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손보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치매가 있는지 진단을 받아보고 싶어 가족들과 함께 찾아오시는 노인분들을 많이 뵙게 됩니다. 그런데 치매 진단을 위한 검사 전, 보호자들로부터 병력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흔히 듣게 되는 말들이 있습니다. 

“아버님이 아무래도 성격이 바뀌신 게 치매기가 있는 것 같아요.”
“어머님이 원래 자상하신 분인데 의심이 많아지고 역정을 자주 내세요. 아무래도 치매이지 싶어요.”

대부분의 의사들이 치매를 기억력, 판단력 등의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질병으로 접근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가족들이 분명하게 피부로 느끼는 치매의 증상은 행동 또는 성격변화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전에 없던 행동 또는 성격변화가 생긴 것을 가지고 치매를 의심해볼 수 있을까요?
 

사진_픽셀


정답은 치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노인들에게 성격변화가 있을 때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우울증 같은 기분장애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울증이 있으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하기 때문에,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관찰되거나 인지기능검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검사 점수가 실제 능력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치매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으로는, 실제 알츠하이머 치매가 진행되면서 성격 또는 행동 변화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에 최근 일들을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물건 둔 곳을 잊어버리신 후 누군가 훔쳐 갔다고 의심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가족이나 본인이 초기 인지기능의 변화를 간과하여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고착화된 정신행동증상인 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갑자기 행동 또는 성격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면, 혹시 뇌경색, 뇌출혈과 같은 뇌졸중 요소는 없는지, 흔하지는 않지만 뇌종양의 증거는 없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혼자 사는 노인의 경우 낙상 후 머리를 부딪혔는데 환자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가족에게 말하지 않아서 뒤늦게 뇌출혈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드물지만, 50-60대에 기억력 등의 인지기능 변화보다 성격변화가 빨리 나타나는 경우는 행동변이형 전측두엽 치매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감정이 둔해 보이고, 참을성이 없어지고, 사람들과 다투거나 식탐이 많은 모습이 있지만 생각보다 약속은 잘 기억하고, 약도 스스로 챙겨 먹는 등 성격 변화에 비해 기억력 저하는 두드러지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치매를 진단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성격변화라는 증상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물론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검사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겠으나, 치매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주의 깊은 병력 청취와 검진 및 뇌 영상 검사를 포함한 각종 검사가 동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는 원인질환에 따라 여러 얼굴로 찾아올 수 있으므로, 병의원 또는 각 지자체의 치매안심센터를 이용하여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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