제를 호소하실 때가 많습니다. 노인 불면증에 대한 유병률에 대한 대규모 국내 연구는 없는 실정이지만 적게는 40%, 많게는 80%의 노인들이 불면증을 보고한다고 알려진 바 있습니다.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분들이 다음과 같은 보고를 하실 때가 많습니다.

“자도 잔 것 같지가 않고 개운하지가 않아요.”
“잠이 쉽게 들질 않아요.”
“조금 더 잤으면 좋겠는데 새벽에 일찍 잠이 깨어요.”
“초저녁에 졸리고 새벽에는 눈이 말똥말똥해요.”
“밤이면 다리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아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밤이면 잠꼬대를 많이 해서 집사람이 잠을 잘 수 없다고 그래요.”

 

정상 노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수면의 변화는 바로 서파 수면의 감소입니다. 서파 수면이란, 쉽게 이야기하면 깊은 수면을 의미합니다. 젊은 사람의 수면다원검사에서는 이 서파 수면이 또렷하게 잘 나타나지만, 노인의 수면다원검사 소견에서는 이 서파 수면을 찾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꿈수면이라고도 하는 렘수면의 감소도 경험할 수 있고, 잠이 들고 나서 자주 깨는 현상도 많아지게 됩니다. 또한 노화가 진행되면서 일주기리듬의 교란이 일어나고 일주기리듬을 관장하는 시교차상핵의 퇴행, 멜라토닌 분비의 감소가 진행되면서 일주기리듬이 전진하는(Advance of circadian rhythm)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런 연유로 진료실을 찾는 노인 환자분들이 자도 개운하지가 않다는 비회복성 수면(nonrestorative sleep)과 초저녁이면 잠이 들어 새벽 한두 시에 깨버린다는 불편을 호소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진료 현장에서 목격하는 가장 흔한 수면장애 네 가지를 소개하고 치매와의 관계, 치료 전략, 임상적 고려사항 등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흔한 수면장애는 단연코 불면증이 되겠습니다. 국제수면장애분류 제3판(ICSD-3)에 의하면 잠을 이루기 어렵거나 중간에 자주 깨거나 원하는 시간보다 일찍 깨는 현상 등의 증상이 일주일에 3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정의를 하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청소가 수면 중 이루어진다는 논문이 각광을 받게 되면서 수면 박탈 상태와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과 청소 간의 관계에 대한 논문이 쏟아져 나왔고 불면증이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의 발생률을 높인다는 메타 분석 결과도 있어서, 이에 대한 추가적 근거들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서파 수면의 감소가 아밀로이드 축적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들도 있었습니다.

불면증을 호소하시는 노인 분들은 약국 또는 인근 내과에서 수면제를 임의로 처방받아 선택적으로 복약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면제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복약을 하시다 섬망 또는 수면제의 부작용에 쉽게 노출이 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불면증 증상이 있을 시에는 꼭 수면 위생, 수면 환경, 습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내외과적 질환, 통증을 유발할 만한 근골격계 질환, 비뇨기 질환 등에 대한 감별, 또한 다른 수면장애, 정신장애에 대한 고려도 필요합니다. 또한 수면제를 처방받을 시 기존에 복약하고 있는 약물, 체중, 간질환, 신장질환에 대한 상태도 고려하여 용량 조절을 해야 하기에, 전문가의 상담이 꼭 필요합니다.

또한 젊은 사람들보다 신체 활동이 급격하게 줄면서 일조량이 줄어드는 부분도 꼭 고려하여 하루 활동량, 운동량, 외출에 대한 병력도 청취하는 것이 꼭 필요하겠습니다. 약물 증량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활 습관, 활동량의 증가라 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로 흔한 수면장애는 수면무호흡증입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수면 중 우리 뇌는 반복적으로 저산소증에 노출이 되게 됩니다. 1분만 숨을 참아도 헉헉 되게 되고 집중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신다면 수면 중 우리 뇌가 늘 이런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된다고 생각할 때 얼마나 그것이 뇌에 악영향을 미칠지 쉽게 이해가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수면무호흡증 환자에서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량이 더 많다는 보고가 있고 타우 단백질의 인산화도 만성적인 저산소증에 노출되어 있을 때 더 쉽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현재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가 급여화되면서 많은 환자분들이 혜택을 보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주 코를 골고, 낮졸림 증상이 심하며, 늘 자도 개운치 않은 증상들이 있다면 꼭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상담을 받길 권유드립니다.

 

세 번째로 많이 마주하는 불편은 렘수면행동장애, 즉 잠꼬대입니다. 보통은 배우자의 불편감 보고로 내원하실 때가 많은데요.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실 때가 많고, 심하신 분들은 낙상이나 공격적 행동으로 인해 수상하신 채로 내원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 언론을 통해 렘수면행동장애가 치매의 전구 증상이다라는 보도가 되면서 수면다원검사와 치매 검사를 받겠다며 내원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파킨슨병 관련 치매나 루이소체 치매에서 렘수면행동장애가 동반될 때가 많아 렘수면행동장애가 있고 인지기능저하, 파킨슨병 증상(손떨림, 보폭의 감소 등)을 경험하고 계시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받으시고 적극적인 평가와 치료받으시길 권유드립니다.

 

네 번째로 흔하게 마주하는 수면장애는 하지불안증후군입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수면장애인지를 모르고 몇십 년을 고생하시다가 내원하시는 분들도 많이 보게 되는데요. 밤이면 다리에 이상감각을 경험하시고 움직여야 좋아진다고 이야기하시면서 내원하시게 됩니다.

도파민의 보조인자인 철분의 결핍이 있을 시 하지불안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되어 있어 철분 결핍에 대한 검사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약물치료로 금방 호전을 경험하실 수 있고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인한 불면증도 같이 호전될 때가 많아 비슷한 증상을 경험하시고 계시다면 꼭 진료를 받으시길 권유드립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경우 도파민, 철분과 관련하여 연구가 이루어질 때가 많아, 파킨슨병, 파킨슨병 관련 치매와 연결되어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괄목할만한 연구결과는 없는 실정입니다.

 

2019년 세계 수면의 날 모토가 “Healthy sleep, Healthy aging”이었습니다. 노화 과정에 있어 식사, 수면의 규칙성과 그 질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많은 노인 환자들을 마주하는 진료 현장에서 느끼게 됩니다. 건강한 수면을 통해 건강한 삶, 건강한 노화를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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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유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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