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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랑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대상인가? 그렇게 떨리고 황홀하고 또한 가슴 아파했던 사랑을 본능과 무의식의 영역에서, 단순한 뇌의 작용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진 픽사베이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앞에서 설명한 이런 단순한 유전자의 이끌림이 아니다. 예술과 문학, 철학에서 노래하는 낭만적인 사랑은 이러한 본능과 무의식을 넘어선다. 우리는 의자왕과 삼천궁녀의 쾌락을 ‘낭만적인 사랑’이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헌신과 현명함을 ‘낭만적인 사랑’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낭만적인 사랑을 여전히 ‘사랑’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느 왕국의 왕자님이 여기 저기 모든 여자를 농락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욕망, 욕구를 채우기 위해 절제를 넘어서는 것을 ‘사랑’이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군가가 한 대상을 위해 일생을 바칠 때 ‘사랑’이라고 한다. 범인(凡人)들은 제어할 수 없는, 모든 본능적인 욕구를 넘어선 그 무엇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사랑’이라고 칭송한다. 이는 ‘사랑’에 자유의지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자유의지는 보편적인 가치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자유의지를 향한 행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자기 자신과 상대방의 정신적 성장을 위해 자신의 자아를 확대하려는 의지이다. 사랑은 하는 것이다. 사랑은 의지의 행위, 즉 의지이면서 행위이다. 의지에는 선택이 따른다. 우리가 반드시 사랑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랑하기로 선택한다.

- Morgan Scott Peck, <아직도 가야할 길>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이 사람을 선택하는 게 잘 하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을 한다. (아직도 결혼을 사랑의 종착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사랑이 맞는가?’, ‘이 사람을 선택하는 게 사랑하기 때문인가? 정 때문인가?’, ‘이 사람을 선택하면 앞으로 잘 살 수 있을까?’, ‘부모님이 반대하는데, 그래도 사랑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감정적으로는 이 사람이 좋고, 조건적으로는 저 사람이 좋은데,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헤어져야할까?’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서로 상반되는 의식에 대한 명령과 무의식적인 이끌림이 우리의 마음을 괴롭게 한다. 자신이 선택하지 못할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죄책감, 자신이 선택할 것에 대한 불확실함과 불안함. 모든 사랑에는 이런 갈등이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갈등과 괴로움을 넘어 사랑하기로 선택을 할 때(자유의지에 의한 의식적인 선택을 말한다. 무의식적인 이끌림이나 환경의 강압에 의한 선택이 아닌), 그 선택에 옳고 그른 것은 없다. 잘 선택하고 잘못 선택한 것도 없다. 선택 자체가 사랑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을 향한 행위이다.

 

반복해서 힘겨운 갈등 속에서도 자신이 어떤 사랑을 하느냐 하는 것은, 즉 고결한 낭만적인 사랑을 하느냐, 인간의 존엄을 잃고 짐승 같이 쾌락적인 사랑을 추구하느냐는 그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인간에게는 단 한 가지 자유, 즉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삶의 길을 선택할 정신의 자유만은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낭만적인 사랑’에의 선택은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평강공주가 고위 귀족이 아니라 온달에게 시집을 가기로 결정했을 때, 밤낮으로 바느질을 하고, 단칸방에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것은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이다. 이럴 때 우리는 대개 자신이 선택한 낭만적인 사랑을 후회한다. 그리고 잘못 선택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자책한다. 하지만 이는 선택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 선택 후의 행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가 하고 있는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것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선택 후에는 ‘이것이 사랑인지’, ‘내가 잘 선택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이 사랑을 잘 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사랑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사랑을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기로 선택한다. 사랑은 의지이면서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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