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신홍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64세 주부인 희자 씨는 밤마다 다리가 불편해서 잠들기 힘들다. 종아리 속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말할 수 없는 불편감을 느낀다.

옆에서 곤히 자는 남편을 깨워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한다. 다리를 주무르면 덜 불편하지만 그때뿐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면 다리가 편하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 거실을 서성거린다. 그러다 자리에 누우면 다시 불편감이 밀려든다.

희자 씨의 다리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가만히 있지 않고 주기적으로 움직인다. 같이 자는 남편은 왜 자꾸 다리로 자신을 차느냐고 불평한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이부자리 아래쪽이 흐트러져 있다.

희자 씨의 증상은 밤이 되면 심해진다.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가만히 앉아서 먼 길을 가야 할 때는 낮에도 증상이 나타난다.

희자 씨의 증상은 30대 중반부터 나타났다. 뼈와 관련된 증상이라 생각하고 정형외과를 찾아가 엑스선 촬영을 해 보았지만 뼈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진통제를 처방받아 먹어보았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진_픽셀


희자 씨는 다리 불편감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불면증을 전문으로 다루는 수면클리닉을 방문했다.

희자 씨의 증상을 들은 의사는 하지불안증후군이라고 진단했다. 철분부족이 원인일 수도 있다며 혈액검사를 시행하였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뇌 속에 도파민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대사에 이상이 생겨 생기는 병이라고 설명해 주고, 치료제를 처방해 주었다.

통상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보다 1시간 먼저 약을 복용하자 매일 밤 나타나던 하지 불편감은 거짓말처럼 없어졌다. 희자 씨는 30여 년 만에 단잠을 잘 수 있었다. 약을 복용하면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희자 씨는 자신과 똑같은 증상으로 고생하는 아들이 떠올랐다. 아들과 함께 수면클리닉을 찾았다. 아들 역시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 수면전문의는 하지불안증후군이 유전성이 있으므로 가족 내에 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 6~7세 아동들이 호소하는 성장통도 하지불안증후군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수면전문의는 하지불안증후군이 병으로 알려지고 치료 방법이 개발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의사들 중에도 그 병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희자 씨는 계모임에 갔다가 똑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친구를 수면클리닉으로 안내해 주기도 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어떤 사람에게 특히 흔한가?

65세 이상에서는 10%, 30세 이하에서는 3% 정도가 이 병을 앓는다. 나이가 들수록 유병율이 늘어난다. 증상이 없던 사람도 임신하면 임신하면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임신과 함께 나타나는 철분부족과 관련된다.

당뇨,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는 사람에게서도 흔하다. 30대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유전에 의한 것이 많으며 대개 어느 한쪽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어떻게 치료하나?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하지불안증후군의 불편한 증상들은 뇌의 특정 부위에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서 나타난다. 도파민이 만들어지는 데는 철(Fe)이 필요하므로 철분부족이 도파민 합성 부족으로 이어져 증상을 만든다고 생각된다. 임신 후에 철분이 부족해지면 하지불안증후군이 나타나는 것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은, 뇌 속의 도파민 전달을 잘 되게 해 주는 도파민효현제이다. 혈액검사를 통해 철분부족이 확인되면, 철분제제를 복용해서 치료하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장기간 고생한 사람들은, 뜨거운 찜질을 하거나 근육통 치료용 크림을 바르기도 하고, 또 마사지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효과적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너무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은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 코골이 하지불안증후군 불면증 기면증에 대한 종합보고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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