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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식 없는 조현병,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요?
임진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2.21 06:43

[정신의학신문 : 임진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평소 조용한 성격의 20대 후반 직장인 남성 A는 최근에는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개월 전부터 윗집에서 자신을 괴롭히려고 쫓아다니면서 시끄럽게 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최근에는 좀 더 심해져서 자신을 괴롭히려고 카메라를 이용하여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전자파를 보내서 잠을 이루지 못하게 괴롭힌다고 합니다.

A는 윗집에 찾아가서 항의를 했지만 실제로 윗집 사람들은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직장 일을 하면서도 평소 조용한 성격의 A였지만, 사소한 일을 오해하고 예민하게 화를 내는 일이 잦아집니다.

A의 가족들은 A의 행동을 자주 타이르기도 하고 혼을 내보기도 했지만 A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치료를 받자고 해도 거부하고 자신은 치료가 필요 없다고 합니다.

 

정신증상(Psychotic symptoms)을 보고하는 환자의 사례입니다. 정신증(Psychodic disorder)을 비롯한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에서 환자들은 스스로 질환이 있다고 생각하는 병식(Insight)이 부족합니다.

사례와 같이 분명히 증상을 보이지만, 스스로는 치료를 원치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진_픽사베이


1) 초기 정신증의 치료

정신증상(망상, 환각)이 강할 때는 주변의 현실적인 조언에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가족들이 환자의 생각이 착각이라는 인지적인 접근을 해도 환자와의 관계만 악화될 뿐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초기에는 약물치료를 실시하고 어느 정도 정신증상이 호전이 되어야 합니다. 그 후에야 인지적인 접근과 심층 상담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정신증상에 사용하는 항정신병약제(Antipsychotics)는 선입견과는 달리 안전하고 매우 효과적입니다. 과거에는 약물의 부작용이 많았지만 최근에 개발된 약물은 부작용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약물치료와 더불어서 정신치료 등의 치료가 조기에 이루어질수록 환자의 예후는 좋아지게 됩니다.

 

2) 병식이 없는 정신증 환자 치료의 어려움

정신증상(망상, 환각)은 환자의 입장에서는 실제적인 경험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인 환청이 환자에게는 명확하게 들리고, 이는 실제의 소리와 같게 느껴집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확신을 하고 그로 인하여 심한 불안을 경험합니다.

환자 스스로는 자신의 어려움이 병 때문이라는 자각(병식, Insight)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괴로워하면서도 증상에 대한 치료는 거부합니다.

약물치료 등의 의학적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증상은 점차적으로 악화됩니다. 보호자로서는 어르고 달래 가며 치료를 받게 하지만, 계속적인 치료 유지는 어렵습니다. 환자로서는 치료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지고, 보호자는 점차 지쳐가게 됩니다.

 

3) 환자가 원하지 않아도 치료가 가능할까요?

초발 정신증을 가진 환자의 가족들은 강제적으로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묻곤 합니다.

환자에게 강제적인 투약을 하거나 치료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재판을 통한 결정 외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증상에 따라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적인 입원을 고려할 수는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강제적인 입원의 적응증은 현행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본인 또는 타인의 건강이나 안전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거나 개연성이 높은 경우’입니다. (정신건강복지법 43조).

정신질환자의 범위 역시 증상으로 인하여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어야만 합니다 (정신건강복지법 3조).

이에 따라 ‘독립적인 생활에 제약이 심할 정도의 정신질환자가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할 가능성이 현저할 경우’에만 한하여 강제적인 입원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앞선 사례에서의 A는 분명한 증상은 있지만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명백한 위협적 행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화를 내거나 감정적인 표현 역시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보고한 증상으로는 자신이나 타인의 안전에 대한 위해가 개연성이 높다는 판단을 하기에는 논리가 부족합니다.

명백한 증상을 보이고 향후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악화될 소지가 분명합니다. 하지만 환자는 시기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증상이 더 심해지고 문제 행동이 나타난 후에야 비로소 적극적인 치료를 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증상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적응증에 해당하였다 하더라도 행정적인 절차가 필요합니다.

가장 가까운 보호자가 2명 이상 내원하지 않거나, 증상이 급한 상황이라도 필요한 서류(가족관계 증명서, 등본, 통장사본 등)가 즉시 구비되지 않으면 입원치료는 불가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가족들이 보기에는 치료가 필요하더라도, 법적으로 가장 가까운 보호자가 입원치료에 대하여 반대하는 경우에도 입원치료는 어렵습니다. 

 

4) 치료를 위한 적절한 대안은?

환자의 인권에 따른 강제 입원을 제한하기 위한 변화는 매우 긍정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으로는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사법입원제도, 외래치료명령제를 적극 실시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보호자에 의한 개인적인 입원보다는 판사를 위주한 재판부의 결정에 따른 사법입원제도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의 치료에 있어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 의사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판단과 책임이 있을 때 보다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해집니다.

외래치료명령제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지속적인 외래치료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법적인 문제를 진 환자에 한하여 매우 협소하게 행해집니다.

이런 제도가 확대되어 많은 환자들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초기부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시기적절한 치료는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를 좋게 하고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많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초발 정신증은 약물치료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환자의 병식이 없는 경우,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예후가 좋지 못합니다. 보호자로서도 환자를 돌보는 데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큽니다.

사법입원제도, 외래치료명령제 등의 사회적인 개선안이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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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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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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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현병가족 2019-02-21 23:05:02

    저희 고모부가 조현병 진단받고 입원하기까지 과정이 너무 험난했어요 ㅠ 쓰레기를 계속 집에 가져오시는데도 환자가 입원 안하려고 하니 정말 고모랑 언니들이 힘들어하더라구요. 차라리 법적으로 이런부분에 대한 규정이나 원칙들이 정해지면가족들이 덜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씁쓸하네요,,,   삭제

    • 댓글 2019-02-21 23:00:15

      실제 상황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법체계들이 답답하네요..   삭제

      • 조현병 가족 2019-02-21 17:11:27

        조현병은 정말 한 가정을 파괴하는 병입니다. 초기에 병식이 있는 환자가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조현병으로 아팠던 언니는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가족들에게 결국 등을 돌렸고, 증상은 점점 악화되어 결국 강제입원을 시행했고, 퇴원 후 언니는 가족들을 경찰에 고소하는 등 점점 관계가 틀어졌습니다. 퇴원 후 병식이 없으니 약을 안먹었고 다시 증상이 악화됐지만 병원에 문의해도 환자를 직접 데려와야 한다는 대답만 할뿐 정말 속이 터지더군요.. 외래치료명령제 꼭 시행되길 바랍니다ㅠ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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