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 픽사베이

 

금연에 사용되는 약물적 치료 가운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물은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온 니코틴 패치이지만, 최근에는 varenicline이나 buproipion 같은 약물들이 많이 처방되고 있다. 이러한 약물들이 금연에 실제로 장기적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은 많은 randomised trial과 실제 임상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중증도 이상의 흡연자들에게는 단순한 금연상담 뿐 아니라 이와 같은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임에 대해 guideline에서도 제시하고 있는 바 있다. 그러나 사실 임상에서,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이러한 금연보조 약물들의 사용을 다소 꺼려하고 있다.

흡연이 심폐질환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수없이 강조되어 왔고, 알코올이나 불안, 우울 장애 등에 있어서도 흡연이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친 다는 사실 또한 여러 연구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은 금연 보조약물의 처방에 있어 의사들이 꺼려하는 이유는 여러 차례 보고되고 있는 정신과적 부작용 때문이다. varenicline의 경우 짜증, 우울, 조증, 심각할 경우 자살의 위험성이 부작용으로 제시되고 있고, bupropion도 마찬가지의 정신과적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비록 이러한 부작용들은 대부분 case report나 post marketing surveilance 등에 기초하고 있지만, varenicline 등의 신경정신과적 부작용이 높지 않음을 보여주는 플라세보 비교 연구들 또한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되며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특히 정신과적 문제를 가진 환자에게 그러한 부작용을 감안하고서라도 금연을 위해 이 약물들을 처방해야하는가 라는 문제에 대해 주저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골칫거리에 대해 보다 명확하고 믿을만한 의학적 근거의 마련을 위해 EAGLES라 명명된 대규모 연구의 결과가 지난 4월 Lancet에 실렸다. EAGLES는 Evaluating Adverse Events in a Global Smoking Cessation Study 의 약자로, 5대륙 16개국의 140개 센터에서 공동으로 진행된 다국적의 randomised double blind, placebo controlled study 이다. 각 센터에서는 18-75세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12주간 맹검처리된 약물을 투여하였고, 이후 12주간은 약물 없이 관찰하며 총 24주간 관찰하였다. 24주간 총 15번의 내담과 11번의 통화 상담을 진행하였으며 매번 금연상담을 진행하며 참가자들의 정신과적 부작용의 유무나 흡연 상태 등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varenicline과 bupropion 모두 니코틴 패치나 placebo 약물과 비교하였을 때, 정신과적 부작용의 발생은 유의한 증가를 보이지 않았고, 기존에 정신과 질환을 갖고 있던 참가자들의 증상 악화에 있어서도 유의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금연 유지의 효과에 있어서는 varenicline이 니코틴 패치나 placebo에 비해 우월한 효과를 보였고, bupropion은 placebo 보다는 더 효과적이었지만 니코틴 패치와 비슷한 정도의 금연 효과를 보였다.

 

varenicline이나 bupropion의 정신과적 안정성에 대한 연구는 사실 기존에도 수차례 이루어져 왔지만, EAGLES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전에 없던 무척 대규모의 엄밀하게 짜여진 randomised controlled study이기 때문이다. 근거 중심의 의학에서 Lancet이라는 권위 있는 학술지에 실린 이러한 큰 표본의 잘 설계된 연구는 환자 하나하나를 맞닥뜨리는 임상의의 책상에 꽤나 강력한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연구에서는 정신과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환자들만을 포함시켰고, 실제 임상에서 시행하기엔 다소 어려운 횟수의 면담을 시행하는 등 여러모로 현실과의 간극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드문 케이스를 모두 아우르기엔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연구 결과가 실제 임상의들에게 환자들로 하여금 금연의 신체적, 정신적 이점을 꾀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데에 보다 믿을만한 근거로 조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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