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의 문인화 수업 체험기 - 2

여든 소년 山이 되다 중에서,,,

어느 사물이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그냥 보이는 외관이 아니고 본질이 무엇일까를 꿰뚫어보기 시작했다. 사유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산의 나무 한그루, 바위 하나도 그냥 보이는 게 아니다. 대화도 하고, 어루만지고 뺨도 부벼보는 등 삼라만상이 참으로 정겹게 다가왔다.

 

이런 심성이 문인화 수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낙조도 별도 달도 어느 하나 예사롭게 보이지 않고 깊은 관조의 세계로 나를 끌고 간다. 그리고 선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서점에 들러 그림책, 시집, 작품집을 훑어보는 등 작품을 대하는 내 안목이 그 전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내 머릿속은 온통 문인화로 가득 찼다. 사유와 관조, 저걸 어떻게 글로 옮기고 그림으로 표현할까 참으로 아름다운 세계가 내 머릿속에 펼쳐지고 있음을 느낀다. 내 심성이 한없이 부드러워지고 내면 세계는 평화로워지고 따뜻해졌다. 난 정말이지 문인화가 주는 축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화실에 앉아 수첩을 꺼내들고 이를 어떻게 그릴까를 구상하는 순간도 가슴이 뛴다. 이게 치유다. 문인화는 훌륭한 치유적 예술이다. 이게 정신과 의사가 내린 결론이다.

 

이건 난생처음 느껴보는 소중한 체험이다. 실제로 내 정신세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정신분석적 해석을 붙여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겨났다. 전술하다시피 문인화 수업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변화가 일어났다.

 

이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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