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입구역 지혜샘 정신과 유지혜 원장,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에 관심 가져야 할 때!

[정신의학신문] 안녕하세요. 오늘은 숙명여대역 근처에 새롭게 개원한 지혜샘 정신건강의학과 유지혜 원장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원장님. 

[지혜샘 정신과 유지혜] 네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 병원 이름이 재밌어요. 선생님 성함에서 따온 이름인 거 같은데, '지혜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느낌도 들고요. 병원 이름을 지혜샘 정신과라고 지으신 이유가 있나요? 

[지혜샘 정신과 유지혜] 아, 제가 2016년부터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 임원을 맡으면서 여러 가지 일도 하고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분들이 저를 “지혜샘”이라고 불러주셨어요. 협회 회원들이 전국에 계시다 보니 카카오톡으로 “지혜샘~” 이렇게 톡을 보내오시곤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수원 마음톡의원 전상배 원장님으로부터 “지혜샘”이라는 도장이 찍힌 책 사진을 받게 되었습니다. 수원에 있는 “지혜샘 어린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찍어서 보내주신 거였어요. 그 당시 병원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그 사진을 본 순간 “이거다!” 싶었습니다. 먼저 제게 익숙한 이름이고 앞으로 환자들이 저를 부를 이름이기도 하니까요.
 


[정신의학신문] 아, 그렇군요. 환자분들이 더 친숙하게 느끼실 만한 이름인 거 같습니다. 병원이 숙명여대 근처다 보니 학생분들도 많이 오실 것 같아요. 숙대입구역 쪽에 개원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지혜샘 정신과 유지혜] 제 동생이 숙명여대를 졸업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이화여대를 다녔던 저는 같은 여대이면서도 수수하고 실용적으로 구성된 교정에 마음이 끌렸던 기억이 나네요. 시험기간에는 새벽에 숙명여대 열람실에서 동생과 같이 공부를 하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저에게 숙명여대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20대를 떠오르게 하는 그리운 공간이자 친숙한 곳입니다.

얼마 전,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면서 학업문제로 스트레스받는 우리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고충이 대중에게 알려지고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입시제도가 수시로 바뀌고 좋은 대학만을 목표로 쉬지 않고 달려온 우리 학생들에게 캠퍼스의 낭만은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대입 경쟁을 뚫고 대학교에 들어왔지만 취업이라는 더 큰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불안해하고 방황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인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장을 선호하다 보니 갈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 성인이 되었지만 공부하느라, 취업 준비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마음을 돌보고 심리적 성숙을 이루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이런 친구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에 대한 심리 상담부터 개인 정신치료 및 약물치료까지 체계적인 정신건강관리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갖게 되었고 특히 저에게 친숙하고 동생 같은 숙명여대생들이 쉽게 자주 찾아올 수 있도록 숙대입구역 정신과, 지혜샘 정신건강의학과를 열게 되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단순히 대학교 역 근처라는 이유 그 이상의 큰 의미가 숨어 있었군요. 그러면 앞으로 병원을 찾아주시는 분들 중에서 대학생들이 많을 텐데, 대학생들을 진료할 때는 일반 성인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지혜샘 정신과 유지혜] 음, 같은 성인이라고는 하지만 대학생들이 가지는 고유의 특징들이 분명히 있고, 교육열이 유래 없이 높고 IT 강국인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특징은 더욱 독특한 것 같아요.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대학생들은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이제 막 넘어온 시기로, 둘의 특징을 동시에 보입니다. 내적으로 굉장히 혼란스러운 시기라고 할 수 있어요. 어느 날은 한없이 아이 같이 천진난만하고 자유롭고 싶다가도 어느 날은 성숙한 어른의 모습으로 무장하고 있어야 하니 내부적으로 pressure를 느끼고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중고등학교 시절 수동적인 학교 생활을 하다가 자신이 과목을 고르고 강의실을 찾아가야 하고 평소에 내실을 위해 인터넷 강의 등등을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하는 대학 생활을 짧은 시간 동안에 적응해야 합니다. 한 학기 겨우 적응도 못 끝냈는데 취업 걱정을 동시에 해야 하니 요즘 학생들은 정말 안쓰러워요. 중고등학교 때는 또래 친구들과 선생님이 대부분의 사회적 관계망이었다고 하면 대학 진학 후에는 다양한 연령대, 직업, 분야 등등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아직 성인으로서의 정체감을 갖기도 전에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면서 숙고할 여유 없이 가치관을 수용하거나 신념의 한계를 경험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기적인 특징과 함께 고려해야 할 부분은 대학생들이 가지는 공통된 이슈들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앞에서 말한 취업문제뿐만 아니라 친구 및 선후배 등 과의 대인관계, 이성교제에 있어서도 경험이 부족하고 자신의 가치관이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이들 힘들어하는데 이러한 고민들을 최대한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함께 바라봐줄 수 있는 태도가 대학생들의 진료실에는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정신의학신문] 선생님의 학생들에 대한 진심 어린 고민들이 느껴지네요. 조금 무거운 주제이긴 하지만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럼 대학생들에서 많은 질환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지혜샘 정신과 유지혜] 네, 무거운 주제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흔히 우리가 ‘마음의 감기’라고 부르는 우울증이 요즘 대학생을 포함해 2-30대 젊은 세대에서 갈수록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예요. 실제 우울증을 진단받지 않은 경우를 포함하면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우울감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우울증과 함께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흔한 정신건강문제로는 불안장애가 있습니다. 불안장애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유명인들을 통해서 많이 접해 알고 있는 공황장애가 대표적인 불안장애죠. 공황장애는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어려운, 특히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공포감이 주 증상이기 때문에 실제 질병이 가진 심각성보다 환자분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고통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때 병원을 방문해 진단받고 약물 치료 및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게 되면 불안이 가라앉는 치료적 효과와 만족도도 상당히 큰 질병이에요. 그 외 다른 불안장애들로는 범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 특정공포증 등이 있습니다.

