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신의학신문

유난히 춥던 2015년의 겨울도 지나고, 어느새 여름의 문턱이 가까워졌습다. 아직 나이가 많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전에 비해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느낌입니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복잡하던 차에 우연히 만나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해준 책 한 권이 있어 이야기하려 합니다. ‘생선작가’라는 예명으로 잘 알려진 김동영 작가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병수 선생님이 함께 쓴, ‘당신이라는 안정제’라는 책입니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작가가 가진 여러 내면의 문제를 김병수 선생님과 만나 이야기하고, 그에 대한 치료를 받은 7년간의 상담일지 같은 내용입니다. 그렇다고 환자와 의사간의 치료일지라기 보다는,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나눈 마치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체 내용도 좋았지만, 감명 깊게 다가온 김병수 선생님의 글 몇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매일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며 산다.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불행은 닥쳐오기 마련이며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일은 살다 보면 누구나 겪게 된다. 이것이 (나를 포함해서) 누구나 안고 가야 하는 삶의 숙명이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당신이라는 안정제, 김동영/김병수>

저는 자주 행복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주치는 문제에 대해 오직 나만이 겪는 문제이고, 나만 불행하다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됩니다. 사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문제에 대처하고 이겨내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인데도 말이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단정하게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건강하다는 징표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어도 여유 있게 서 있을 수 있다면 자기조절력이 강하다는 신호다. 스트레스 받아도 미소 지을 수 있다는 것은 성숙한 방어기제를 갖고 있다는 증거다. 마음은 괴로워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 자존심을 건드려도 쉽게 화내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 지치고 힘들어도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품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당신이라는 안정제, 김동영/김병수>

저는 아직도 스스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라 생각됩니다. 저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아직 누군가를 이해하기엔 마음의 그릇도 너무나 작습니다. 어려움이 닥치면, 이겨낼 생각보다 주저 앉고 포기해 버리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듭니다. 주위사람들이 내가 힘든 것을 알아주고, 내 생각과 행동만을 이해해 주기를 바랄 때가 많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행복한 상황일 수 있지만 자꾸 욕심만 가지게 됩니다. 진정 내면적으로 성숙하고 건강한 사람의 모습은 저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SNS가 널리 보급된 현 시대에는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가 행복해보입니다.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행복하면 좋겠지만, 누군가 말했 듯 행복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가끔은 하게 됩니다. 누군가의 기쁨은 또 다른 누군가의 아픔일 수 있으니까요.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힘겨운 시기가 있었거나 앞으로 겪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배운 것들이 제가 내면적으로 더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