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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손톱이나 굳은살을 뜯는 피부뜯기장애
윤혜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7.09 07:06

[정신의학신문 : 윤혜진 연세채움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 여성입니다. 제가 15년째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구글링을 하다가

[Doctor's Mail] 자꾸 손톱을 물어뜯어요

이 글을 읽게 되었고... 제가 피부 뜯기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손을 뜯었다고 인식했던 순간이 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봤던 첫 중간고사에서 수학 문제를 8개밖에 풀지 못했고, 시험시간이 끝나가서 초조해하면서 손톱을 뜯었던 것이 제 첫 번째 뜯기의 기억입니다. 결국 푼 문제만 OMR기록을 하고, 나머지는 백지로 내어서 23점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로 불안했던지 그렇지 않았던지 간에, 누가 보든지 잔소리를 하든지 말든지, 쉴 새 없이 손톱을 뜯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손톱만 뜯었던 것이 아니라, 뜯을 손톱이 없으면 그 주변의 살도 뜯게 되었고, 손톱만 뜯었던 것이 아니라, 이빨로 손톱을 뜯고 나서 톱날처럼 날카로웠던 손톱을 윗니로 벅벅 갈아서 평평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그래야 직성이 풀리고, 잠시라도 멈춰집니다..) 손톱과 손톱 주변 살이 뜯을 수 있는 부분이 더 이상 없게 되면, 발톱과 발의 굳은살까지 뜯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고 예전에도 그렇고... 손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거의 하루 종일 손을 뜯고 있는 편입니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었고 18살에 제 앞니는 이상증세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 해에 신경치료를 받고, 이때부터는 손톱 뜯기와 손톱 뜯은 후 갈기는 그만두게 되었고 손톱 주변의 굳은살 뜯기만 하게 되었습니다. 24살 때에는 심한 자극으로 인해 신경치료 한 치아 뿌리에 염증이 생겨, 결국 남겨 두었던 치아를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저는 아직도 손톱 주변과 손 끝 살, 엄지손가락 마디, 엄지발가락, 발꿈치를 임플란트 한 옆 앞니로 계속 뜯어내고 있습니다.

바리스타라는 직업 특성 때문에 손이 지저분해 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고치자, 라는 마음으로 손을 뜯고 나면 네일아트용 파일로 뜯어낼 살의 요철을 갈아내어 더 이상 뜯을 곳을 없애버립니다. 그러나 하루 뒤에 피부가 재생하면 또 뜯어냅니다. 그렇지만 뜯는 것에서 만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저는 반드시 그것을 앞니로 씹어야 마음이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저의 가장 큰 걱정이고 문제입니다...

 

두 번째로 이 뜯는 행위가 손이나 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얼굴의 피지 손톱으로 긁어내기,
등과 가슴에 난 피지 & 여드름 딱지 긁어내기. (얼마 전에는 대중탕에서 목욕탕 사장님께서 등에 전염성 피부병이 난 것이 아니냐며 그러면 들어가면 안 된다는 말까지 하셨을 정도로... 등에 흉터가 심합니다.)

물론 이 행위도 뜯어내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몰래 입으로 가져가 앞니로 씹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리고 입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딱지가 사라지면 불안하고, 또 피지나 딱지를 찾아내려고 노력합니다. (그것을 씹기 위해서)

아... 또 덧붙여서... 최근 들어서는 남자 친구의 몸에 있는 피지나 딱지까지 뜯으려고 듭니다... 이제 내 것도 모자라서 남의 것까지 뜯으려고 하다니...

 

세 번째로 손을 뜯은 후에 자꾸 입술이나 입 주변, 혀 끝으로 뜯어서 거칠어진 면을 더듬어서 확인하고, 입술에 비비거나 혀로 비비게 됩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네요... 뜯을 곳을 찾으려는 행위 같기도 하고... 그냥 이 행위 자체로 만족을 얻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항상 이 버릇을 고치고 싶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방수용 골무 끼기
- 테이프 붙이기
- 손에 네일아트용 쓴 맛 나는 용액 바르기
- 네일아트용 파일(사포 같은 것)로 뜯을 부위 갈아 없애버리기
- 핸드폰 배경화면에 뜯지 말자고 써놓기 등등...

결국 실패하고 맙니다. 이런 증세 때문에 깊은 집중에 들어갈 수 없고, 항상 지금 뜯고 있는 이빨이 망가져서 또 임플란트를 해야 할까 봐 불안합니다. 직업 특성상 뜨거운 것을 자주 만지고, 잦은 물과의 접촉이 있는데, 뜯어서 생긴 상처 때문에 힘들기도 합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정신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은연중에 생각이 들게 되어 저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거나 (대부분 무난, 평탄했고 부모님도 자상하십니다.) 부모님이 저에게 준 영향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나에게 불안을 주는 요소들(완벽해야 한다는 생각, 착한아이증후군, 타인 의식, 인간관계, 완벽하지 못하면 시작도 하지 말라는 생각, 종교문제, 죄책감, 자기 연민 등등)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정신에 관한 책도 이것저것 찾아보게 됩니다

피부 뜯는다는 걸로 병원을 찾아가서 상담을 받자니 부끄럽고 너무 사소한 것 같기도 합니다. 더 힘든 분들도 많을 텐데 하면서요... 사실 그들과 저의 문제는 별개이지만 꼭 이런 비교도 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별히 여쭤보고 싶은 것은 세 가지입니다

1. 제가 피부 뜯기 장애를 갖고 있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이것도 강박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2. 뜯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꼭 뜯은 것을 (살이든 피딱지이든) 씹어야 직성이 풀리고 해소되는 것도 피부 파괴 장애에 포함되는 것인지요?