수면 장애, 소위 불면증은 대학생들 뿐만 아니라 아마 정신과를 찾는 분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이자 질환일 거라 생각해요. 그 말은 그만큼 불면증의 원인이 다양하다는 말이기도 하죠.

불면증은 단순히 잠을 들거나 유지하는 데에만 문제를 보이는 '일차성 불면증'과 다른 정신과 질환으로 인해 불면 증상이 발생하는 '이차성 불면증'으로 나누게 됩니다. 그래서 잠을 못 잔다는 것은 단순히 수면제를 복용해서 해결한다는 생각보다는 자세한 상담과 검사로 불면의 원인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해요.

양극성 장애는 일반인들에겐 조금 생소한 용어일 수 있는데, 많은 분들이 ‘조울증’으로 알고 있는 질환이에요. 단순히 감정 기복이 심한 것과 질병으로서의 조울증은 차이가 있어요. 그 외에도 거식증, 폭식증과 같은 식이장애나 월경전증후군 등은 여학생들에게서 흔하게 보이는 질환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정신의학신문] 대중들에게 익숙한 병명들도 있지만 설명을 들으니 잘못 오해하고 있던 내용들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내가 병원을 가야 하는 상태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가 있나요?

[지혜샘 정신과 유지혜] 요즘에는 많은 분들이 정신과 상담과 치료에 대해 예전보다는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는 혼자서 고민하고 버틸 때까지 버티다 도저히 안될 때에야 병원을 찾아오시는데, 사실은 증상이 심할 때보다 초기 증상을 보일 때 정신과를 내원하는 것이 치료의 기간과 강도를 더 줄일 수 있는 길이에요. 개인적 고민이나 불안, 내적 갈등 등이 심할 때 친한 친구나 선배, 종교활동 등도 분명히 도움이 될 순 있지만 한계가 존재하며, 스트레스는 정신적인 영향뿐 아니라 생물학적 영향도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해요.

모든 정신건강의 문제들에는 전조 증상들이 존재해요. 우울증을 예로 들면, 우울한 감정과 비관적인 사고 이전에 불면, 식욕저하, 집중력 저하, 피로감, 전신 통증 등 우리 몸이 전반적인 변화를 보이는데 이런 변화가 2주 이상 보일 경우 위험 신호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신의학신문] 많은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주제인 만큼 필요한 내용들을 잘 요약해서 설명해주셨네요. 분위기를 좀 바꿔볼게요. 겨울방학도 끝나가고 곧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학생들에게 새 학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팁이 있다면 몇 가지 부탁드려요.

