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홍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키에 대한 관심이 많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성장클리닉도 성업 중이다. 잠과 키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잠자는 중에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 성장호르몬은 낮에도 일부 분비되지만, 하루 분비량의 80%가 수면 중에 분비된다. 특히 성장호르몬은 다른 호르몬과는 달리 수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른 호르몬은 일주기 리듬에 따라 일정한 시간이 되면 분비되지만, 성장호르몬은 수면, 그중에서도 깊은 수면인 서파수면 중에 집중적으로 분비된다.
 

사진_픽셀


수면 중 성장호르몬 분비량을 나타내는 그래프를 보면 밤 10시경부터 분비량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새벽 2시까지 집중적으로 분비된다. 방송국에서 성장호르몬은 이 시간대에만 분비되는 것인지 필자에게 물어온 적이 있다.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잠을 자면, 특히 서파수면이 나타나면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그 그래프에 나와 있는 실험 결과는 밤 9시에 잠자리에 들도록 한 피험자에서 나온 자료이다. 만약 새벽 1시에 잠자리에 들도록 했으면 새벽 2시부터 성장호르몬이 나오기 시작했을 것이다.

만약 하룻밤 동안 전혀 자지 않았다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낮잠을 자고, 그때 서파수면이 나타나면서 성장호르몬 분비가 집중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이는 실험 결과로도 나와 있다.

 

잘 자라기 위해서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는 것과 이 실험 결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늦게 자도 자기만 하면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니까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 하나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야간에 분비되는 호르몬 중 수면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 있고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것도 있다. 성장호르몬이 잘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들 호르몬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또 우리 몸이 통상적으로 수면을 취해 왔던 시간대(밤 10시~새벽 6시)에 잠을 자야 서파수면이 더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그 양과 질도 좋다. 서파수면의 양과 질이 좋아지면 성장호르몬 분비도 그만큼 잘 될 것이다. 수면시간이 줄어들면 그와 비례하여 서파수면 시간도 줄어든다.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 시간이 줄어드는 셈이다.

키를 크게 하기 위해서, 일찍 재우고 충분히 재우는 것 외에도 수면을 방해하는 질환이 있는지 찾아보아야 한다. 소아·청소년에서 가장 흔한 것은 수면무호흡증이다. 잠자는 중에 코골이가 있고 숨을 쉬지 못하고 자주 깬다면 깊은 수면(서파수면)이 현저히 줄거나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성장호르몬 분비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아동에서 성장지체가 나타난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정설로 되어 있다.

특별한 음식이나 약을 더 먹는 것보다 충분히 재우고, 잠을 방해하는 수면질환을 치료해 주는 것이 성장을 돕는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방법이다.



- 코골이 하지불안증후군 불면증 기면증에 대한 보고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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