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다스리기

사진 픽사베이

 

큰 스님에게 물었다.

“큰 스님께서 화를 내는 것은 부질없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큰 스님은 화가 나지 않습니까?”

큰 스님이 대답했다.

“왜요? 나도 화가 납니다. 하지만 저는 단지 거기에 머물지 않을 뿐입니다.”

*제법무아(諸法無我) : 우주법계에 존재하는 일체 모든 존재는 고정된 실체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생각하는 본질적인 자아 또한 사실은 실체가 없다.

*제행무상(諸行無常) : 우주 만물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여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아니하다.

 

분노를 포함한 인간의 감정들은 일시적인 것이다. 이러한 감정들은 대뇌 피질 아래 있는 변연계(limbic system)에서 관장한다. 이 부위는 자극이 지속되지 않는 한, 반응이 지속되지 않는 영역이다. 인간의 감정들은 우리가 맞이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서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진화되어 왔다. ‘화’라는 감정은 일시적인 위험에 신속하게 맞서 싸우기 위한 일종의 예열단계이다. 하지만 ‘혐오’라는 감정을 느끼고 피해야하는 상황에 이런 ‘화’라는 감정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이러한 감정이 지속된다면 생존에 큰 위협이 되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화’를 비롯한 괴로운 감정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머물지 않는 것이다. 그냥 잠시만 피하면 되는 것이다. 길어야 20분을 넘지 않는 ‘감정’인 것이다.

 

'며칠째 그놈 얼굴이 아른거린다. 계속 화가 나고 속에 불이 나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사라지지 않아서 미칠 것만 같다. 그놈을 한 번은 무릎 꿇려야 속이 후련할 것만 같다.'

감정은 일시적인 것이라는데,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

사실 인간의 모든 경험은 뇌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뇌는 직접적인 경험과 간접적인 경험을 구분하는 모듈이 없다. 그래서 그놈이 나를 무시하고 모욕하는 것을 직접 겪었을 때와 그 일을 혼자서 계속 반복적으로 생각했을 때, 뇌에서는 동일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지속적으로 그 일에 대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화’라는 감정이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계속 반복하면 그런 경험을 계속 반복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마찬가지다. 이 생각에 머물지 않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주위 사람들이 말한다. 잊으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지만 잊으려 하면 할수록 더 선명해지고,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할수록 더 잘 떠오르는 것이 인간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고 하면 코끼리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다. 여기에 간단한 Tip을 주고자 한다.

 

첫째, 오히려 그 일과 그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지 말고, 역설적으로 더 많이 그런 생각을 하려고 애써보자. 단, 하루 종일은 너무 힘드니까 하루에 30분 정도, 일정 시간을 정해두고 작정해서 그런 생각들을 떠 올려보자. (정신과 약물을 장기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사람은 주치의와 상의 후 시행해 보길 바란다.)

둘째, 그런 일과 유사하지만 긍정적인 경험을 했던 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반복한다. 예를 들어서, 상사에게 모욕을 당한 경험도 있겠지만, 다른 상사에게 칭찬을 들었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셋째, 마음챙김(mindfulness) 연습을 한다.

 

마음챙김에 대해서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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