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분노 : 분개하여 몹시 화를 냄. 격하게 성난 감정을 표출함. 노여움, 격정.

 

우리는 상대방에게 무시를 당하거나 모욕을 받았을 때 이를 참기 힘듭니다. 이러한 감정은 무척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대상이 직장 상사이거나 가족, 친구일 경우 우리의 일상과 대인관계는 위기를 맞게 되지요. 사실 친하지 않거나 잘 모르는 사람보다 가깝고 무언가를 기대할 만한 관계에서 실망했을 때, 배신감을 느꼈을 때 분노를 하게 됩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월보트는 대학생 2900여 명을 대상으로 감정연구를 시행했는데 대부분의 경우 사람은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공평치 못하다’라고 여길만한 순간 가장 분노를 느끼기 쉽다는 걸 발견하였습니다.

조금씩 쌓인 분노의 마일리지는 어느 순간 내 가족이나 혹은 상관없는 타인, 아랫사람에게 폭발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것이 반복되면 우리의 성향은 조금씩 충동적, 공격적으로 변하게 되지요.

어떻게 하면 우리는 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요?

 

사진_픽셀

 

1. 우선 그 자리를 피한다.

극한 분노가 뒤덮인 순간에는 사실 나의 이성적인 뇌는 기능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됩니다. 이럴 때는 감정적인 뇌가 절제력 없이 바로 행동을 취하게 되는데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것 같거나, 폭언이나 실언을 할 것 같은 때는 바로 그 자리를 피하세요. 그리고 손을 씻거나 세수를 함으로써 미주신경을 자극하여 우리의 의식을 다른 곳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후엔 심호흡을 하세요. 천천히.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혼잣말을 하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2. 숫자 세기

도저히 그 자리를 피할 수 없는 경우라면 몸에 힘을 조금 빼고 1부터 10까지 숫자를 차근차근 세어보세요. 숫자를 셀 때는 천천히 숨을 쉬면서 하는 것이 좋으며 10까지 센 후엔 다시 10부터 1까지 내려오세요. 마치 감정이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처럼, 이 상승과 하강을 머리에 그리면서 천천히 마음을 다스려 보세요. 

 

3. 묵주 같은 물건을 만지면서 참는다.

분노를 담아둘, 그 감정을 전치시킬 대상물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게 좋습니다. 묵주, 십자가를 만지면서 심호흡을 한다거나 혹은 스마트폰에 가족이나 아이들 사진을 저장해놓고 분노의 순간 그 사진을 보면서 한 템포 감정을 멈추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사실 격한 분노의 감정은 다른 놀람, 두려움, 불안 같은 감정보다 지속시간이 짧아서 중간에 딱 한 번이라도 흐름이 끊어지면 처음보다 훨씬 그 강도가 줄어들게 됩니다. 

 

4. 탄수화물을 보충할 것.

분노는 세로토닌의 수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세로토닌 수치는 정상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세로토닌이 부족할 땐 필수적으로 탄수화물을 통해 이를 보충해주어야 합니다. 세로토닌의 전구물질인 트립토판이 바로 탄수화물 섭취로 인해 보충되기 때문입니다. 세로토닌의 부족이 장기화되면 예민해지고 짜증을 쉽게 내며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5. 운동으로 분노를 쏟아내기

운동을 할 때 우리 뇌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중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은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정서적 안정감을 줍니다. 특히 꾸준한 유산소 운동은 긴장이나 불안을 감소시켜 짜증과 분노의 재발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가끔씩 격한 운동을 통해 도파민을 분출시킴으로써 스트레스와 공격성을 배설하는 효과를 얻게 될 수도 있고요.

 

유감스럽지만 도저히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화가 나는 순간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우리는 지나치게 감정에 몰입되지 말고 내가 여기서 화를 더 내고, 분노를 폭발시켜서 얻게 될 이익과 손해를 냉정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실제로 내가 이렇게까지 화가 날 일인가? 실제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를 냉정히 따져보세요.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은 그 당시 아주 순간의 카타르시스일 뿐, 직후에 오는 허무감과 공허감은 여전합니다. 어쩌면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하거나 상대방의 더 큰 분노를 감당해야 할 상황도 생긴다는 것을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신촌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전) 서울대병원 본원 임상강사, 삼성전자 부속의원 정신과 전문의
현)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외래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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