3. 상담 비용이 매우 부담스러운데... 약물 처방만으로도 이것이 나아질 수 있을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연세채움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윤혜진입니다. 피부를 뜯는 버릇이 벌써 15년째라고 하시니 정말 오랜 기간 동안 이 버릇으로 인해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 버릇이 신체 여러 부위로 퍼져가고 이 때문에 치아가 손상되고 임플란트까지 할 정도면 심각한 정도라고 보입니다.

현재 말씀하신 증상으로 보아서는 피부 뜯기 장애를 가지고 계신 것이 맞습니다.

1. 반복적으로 피부를 뜯고 이로 인해 피부 병변이 생김,
2. 피부 뜯기를 줄이거나 중단하려고 반복적으로 시도하나 실패함.
3. 피부 뜯기로 인해 심각한 고통이나 손상이 초래됨.

피부 뜯기 장애는 이러한 진단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에 진단합니다. 다만 강박장애, 주요 우울장애 등과 같은 다른 질환과 원인에 대한 감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은 정신건강의학과에 직접 내원하셔야 가능합니다. 

피부 뜯기는 현재 강박관련 장애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보통은 청소년기, 사춘기 시작 즈음에 가장 많이 시작되며 만성적인 경과를 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생 유병률은 성인의 경우 1.4% 이상이며 3/4 이상이 여자입니다. 피부를 뜯거나 혹은 뜯는 것을 생각하거나 뜯고 싶은 충동에 저항하는데 하루에 1시간 이상의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신체 부위는 얼굴, 팔, 손이지만 이외에도 여러 신체 부위를 뜯을 수 있습니다. 건강한 피부, 경미하게 불규칙한 피부, 뾰루지나 굳은살과 같은 부위, 이전에 생긴 딱지 등을 뜯으며 대부분은 손톱을 이용하지만 핀셋, 핀이나 다른 도구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피부를 뜯는 것 외에도 피부를 문지르고, 쥐어짜고, 물기도 할 수 있습니다. 뜯기 위해 특정한 종류의 딱지를 찾고, 피부를 살피고 만지작거리거나 피부를 뜯은 후에 삼키기도 합니다. 말씀 주신 것처럼 다른 사람의 피부를 뜯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박 장애나 주요 우울 장애, 모발 뽑기 장애 등이 동반될 수도 있습니다. 

말씀 주신 증상들은 피부 뜯기 장애의 전형적인 증상들로 정신과적인 치료가 꼭 필요한 상태로 보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상담 비용은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으실 것입니다. 피부 뜯기 장애에 대한 치료는 약물 치료와 더불어 행동 치료를 합니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아편 억제제 등의 약물 치료가 증상 감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행동치료로는 가장 먼저 본인의 뜯는 행동을 인식해야 합니다.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 행동을 의식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상황이나 스트레스가 그런 행동을 유발하는지 적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뜯는 행동을 할 때마다 스티커를 붙여보시는 건 어떨까요. 본인이 얼마나 그 행동을 자주 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인의 행동을 인식했다면 이를 줄여가는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뜯는 행동을 할 수 없는 다른 방안을 모색합니다. 손에 다른 물건을 쥐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말랑한 고무공을 쥐어짜는 것과 같이 피부를 뜯는 대신 손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보세요. 스트레스 완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자극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차단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장갑을 끼거나 손가락에 골무를 씌우는 것, 반창고를 붙이는 등의 방법입니다. 얼굴의 흠이나 여드름을 볼 때 거울을 일부 가리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뜯고 싶은 욕구가 있을 때 이완 훈련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심호흡이나 요가, 명상을 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지요. 

현재까지 혼자서 다양한 방법들로 많은 노력들을 해오셨고 안타깝게 실패하셨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신다면 훨씬 나은 경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피부를 뜯는 것은 결코 사소한 증상이 아닙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도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 해보시고 해당이 되신다면 용기를 내어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피부를 뜯는데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나요? 
피부를 뜯는 버릇 때문에 생긴 눈에 띄는 흉터가 있습니까?
피부를 뜯는 버릇을 고치려고 시도하지만 잘 되지 않나요?
피부를 뜯는 버릇이 당신의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습니까? 

 

윤혜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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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전체보기
  • 입술뜯기 2019-11-06 23:11:00

    저는 손톱이 아니라 입술을 뜯습니다. 피가 나와야 직성이 풀려요 약을 처방받아야할정도의 문제인지 처음 알았어요   삭제

    • 교정 2019-11-06 10:17:58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그 뒤로 불안했던지 그렇지 않았던지 간에, → 그 뒤로 불안했든지 그렇지 않았든지 간에,   삭제

      • 이예진 2019-11-06 00:12:32

        혹시 털 뜯는 것도 강박증에 해당되나요?
        인그로운 헤어라고 하는 피부속에 박힌 털들은 눈썹가위로 다 뽑아내야 되고, 유독 다리털을 뽑기도 해요.
        멍하게 폰하고 있으면 털있는 부분을 손으로 뜯고있어요   삭제

        • 비밀 2019-07-20 11:11:57

          안녕하세요.제 동생도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안 그러지만 왜 그런 좋지않은 버릇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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