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춥다, 옷 입어라.’

‘덥다, 옷 벗어라.’

 

혹시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있는가? 했다면 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하지 않고는 못 배긴 것인지, 습관적으로 그렇게 한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엄마의 태도가 아이들의 장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옷 입는 것 하나까지 참견하고 신경 쓰는 엄마, 별거 아닌 작은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쌓이면 아이는 나약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은 늘 물가에 내놓은 아기처럼 걱정스럽기 마련이다. 매사에 아이를 위해 배려하는 것까진 좋다. 하지만 그걸 표현해선 안 된다. 추울텐데 하는 걱정까진 좋다. 하지만 옷 입으란 소리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관심을 표하는 게 되고, 그걸 애정의 표현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천만에다.

 

춥다, 옷 입어라? 조금만 참고 지켜 볼 순 없을까? 한 번만 더 생각해보고 말할 순 없을까? 춥다니? 이건 엄마의 느낌이지 아이의 생각은 아니다. 아이를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이는 더워 땀을 뻘뻘 흘리고 뛰어 노는데 춥다는 건 엄마의 짐작일 뿐이다. 모자간에 경계가 없다는 증거다.

모자는 친하되 서로는 독립된 개체로서 경계가 분명해야 한다. 덥다, 목마르다, 배고프다..... 이건 모두 엄마의 생각이지 아이가 실제로 그런 것은 아니다. 설령 아이도 춥다고 치자. 그러면 제가 알아서 하나 더 입을 일이다. 거기까지 엄마가 나서선 안 된다. 그건 자기 판단이요, 책임이다.

 

야외에 나가면 춥다는 걸 모른다고 치자. 그래도 아이 판단에 맡겨라. 잘 챙겨 가지 않아 추워서 떨었다면 그것도 좋은 교훈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더러 추워도 봐야 한다. 언 손을 불고 오들오들 떨어봐야 부신피질의 방위 호르몬이 분비되어 생리적으로도 튼튼한 아이가 된다.

감기? 최악의 경우 감기가 들 수도 있다. 감기도 더러 앓아야 우리 몸에 병을 이기는 저항력이 길러진다. 감기를 앓고 누워 있는 동안 조심성 없었던 자신을 후회도 할 것이다. 다음번엔 겉옷 하나 가져가야겠다. 이것이 체험으로 얻는 산 교훈이다.

 

옷 입는 것 하나까지 참견하고 신경 쓰는 엄마, 아이들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그러기 위해선 기다려야 한다. 입을 다물고 기다려야 한다. 지금처럼 아이가 하는 행동 하나마다 잔소리를 한다면 어떻게 아이 스스로 뭔가를 해볼 수 있겠는가?

 

아이들이 하는 일이란 게 잘못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괜히 부모가 불안하니까, 자신이 없으니까 작은 일에도 참고 기다리지 못한다. 한마디 거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아이를 위한 게 아니라 부모 자신의 불안 때문이란 사실을 잊어 선 안 된다.

 

참고: 엄마, 그렇게 키워선 안됩니다

이시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고문
경북대학교 의학 학사
예일대학교 대학원 신경정신과학 박사
세로토닌 문화 원장,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
정신의학신문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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