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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머리가 나빠졌어요 - 출산 후 기억력 저하
김세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1.16 08:12

[정신의학신문 : 김세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부 여성 분들은 기억력이 전보다 나빠지는 시기를 임신 혹은 출산 후 시기로 기억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c.f. 남자분들이 이야기하는 기억력 저하 원인은 대체로 일관적입니다, 술..) 
 

사진_Brain, Child Magazine.


통계에 따라서는 출산 경험 여성 중 건망증을 경험한다는 비율이 많게는 80%까지 보고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러 연구 결과에서도 꾸준히 임산부/산모의 특정 영역의 기억력의 저하 소견이 관찰되었습니다. 특히 2007년에는 1000명이 넘는 여성을 조사한 대규모 메타 연구는 이런 주장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Henry and Peter Rendell은 17년이 넘게, 여성(412명의 임산부, 272명의 출산 여성, 386명의 비임신 여성)의 기억력을 조사한 14개 이상의 연구를 종합한 메타 분석 연구를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임신 여성의 특정 영역의 기억력이 가장 낮은 경향성이 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출산 후 여성에서도 그런 경향은 일부 지속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오래되고 익숙한 기억보다는 새로운 것들, 더 집중하고 부담이 되는 고위 기능과 연관된 기억 등이 더 영향이 컸다고 하네요.(J Clin Exp Neuropsychol. 2007)
https://www.ncbi.nlm.nih.gov/pubmed/18030631#

하지만 여전히 이런 현상이 실제 존재하느냐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객관적인 기능 저하가 없다는 연구들도 꾸준히 존재하기 때문이죠(Logan DM, 2014, Onyper SC, 2010, Parsons TD, 2004). 어쩌면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는 이런 어려움을 경험하는 사람이 존재하고, 또 다른 일부는 좀 덜 경험하는 사람이 섞여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은 어느 정도의 임신/출산 후 기억력의 어려움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에서 더 살펴보고자 합니다.

 

앗, 내 정신 좀 봐.. (사진_Pregnancy & Newborn Magazine)


이러한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원인들에 대해서 현재까지 뚜렷하게 정립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이를 지지하는 흐름의 원인들은 크게 몇 가지 원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호르몬과 같은 생물학적 변화에 의한 부분과 임신/출산과 연관된 심리적인 부분의 변화입니다. 잠의 부족, 혹은 스트레스로 인한 인지기능의 변화가 발생한다는 가설, 그 외에 임신으로 인해 아이에게 전달됨으로 인해 엄마의 일부 성분들(DHA, 콜레스테롤)이 부족해서 기억력의 변화가 생긴다는 가설들도 있습니다.

옥시토신은 출산과 수유 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데 일부 연구에서는(Heinrich, 2004) 이를 중요한 원인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옥시토신은 단서를 주었을 때 "회상"을 하는 일부 기억 결과에 영향을 주었는데 재미있게도 일반적인 단어보다는 출산과 같이 연관성이 있는 단어들의 기억회상에 대한 부분에서 효과의 차이가 있었다고 하죠. 이는 우리가 출산에 대해 알고 있는 오래된 믿음, 어머니들이 죽을 뻔한 출산의 고통을 경험하고서도 다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중요한 진화적 무기(선택적 망각-출산의 고통은 잊고 아이를 낳은 기쁨은 유지시켜주는)를 뒷받침하는 소견입니다.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죠. 어떤 고통은 평생을 괴롭히며 다시는 그 장소나 행위를 피하게 하는 위험 신호로 작용하는 반면 출산의 고통은 통증 그 자체로는 어디 비견해도 만만치 않음에도 위대한 어머니들은 또다시 그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려 합니다. *단, 일부 산모(3~6%)들은 부정적인 출산 경험 후에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증상을 보고한다고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어떤 학자는 이런 선택적 망각 효과는 실제 옥시토신에 의한 효과라기보다는 후광 효과(Halo effect-두드러진 특성이 다른 특성을 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침)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실제 그 고통스러운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는 기쁨과 행복에 대한 기대가 출산의 어려움보다 선행되어 이것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당첨된 복권을 수령하러 가는 길이 멀고 고통스러워도 힘들지 않았다고 회상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여성의 에스트로겐의 변화를 주목합니다. 에스트로겐은 임신과 출산 시 가장 많이 변하게 되는 여성 호르몬 중 하나인데 쥐 실험에서도(de Macêdo Medeiros, 2014) 이러한 에스트로겐의 변화는 기억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콜린성 시스템(Cholinergic system)에 큰 영향을 주어 기억력의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기전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기억력의 변화에서 호르몬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것은 임신과 출산에 따른 심리적인 변화들입니다. 기억을 한다는 것은 뇌를 사용하는 일인데 아이를 갖게 되는 그 순간부터 엄마의 뇌의 일부는 늘 아이에게 할당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역할의 변화로 인한 부담 그리고 산후 우울감 등의 부정적인 정서 등이 기억력의 변화와 연관성이 있지 않나 추정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여성 호르몬의 변화는 일시적이지만(Ex. 여성의 에스트로겐 수치는 출산 후 한 달 뒤면 다시 낮아진다) 기억 저하들은 최소 3개월에서 1년 이상까지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들을 생각한다면 심리적인 변화들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g. 이런 심리적인 변화들은 기억력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변화를 거꾸로 야기하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가 어떤 이유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원인에 맞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추정 원인이 너무 많은 현상은 아직 누구도 잘 모른다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기억력 저하의 중요한 원인이라 추정되는 관련 호르몬의 변화는 현재까지 우리가 조절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기억력 저하의 원인에 집착하는 것은 대개 이점이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까지 많은 문헌들에서 추천하는 임신/산후 기억력 저하의 개선들은 원인 개선이 아니라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임신/산후 기억력 증진을 위한 추천 방법>

휴식 - 충분한 수면이 가장 중요!

스트레스를 줄이고 몸을 이완할 수 있는 행위들 - 요가, 명상, 가벼운 산책, 가벼운 음악 듣기.

운동 - 뇌혈류량을 증가시키고, 기분을 개선시키며, 기억력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행위.

균형 잡히고 건강한 식습관 유지 (건강 보조 식품은 선택일 뿐이지 필수가 아닙니다.)

 

<기억력 저하가 있다고 느낄 때 도움이 되는 습관>

꼭 그날 해야 할 중요한 목록을 작성한다.

루틴을 정하고 자주 쓰는 물건은 고정된 위치를 정한다.

서두르지 말 것 - 새로운 것을 습득할 때는 좀 더 여유 있게

기억에 꼬리표를 붙인다 - 핸드폰을 식탁 위에 두었다면, '밥 먹는 핸드폰'으로 기억하는 것이 훨씬 더 잘 생각이 난다.

챙기거나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들은 남편이나 주변에게도 미리 이야기 하기. 

사소한 것 잊어버리는 현상에 너무 집착하지 말 것.

 

마지막으로 문헌에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도움이 된다고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기억력으로 고민하는 아내에게 비난하지 않는 남편의 지지적인 태도와 따뜻한 말 한마디입니다.

 

* 덧붙이자면 삶은 공평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남성의 인지 기능의 저하는 여성보다도 빨라지는 경향이 있으며(Archana Singh-Manoux, 2012)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술로 인해서 남성들이 더 그 저하가 심각하다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남편들이 아내의 사소한 기억력에 저하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실로 위험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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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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