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학교에서 학원까지 실어 나르며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헬리콥터 맘이 극성이다.
이들 엄마는 대학 입시를 위한 포트폴리오도 관리해준다. 입시철마다 서울에 있는 웬만한 대학의 입학처는 학부모들의 각종 문의나 항의로 몸살을 앓는다. 대학별 고사 당일에는 자녀를 데려다주려는 차량 행력 때문에 인근 지역까지 교통이 마비돼 경찰이 충돌할 정도다.
아이가 대학에 가면 수강신청을 대신해주고, 성적이 안 나오면 교수를 찾아가 따지기도 하고 성적 좀 올려달라고 부탁한다.
학교를 졸업한 뒤 취직을 해 사회인이 되어도 참견은 계속된다. 이쯤 되면 간섭이 아니라 아이 인생에 월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누구의 인생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는 법이다.

 

왜 이런 극성 엄마가 양산되는 것일까. 먼저 그들이 자란 독특한 성장배경부터 주목해야 한다. 한마디로 극성 부모는 경제성장의 수혜를 받고 자란 왕자, 공주들이었으며, 그들의 부모는 70~80년대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끈 주역들이었다. 남자와 여자라는 구분이 없이 일을 해야 했다.
그러나 산업화,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남편은 일터로, 아내는 집에서 육아와 가사에 전념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전업주부라는 말이 탄생한 것이다.
시골에서 상경한 아버지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산업전사, 회사형 인간이었기에 아이들 교육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집에서는 잠만 자기 바쁘다. 전업주부 어머니는 혈혈단신 도시로 올라와 할 일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시간과 열정은 넘쳤다.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아이 공부시키는 것밖에 없다. 많지도 않은 아이에게 온 신경을 집중한 것이다. 전적으로 아이에게 매달려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그렇게 옥이야 금이야 자란 세대들이 이제 부모가 되었다. 이들은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도 모른 채 부모에게 배운대로 자신의 아이들을 과잉보호로 키우고 있다. 헬리콥터 맘들은 평생 자녀 주위를 맴돌며 자녀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발 벗고 나서는 열혈 엄마들이다.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수업 중 선생 멱살을 잡는 수준 미달의 부모도 있다.
미국에선 이런 부모를 '괴물 부모'라 부른다. 이런 부모가 행패를 부리면 교장은 즉각 경찰에 연락해 체포, 재판에 회부되도록 엄한 벌이 제정되어 있다.
인성교육은 뒷전이다. 아이중심적인 교육환경에서 아이들은 적절한 통제와 절제를 배우지 못한 채 자라고 있다. 애정일변도의 아이 중심교육이 세대를 건너 이어지면서 자기조절력 결핍 증후군이 만연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각종 사회문제의 씨앗이 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 아이들의 훈육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사진 픽사베이

적절한 절제로 자기감정 조절력을 키워야

공주, 왕자로 자란 아이들은 자기감정 조절력이 부족해 걸핏하면 공격적으로 폭발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참을성도 없고 기다릴 줄도 모르며 작은 고난도 이겨낼 내성이 없다. 당연히 인간관게나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는 뇌 속에 세로토닌 대신 공격정인 노르아드레날린이 넘치기 때문인데, 전전두엽의 한 부분인 안와전두피질(OFC)의 발달 미숙이 원인이다. 안와전두피질은 변연계와 전두엽을 잇는 연결통로이자, 좌뇌와 우뇌 사이에 끼어있다. 따라서 감각기관이 보내오는 정보를 분석하고, 원시적 감정과 충동적 욕구가 올라오고 있는 변연계를 통제하고 여러 대뇌피질들에서 보내는 정보와 전전두엽이 이성적 사고를 감정과 적절히 조합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곳이다.
즉, 자기감정 억제 뿐 아니라 공감력, 감정이입력, 스트레스 감내능력 등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능력이 안와전두피질의 발달에 달려있다. 마약 변연계를 통제하지 못하면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고, 반대로 이성적인 전전두엽에만 치우치면 인간미 없는 인간이 된다.


이 기능은 세 살 이전에 형성되어야 한다. 충분한 애착으로 신뢰감을 주되, 돌이 지나면서 차츰 '안돼!'라는 제지가 있어야 감정 억제에 필요한 회로가 생긴다. 애정일변도로 양육하면 아이는 참고 기다리며 억제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갓난아이에게는 원래 억제력이 없다. 양육과정에서 부모가 적절히 '안돼!'라는 억제 자극을 줘야 한다.

 

이시형 정신의학신문 고문 (엄마, 그렇게 키워선 안됩니다 중에서)

 

 

이시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고문
경북대학교 의학 학사
예일대학교 대학원 신경정신과학 박사
세로토닌 문화 원장,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
정신의학신문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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