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요즘 진료실에서나 교내 상담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자문을 시행하다보면 유독 ‘분노조절장애’라는 말을 많이 접하게 된다. 뉴스나 신문의 사회면에서도 우발적인 범죄나 폭행 사건의 이유로 ‘분노조절장애’를 지목하고 있고, 초등학교 학생들이나 사춘기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 역시 우리 아이는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는 식의 표현을 곧잘 쓰고 있어, 마치 이 단어가 정신과적 질환의 이름인 듯 생각되기도 한다. 분노조절장애가 있다고 여겨지는 아이들은 대개 사소한 일에도 발끈하며 화를 내고, 욕설이나 폭언을 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폭행, 기물 파손 등 신체적 폭력성을 보이는 등 분노폭발의 정도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분노조절장애’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듯이 감정, 특히 분노의 조절이 되지 않고 충동적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는 정신과적 진단명이 아니다. 오히려 증상의 하나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대개 분노조절장애라고 말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어떤 진단명의, 그러니까 정확하게 어떤 정신과적 질환으로 인한 분노조절의 장애가 나타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경우 가장 흔하게는 ADHD를 생각해볼 수 있다. ADHD는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충동성이 함께 나타나는 증상군을 말하는데, 이 충동성의 일환으로 분노 조절의 어려움을 들 수 있다. 만약 아동이 ADHD로 의심되는 다른 증상들, 즉 산만하고 부주의함, 과잉행동 등을 함께 보이고 있다면 ADHD에 대한 적극적인 약물 치료 및 개입만으로도 이러한 충동성, 즉 분노조절장애는 크게 호전될 수 있다.

 

또 다른 경우로는 우울증이나 적응장애와 같은 정서적 어려움을 들 수 있는데, 아동의 우울증의 경우에는 성인과는 달리 우울하고 슬픈 기분보다는 짜증나는 기분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짜증과 예민함이 어느 순간 감정 조절의 어려움으로 나타나 분노를 표현하는 형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분노조절이 되지 않는 아이의 경우, 아이의 평소 생활에서 기분 상태나 활력, 생활 수행의 수준 등을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들과 관계없는 다른 기분이나 행동의 문제없이, 온전히 분노조절의 어려움만을 보이고, 분노를 폭발하는 식의 행동을 반복한다면, 정신과적 진단 가운데 ‘충동조절장애’라는 범주에 속할 수 있고, 충동조절장애 가운데서도 ‘간헐적 폭발장애’라는 진단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동에게서 흔하게 관찰되는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되고 뇌파의 불안정성 등과 관련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대개 기분안정제나 항정신병약물로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정신과적 진단에 따른 분노조절장애 이외에도 분노 조절의 어려움을 보일 수 있는 경우는 많은데, 가령 유전적 경향이나 가족의 성향, 가정의 분위기, 신체적 학대의 경험 등 환경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동은 가정 내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이를 토대로 학습하게 되는데, 만약 화가 나는 경우에 말로 표현하고 해결하기보다는 욕설을 하거나 폭행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부모와 함께 지내는 아이라면,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방식의 대처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굉장히 폭력적이거나 폭언을 하는 부모가 아니더라도 이는 해당할 수 있는데, 가령 육아와 다른 여러 일들에 지친 부모는 자칫 그 짜증이나 화를 아이들에게 그것도 갑작스럽게 표현하는 경우들도 종종 있다. 이런 부모의 대응 방식 역시 아이가 짜증나고 화나는 상황에서 취할지도 모르는 행동 방식인 것이다.

 

이를 미루어 분노조절장애를 보이는 아동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먼저 위와 같은 정신과적 어려움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 그와 함께 부모나 아이 주변의 사람들이 보다 건강한 방식으로 화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보여주고,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간단한 팁을 하나 제시해보자면, 아동에게 화가 나는 상황에 큰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대신 숫자를 1부터 10까지 세어보라는 등의 대안적 행동을 알려주어 분노폭발의 빈도를 줄이도록 해볼 수 있다. 아이에게 맞추어 이외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분노폭발의 빈도가 줄어든다면, 아동은 내가 화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가질 수 있게 되고 분노폭발로 인한 꾸중이나 교우관계의 어려움과 같은 부정적 결과를 함께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는 생각보다 더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동이 노력하는 태도를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분노폭발 빈도와 강도의 변화에 대해 관찰하고 긍정적 강화를 해주는 것이다. 칭찬만큼 아이를 변화시키는 큰 힘은 없다. 우리 아이가 미숙한 방식으로 분노라는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 차분히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표현하는 건강한 아이로 자라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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