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아이가 성장하면서 습득해야 할 발달과업 중 하나가, 나이에 적절하게 소변과 대변을 가릴 줄 아는 능력이다. 대게 정상적인 발달을 하는 아동은 만 나이로 3~4세경 이전에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한다. 물론 그 이후에도 간헐적인 실수를 할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습득 연령은 이와 같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은 대변을 먼저 가릴 수 있게 되고, 나중에 소변, 특히 밤시간 소변을 가장 마지막 단계에 가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적절한 나이가 찼음에도 불구하고 대변을 자주 가리지 못하는 경우, ‘유분증’이라는 질환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교 아동에서 1~2%의 유병률이 보고되었다. 만 4세 이상에서, 대변을 가리지 못할만한 다른 신체질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옷이나 그 밖의 부적당한 장소에 대변을 자주 지리게 되는 질환을 유분증이라고 한다. 


유분증의 원인으로는, 생리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부모와 아동간의 힘겨루기에 따른 수동-공격적 행동이 바로 아무데나 대변을 지리는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임상에서는, 유분증이 정신사회적 스트레스와 큰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예컨대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는 등의 환경적 변화나, 동생이 새로 태어나는 등의 가정적 변화, 또는 그 밖의 부모와의 애착 관계적 불안으로 인하여 환아가 퇴행 행동을 보이게 되고, 그 중에 하나가 대변을 잘 가리지 못하는 유분증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유분증이 진단되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그 원인적인 요소를 탐색해보는 과정을 진행하게 되며, 치료는 그 원인에 따라 다각적으로 시도된다. 
 

우선, 유분증 환아는 변비를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변비 증상부터 해결해 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변비가 해결되지 않으면, 배변 시 항문 통증에 대한 환아의 두려움이 더욱 커져, 배변을 무리하게 참았다가 엉뚱한 장소에 지리게 되는 문제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이조절이나 배변완화제 사용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다음은 행동치료적 접근으로, 일정한 시간에 배변을 시도할 수 있게 하되, 환아가 배변에 지나친 심리적 압박을 느끼지 않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긴장이 심화되면, 오히려 배변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효과가 날 수 있기에 의사와 부모가 완급 조절을 잘 해 주어야 한다. 배변이 잘 이루어지면 적절한 칭찬과 보상을 해 주되, 잘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해서 지나친 벌을 주는 것은 좋지 못하다.
 

정신치료적 접근 또한 매우 중요한데, 가정적-환경적 문제에 대한 면담적 개입을 통하여, 환아의 불안과 긴장을 낮추어 주는 것이 유분증의 치료에 매우 유용하다. 
 

필요시 약물 치료를 병행하기도 하는데, 유분증 자체에 대한 치료 효과보다는 동반된 정신적 문제들을 완화시킴으로써 유분증도 함께 호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유분증 환아들은 우울, 불안, ADHD, 발달장애 등 동반질환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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