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오늘도 정신없이 먹었다. 김부장 놈에게 한 소리를 들은 날에는 식욕을 주체할 수가 없다. 남자 친구랑 헤어진 이후로 그 놈이 그리울 때면 늘 이렇다. 많이 먹지 않으려고 친구들 만나는 자리도 피했건만. 정말 간단하게 끼니만 때우려고 했는데, 여지없이 무너졌다. 아.. 나는 안 되나보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평소보다 많이 먹는다. 가끔 위를 가득 채우는 것도 모자라 목구멍 끝까지 쑤셔 넣는 경우도 있다. 특히 스트레스가 외로움이라는 감정과 연결되어 있을 때 폭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럴까?

 

Skin hunger라는 개념이 있다. 예전에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정의 하에 ‘관계’를 중요시 하였다. 하지만 최근의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관계’는 사회라는 조건을 벗어나 인간의 생존을 위한 기본조건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관계’를 위한 친밀함의 요소가 부족하면 인간은 배가 고픈 것처럼 Skin hunger를 느낀다는 것이다. Skin hunger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터치와 접촉, 친밀함이 필요하다. 인간은 안정된 ‘관계’를 통해 Skin hunger를 만족시키고 평안함과 충만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음식을 통해서 대신하려는 경향이 있다. 음식을 통해 배고픔을 채우면, 평안함과 충만감, 안락함, 안전함을 느껴 skin hunger가 조금이나마 충족되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으면 음식이 위에서 잘게 부서져 소장으로 내려간다. 소장에서 영양분, 특히 당(sugar)이 온 몸으로 흡수된다. 혈관을 타고 시상하부로 전달된 당은 배고픔을 줄이고 충만감을 준다. 또한 피부가 신경을 통해 감각을 느끼는 것처럼, 음식을 먹으면 소장에서 미주신경(vagal nerve)을 통해 뇌로 정보가 전달된다. 소장으로 지방과 단백질이 흡수되면 콜레시스토키닌(cholecystokinin)과 세크레틴(secretin)이 분비가 되고, 이 호르몬들은 미주신경을 자극시켜 뇌로 만족감을 전달한다. 이 경로를 통해 당신은 단지 충만감과 만족감뿐만 아니라 약간의 나른함과 함께, 긴장이 풀리고 이완되고 진정되며,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자신과 상대를 사교적이고 우호적으로 느낀다.(소개팅을 할 때 반드시 밥을 같이 먹어야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피부와 위장관은 같은 발생 기원을 가진다. 발생과정에서 피부가 안쪽으로 함입(invagination)되면서 위장관이 만들어진다. 이런 관점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우리의 내면을 터치해 주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진심어린 터치를 받지 못할 때, 진정성 있는 공감을 받지 못할 때, 음식으로 우리의 내면을 채우려는 것이다. 기억하자, 다이어트의 첫 걸음도 결국에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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