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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해 준다?
박유솔 기자 | 승인 2019.01.14 02:58

프랑스의 화가이자 판화제작자인 피에르 보나르(Pierre Bonnard, 1867. 10. 31 - 1947. 1. 23)는 그의 부인 마르트 드 멜리니(Marthe de Meligny)의 그림들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보나르는 부인 마르트의 그림을 350점 이상 그렸는데, 그와 그의 부인이 60세가 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마르트를 싱그럽고 사랑스러운 젊은 여성으로 그렸다.

그중 상당수의 그림들이 부인 마르트가 욕조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자폐증과 결벽증 증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랜 시간 목욕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고 알려져 있다.

‘색감의 마술사'라는 보나르의 명성에 버금가게 마르트를 그린 욕조 그림들은 전체적으로 감각적인 색채와 영롱한 빛은 가지고 있지만, 그에 비해 이 그림 속의 부인 마르트는 생기가 없고 거의 시체에 가깝게 그려진다. 그녀의 얼굴도 대부분 그려지지 않았다.
 

Pierre Bonnard, "La Grande Baignoire"


보나르의 작품들은 아내의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한 그의 내재된 슬픔과 애도를 표현한다고 분석되고 있다.

부인 마르트의 초상화들은 보나르가 처음 만난 젊고 아름다운 그녀의 이십대와 중년의 아프고 생기 잃은 마르트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나타난다.

보나르는 병이 빼앗아간 아내의 아름다움과 젊음을 간직하기 위해 그가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아내를 그린다.

화가가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보나르는 예술을 통해 아내를 잃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했다고 해석된다.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재생되는 트라우마의 기억은 스트레스, 혹은 심하게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말과 글로 트라우마를 설명하고 이겨내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에 대해서 말하면 트라우마의 부정적 기억들이 더 극대화되고 고통스러워진다고 하기도 한다.

 

보나르 같이 미술작품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창작활동 또는 시각적 이미지를 감상하는 것을 통해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다.

행복했을 때의 기억을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돌아가신 부모님의 건강하실 적 사진을 보는 것과 같은 시각적 활동은 사람들이 트라우마보다는 좋았던 추억들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일반적인 치료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언어성 기억(verbal memory) 능력과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네덜란드의 한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진 환자들이 미술치료를 통해 트라우마의 기억과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고, 부정적 기억들을 완화하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해 준다고 발표하였다.

미술치료를 통해 창의력을 발산하게 되면 환자는 부정적이고 주체 불가능한 감정보다는 논리적 사고나 언어성 기억과 같은 고위인지기능(higher cortical brain function)으로 트라우마에 대응하게 된다.
 

사진_픽셀


이상적이거나 행복했던 시절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활동은 화가 보나르처럼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작품이라고 할 거창한 예술활동이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찾아보는 것은 트라우마의 부정적 기억을 바깥세상과 공유하면서 내면의 아픔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해준다.

트라우마를 부정적으로 기억하기보다는 예술을 통해 더 좋은 추억으로 대체하는 것은 단순히 한 순간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시각적 기억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시각적 기억은 더 나아가 감정까지도 좌우하게 된다. 뇌과학에서는 ‘적응성 공명 이론(Adaptive Resonance Thoery, ART)이 이 효과를 설명한다.

뇌는 기대, 의식적인 집중, 그리고 기억 탐색을 통해 기억을 다듬을 수 있다. 특정 기억에 짝 지워진 학습은 뇌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

 

이 개념은 불행한 기억 때문에 몸부림치는 이들에게 매우 큰 희망을 준다.

즉 창의적 활동에 집중하면서 기억과 감정을 안정화시켜주는 창작 또는 예술 활동은 뇌의 회로를 바꿈으로써 트라우마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References 

Schouten, KA, Knipscheer JW, Kleber RJ, Hutschemaekers GJM. Trauma-focused art therapy in the treatment if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A pilot study. J Trauma Dissociation. 2018. Aug 15

Grossberg, S. From Brain synapses to systems for learning and memory: Object recognition, spatial navigation, timed conditioning, and movement control. Brain and Memory: Old arguments and New Perspectives. Michel Baudry and Gary Lynch, eds. Br

Pierre Bonnard, "La Grande Baignoire" (Nu), 1937–1939. Huile sur toile, 94 × 144 cm. Collection privée Source: (PHOTO: © VOLKER NAUMANN© 2012, PROLITTERIS, ZURICH) ain Research. 2015. 270-293.

https://www.psychologytoday.com/gb/blog/the-neurobiology-wellness/201812/visual-art-may-soothe-traumatic-exper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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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솔 기자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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