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은 조현병 환자의 피해망상으로 인한 범죄인데 단순히 여성에 대한 혐오로 인한 문제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흔히 말하는 여성에 대한 혐오 범죄와는 다르다.

정신과 의사로서 바라본 이번 사건은 명백히 피해망상으로 인한 우발적 살인이다. 정신분열병(조현병)의 중요 증상 중 하나가 망상이다. 그 중 피해망상이 가장 흔하다. 피해망상은 누군가 나를 해하려고 한다는 절대적 믿음이다.

가해자가 여성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해자의 극도의 자존감 저하, 열등감, 여성에 대한 기대는 있으나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는 현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생겨난 망상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다. 지나치게 관심 위주의 사안으로만 바라보아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해결책을 엉뚱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정신과 입원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중요한 순간에 이런 사건이 일어나서 난처해 하는 것 같다. 사실 입원규정이 까다로워져 환자들이 탈원화 되는 것은 예상되는 시나리오이다.

정신과 환자의 탈원화에 앞서, 사회 안전망의 확충이 필요하다. 각 지역에 설립된 정신건강증진센터가 환자 관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환자가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는 정신과 환자와 건강한 사람 모두가 누려야 하는 것이다.  또한 정신과 환자들도 양질의 치료를 받고 그들의 삶을 살아가야 할 권리가 있다.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정신과 환자들은 순박하고 착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특정 상태에서 치료를 거부하고 증세는 악화 되어 잘못된 판단을 하며 문제를 일으킬 수 도 있다. 정신과 치료는 위험을 어느 정도 예견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대부분 방지할 수 있다. 정신과 환자의 치료의 연속성이 잘 유지 되는 것이 범죄의 예방이요, 재범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여성 혐오를 멈추라는 피켓이 아니라, 정신과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라는 피켓이다.

 


박경신(정신과 전문의/서산굿모닝의원/순천향의대 외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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