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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잠갔나 2, 3번 확인해도 불안해요 - 강박장애
조현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7.13 03:49

[정신의학신문 : 조현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은행에 근무하는 A씨는 출근하러 집을 나설 때 창문이 다 닫혔는지, 가스레인지 밸브는 잠겼는지, 전등이 다 꺼졌는지 확인하고 나섰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다시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서 두 번 세 번 눈으로 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고객이 건넨 서류, 신분증을 만질 때는 세균이 묻어 있을까 봐 찝찝해서 손가락 끝으로 살짝 만지고는 빨리 손을 씻어야 한다는 불안을 억지로 참습니다. 잠시 고객이 없는 틈을 타서 얼른 화장실로 달려가 손을 씻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일하는 도중에 책상 위의 물건들이 대칭으로 정돈되어있지 않으면 일에 집중이 안돼 수시로 물건을 대칭으로 정렬합니다. 하루 결산을 할 때 돈 액수가 맞는지 확인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또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퇴근길에 A씨는 ‘내가 생각해도 피곤한 성격이다. 내일부터는 자제해야지’라고 푸념하지만 다음날도 이런 상황은 반복됩니다.

 

사진_픽셀

 

강박장애는 한마디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특정한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거나,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즉 자신이 원하지 않고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이나 행동이 반복되는 것이지요.

가장 흔한 강박적 사고들은 오염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예: 악수할 때 오염 가능성), 반복적인 의심(예: 불을 껐는지, 문을 잠갔는지 재확인), 물건을 대칭이 되게 정리하고 싶은 욕구, 공격적이거나 성적인 충동(예: 아이를 해치거나 교회에서 음담패설하고 싶은 마음) 등입니다.

이러한 강박적 사고가 생기면 매우 불안하게 되어서 결국 이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 반복적인 행동(예: 손 씻기, 정돈하기, 확인하기)이나 정신적인 활동(예: 주기도문 암송, 숫자 세기)을 하게 되는데 이를 강박행동이라 합니다.

실제로 강박장애는 정신과에서 접하는 질환 중 4번째로 많을 정도로 꽤 많은 사람들이 강박장애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여러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강박장애는 뇌기능 이상 등의 생물학적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의 뇌에는 평소 건강과 청결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부위가 적어도 세 곳 이상 존재하는데, 이들의 피드백(feedback)이 한 방향으로 경직되어 강박증세가 나타나게 됩니다.

첫 번째 부위가 안와전두피질(orbito frontal cortex)인데 이 부위의 기능은 ‘사실 검증’으로, 외출할 때 현관문을 잠갔는지 수시로 확인을 해서 무언가 빠진 것이 있으면 ‘뭔가 잘못됐어’라는 식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냅니다.

두 번째는 미상핵(caudate nucleus)으로 무언가 빠진 것이 있을 때 ‘그것을 빨리 실행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세 번째는 감정을 기록하는 대상피질(cingulate cortex)인데 불안하거나 찝찝한 느낌이 여기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손을 씻고 싶은 상태일 때, 안와전두피질이 무언가 잘못됐음을 인지했다는 뜻이고, 그러면 미상핵이 작동해 당장 손을 씻게 하며, 대상피질은 깨끗한 손에 만족하는 감정을 기록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강박장애 환자는 이 과정이 다르게 작동합니다. 손이 더럽다고 느껴서 깨끗이 씻었는데도, 여전히 손이 더럽다고 느껴지며, 미상핵의 명령을 따라 손을 다시 씻어도 안와전두피질은 여전히 잘못되었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결국 이렇게 피드백 회로가 경직되어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강박장애환자의 3분의 1 이상은 주요우울증을 동반하게 되며 자살 위험률도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나므로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치료방법은 일차적으로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시행합니다.

약물치료는 항우울제인 fluoxetine, escitalopram, sertraline, clomipramine 등을 쓰는데 효과를 얻기 위해선 상당기간 동안의 치료가 필요하며 고용량의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우울제 외에도 기분안정제나 항정신병약 등의 여러 가지 약물을 복합투여를 해야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무엇보다도 환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약물치료에 순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동치료는 여러 가지 기법이 있는데, 환자가 불안을 느끼는 여러 강박증상에 대해 단계별로 점수를 매겨서 낮은 점수의 불안 상황부터 노출시켜 점차 노출 강도를 높이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는 ‘단계적 노출법’이 대표적인 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공중화장실 이용을 매우 꺼리는 환자에게 점차 공중화장실 이용시간을 늘리게 하거나, 옷에 이물질이 묻었는지 확인하는 시간 간격을 점차 늘리는 등의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것입니다. 행동치료도 약물치료와 마찬가지로 환자와 치료자 간의 상호 신뢰와 협조, 환자의 의지가 있을 때만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전기경련치료나 뇌수술 등의 치료도 실제 임상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강박장애를 극복하는 길이 결코 쉽지는 않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여 인내심을 갖고 치료에 적극적인 태도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고통과 불안이 줄어들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것입니다.

 

* 참고문헌

DSM- V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

마음의 미래, 미치오 카쿠,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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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서울시 지역사회전환시설 누리봄에서 발행하는 가온누리 소식지 2016. Vol 27에 실린 ‘강박장애’ 칼럼 내용의 일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현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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