[지혜샘 정신과 유지혜] 비유를 하자면, 연주자들도 연주 직전에 리허설이라는 것을 하면서 마지막 점검을 하지요. 그런 것처럼 내가 다니게 될 학교를 방문해보고 과 사무실, 학생회관을 둘러보고 교정을 먼저 익혀 보세요. 학교 앞에서 점심시간이나 강의가 없는 시간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미리 알아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장소가 익숙해지면 학기 초에 우왕좌왕할 일이 적어지니까요.

요즘 출퇴근 때나 점심시간에 숙대입구 역 근처에 나가보면 앳된 새내기 학생들이 많이 보입니다. 둘씩 셋씩 친구들과 짝지어 다니는 모습이 너무너무 예쁘고 보기가 좋더라고요. 아직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하기 전이니 꼭 신입생 OT에 참석해보고 앞으로 4년간 같은 교정에서 만나게 될 새 친구들을 미리 사귄다면 새 학기 적응 절반은 끝낸 거랍니다.
 


[정신의학신문] 연주자의 리허설에 비유해주신 게 인상적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생활이나 개인적인 고민들로 우울해하는 친구가 옆에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는 게 좋을까요?

[지혜샘 정신과 유지혜] 어려운 질문이네요. 사실 위로가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자칫 섣부른 위로가 오히려 상대방에게 더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위로는 어떤 단어와 문장으로 말을 하느냐 보다는 진심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이냐, 그리고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하냐가 더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듣고 그 입장에서 마음을 상상해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 필요해요.

그러고 나서 위로의 말을 전할 때는 상대가 겪고 있는 문제의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우선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파악하고 이를 말로 표현해 내가 당신의 고통을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게 좋아요. 또 상대가 느끼는 그 감정이 지금 상황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알려주어야 해요. 그래야 스스로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지 않거든요. 마지막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가지는 고유의 가치는 변함없음을 지지해주고 확인시켜준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위로를 전할 수 있어요.

 

[정신의학신문] 효과적으로 위로하는 법과 그보다는 진심이 담겨있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시네요. 지금 이 순간에도 아마 정신과 방문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텐데, 그분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지혜샘 정신과 유지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정신과에 대한 다양한 편견들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에요. 그중 일부는 사실인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과장되거나 극단적으로 표현된 경우들이에요.

몇 가지 예로 들면, 우선 ‘정신과 약물은 부작용이 심하고 먹으면 바보가 된다’, ‘잠만 잔다’, ‘평생 못 끊는다’ 등 약물에 관한 편견이에요. 과거 7-80년대 개발된 정신과 약물들은 실제로 종류도 한정적이고 부작용도 많았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약물이 워낙 다양해지고 대부분의 약들이 부작용이 적은 방향으로 출시되고 있어요.

둘째는 정신과 기록이 남으면 불이익을 있어서 방문을 꺼리시는 분들이 있는데, 의무기록은 본인의 동의 없이는 회사뿐만 아니라 가족일지라도 열람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어요. 이는 의료법과 정신보건법에 명시되어 있는 내용이고, 의료인 또한 환자의 비밀보장원칙을 준수하게 되어 있고요.

옛 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속담이 있듯, 힘들고 도움이 필요할 땐 하루빨리 용기 내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빨리 좋아지는 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만약 고민되고 망설여지는 부분들이 있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서 전문의와 상담을 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신의학신문]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과 정신건강의학자로서의 깊은 고민까지 느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드리면서 오늘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지혜샘 정신과 유지혜] 십여 년 간 일선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현장에서 느낀 점 중에 하나가 우리 학생들의 어려움을 돌보기에 사회는 준비가 덜 되어 있고 학생들의 변화 속도를 사회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거나 친구들끼리만 공유하다가 마음의 병이 깊어져서 한계에 부딪혔을 때 정신건강의학과에 오더라고요.

물론 깊어져서 와도 치료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학업이나 성과에 문제가 생긴 다음에 온 학생들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이제 숙명여대 앞에 지혜샘 정신건강의학과가 가까이에 문을 열었으니 너무 멀리 돌아서 오지 마시고 고민이 될 때 바로 내원하셔서 같이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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