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닥터단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elicobacter pylori)는 위(stomach) 점막에 기생하는 세균으로 만성위염, 소화성궤양(위, 십이지장궤양), 위암의 원인으로 밝혀져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반 수 이상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1983년 오스트리아의 의사 배리 마셜(Barry Marshall)에 의해 최초로 그 존재가 알려졌다. 당시 위 속에 세균이 살고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왜냐하면 위 속 환경은 위산으로 인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조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위산은 돌도 녹일 정도의 강산으로 위산에 노출된 세균은 30분 이내에 99.9%가 죽게 된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은 이런 조건에서도 나름의 생존방법을 통해 살아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한번 감염되면 제균치료(항생제로 균을 죽이는 것)를 하지 않는 한 일생동안 위 점막에 기생하게 된다. 헬리코박터균은 사람 간의 직접적인 접촉이나 물, 음식을 통해 전파되는데 주로 아동기에 가족 내에서 감염이 일어난다. 대한 상부위장관 헬리코박터 학회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54.4%로 전 국민의 약 반수가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16세 이상의 경우 2/3가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으로 인해 위 점막에 염증이 장기간 지속되면 위 점막에 위축이 오게 되고 정상적인 위 점막의 기능을 잃게 된다(위축성 위염). 이 과정을 지나 감염 상태가 더 지속되면 위 점막이 소장이나 대장의 점막처럼 변하는 비정상적인 변성이 오게 된다(장상피 화생).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 화생이 발생한 환자를 대상으로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이 중 11%에서 위암이 발생하였으며 이는 정상인의 위암발병률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일반적으로 만성 위축성 위염이 위암으로 발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5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헬리코박터균 검사는 내시경, 호기검사(breath test), 대변검사, 혈청검사가 있으며 이 중 적당한 한 가지 검사를 통해 비교적 간단하고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13년에 대한 상부위장관 헬리코박터 학회는 헬리코박터 감염의 진단 및 치료에 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는데, 그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환자에서 제균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다음과 같다.

 

1. 소화성궤양

2. 위의 MALT 림프종

3. 조기위암

- 이 세 가지 경우는 제균치료를 통한 병변치유와 재발방지의 이득이 증명되어 있어 제균치료가 강력히 권고된다.

4.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 화생

5. 위암의 가족력

- 이 두 경우는 현재까지 제균치료가 위암 발생을 감소시킨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나 최근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 화생에서 제균치료가 위암발생을 일부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어 제균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6. 기능성 소화불량증

- 소화불량이 있는 경우 우선적으로 내시경 검사가 권장되며 내시경 검사에서 헬리코박터균 감염 이외에 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 제균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헬리코박터균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위암의 발병률이 높은 국내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대한 관리는 중요한 문제이다. 다만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도 대부분은 무증상이며 감염자의 1% 미만에서 위암이 발생하는 만큼 지나친 불안을 가질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제균치료의 증가와 더불어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한 치료실패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제균치료 가이드라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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