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조현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후반의 A씨는 요즘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여러 번의 휴학을 거쳐 겨우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A씨는 한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해 여러 회사를 전전했습니다. 취업을 하면 금방 일에 싫증을 내고 새로운 업무를 익히는 것을 너무 힘들어했습니다. 직장 상사가 업무 지시를 하는 것을 잘 알아듣지 못해 여러 번 되물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일을 못한다고 지적받으면 욱하는 마음에 충동적으로 사표를 내는 일도 반복되어 왔습니다. A씨는 여자 친구에게도 별 것 아닌 걸로 화를 내는 일이 많아 ‘분노조절을 못한다’는 말을 수시로 들어왔습니다.

퇴직 후 백수로 지내면서 취업자리를 알아보던 A씨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자, 일단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준비를 하기로 했습니다. 한 달쯤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A씨는 물건을 제자리에 진열하는 일에 서툴러 애를 먹었고, 물건값을 결제한 것과 실제 매출이 맞지 않아서 편의점 사장님에게 질책을 여러 번 받았습니다. A씨는 자신이 ‘아르바이트 일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심한 자괴감이 들고 우울해졌습니다.

우연히 신문기사에서 ‘성인 ADHD’에 대한 내용을 읽고선 ‘어 이건 내 이야기인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든 A씨는 용기를 내어 정신건강의학과에 전화하여 진료예약을 하였습니다.

 

사진_픽셀

 

위의 A씨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어서 병원에 내원하는 분들을 심심찮게 만납니다. 과거에 ADHD를 소아청소년의 문제로만 인식했다면 이제는 성인 ADHD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많이 인지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정신질환에 대해 많이 검색하고 언론에서도 이전보다 더 상세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진료실을 찾는 성인 ADHDH 환자분들과 과거 생활에 대해 면담하다 보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 수업시간에 산만하게 돌아다녀서 선생님에게 수시로 지적받고, 선생님이 이러한 일을 부모님에게 고지해 결국 부모님께 크게 야단맞는 일이 반복되었음을 뒤늦게 떠올립니다. 또한 숙제를 제때 못하거나 준비물을 잊어버려서 혼난 적도 많았다고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건 타고난 성격이나 기질 문제이지 정신과에서 치료받아야 할 병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사실 그럴만한 법도 한 것이 지금 성인의 부모님 세대는 ADHD라는 것에 대해 거의 제대로 인지를 못했고,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현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심했다는 것을 감안해야겠지요.

 

성인 ADHD는 성인이 되어 처음 증상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 시작돼 성인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DSM-5 진단기준에 증상이 12세 이전에 나타나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증상을 크게 1. 부주의함 영역 2. 과잉행동/충동성 영역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과잉행동 영역에 해당하는 증상들은 서서히 약해지는 반면 성인이 되어서도 50% 이상에선 부주의함 영역의 증상이 지속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어릴 때 과잉행동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거나 지능이 높은 ADHD 환자의 경우 문제점이 뚜렷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성인이 되기 전에 병원 방문을 할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인 ADHD의 증상은 매우 다양해서 환자들은 직장에서나 가정에서의 생활에 상당한 곤란을 겪습니다. 집중력 저하, 체계적인 과제 수행능력의 부족, 업무를 제때 끝내지 못함, 외부 자극에 쉽게 주의가 산만해짐, 업무상 잦은 실수, 남의 얘기를 경청하는 능력의 결여, 잦은 지각과 시간관리 능력의 결여, 건망증과 물건 분실, 심한 감정기복과 분노표현, 난폭 운전, 잦은 부부 싸움 등의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간혹 환자분들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취미나 특정 업무는 아주 집중해서 잘하는데 이것도 문제가 되느냐?’며 의아해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문제는 흥미가 없는 일에는 너무 집중이 안 된다는 것이고, 좋아하는 것에 초과집중했을 때 회의시간이나 약속 같은 것을 완전히 잊어버린다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증상들로 인해 환자들은 직장 사람들이나 가족들에게 잦은 지적이나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돼 쉽게 불안하거나 우울해집니다. 나아가 충동조절을 못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술이나 마약, 도박 등에 의존할 위험도 있습니다. 실제 ADHD 환자들의 47%에서 불안장애, 38%에서 기분장애, 15%에서 물질사용장애가 동반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결론적으로 ADHD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안정적인 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을 할 수 없어서 삶의 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중요하고 일차적인 치료는 약물치료입니다.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률이 80%에 이를 정도로 ADHD는 약물치료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질환입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물은 중추신경자극제인 Methylphenidate(상품명: 콘서타, 메디키넷, 페니드 등)입니다. 식욕부진, 불면, 체중감소, 두통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나 이 경우 약물 용량을 조절하거나 투약 시간을 조절하여 부작용을 줄일 수 있으며,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다른 약물을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 비중추신경자극제인 Atomoxetine(상품명: 스트라테라, 아토목신 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약물치료 이외에 환자의 생활 전반에 대해 코칭해주고 지지적 정신치료를 병행합니다. 또한 환자가 갖고 있는 비합리적인 자동사고를 찾아서 같이 교정해 나가는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환자가 ADHD 외에 앞서 언급한 불안장애, 기분장애, 물질사용장애가 동반되어 있을 시 이에 대해 같이 치료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병원에 내원하여 ADHD 진단을 처음 받고 치료 중인 환자들 중 한 분의 소감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치료를 받고서 내 삶의 질이 확 높아졌어요. 이걸 일찍 알았더라면 방황하는 시간이 그만큼 줄었을 텐데, 그게 아쉽네요.”

자신이 ADHD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민하는 분이 있으시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을 두드려보세요. 삶의 질이 높아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참고문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의 약물요법, 김봉석, 대한의사협회지, 2019년 1월

성인에서의 ADHD, 반건호, 백상빈, 유한익, 방수영 공저, 울산대 출판부, 2009

성인 ADHD 현황과 진단적 문제, 박민현, 가톨릭의대 정신과 연수교육,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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