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17일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혜경궁 김 씨’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라는 수사 기관의 판단이 나왔다. 경찰은 김 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지만, 김 씨와 이재명 지사 측은 경찰이 유리한 증거만 내세우고, 불리한 진술은 무시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1월 4일에는 직권남용으로 친형을 강제입원시켰다는 혐의로 경찰이 검찰에 넘기겠다고 발표하자, 이재명 도지사는 경찰을 고발하겠다고 밝혔지만 곧 철회했다.

경찰과 이재명 도지사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 첨예한 대립점 중 하나인 ‘형님 강제입원’에 대해서, 이재명 지사가 SNS에 올린 글을 토대로 쟁점을 정리하려 한다.

 

이재명 지사는 10월 18일에는 형님이 강제입원이 된 경위와 참고자료를, 11월 4일에는 직권남용으로 형님을 강제입원시키려 했다는 수사결과에 대한 반박을 게시했다.

먼저 10월 18일 글을 보면, 이재명 지사의 친형은 조울증으로 알려진 양극성 정동장애로 진단받은 적이 있으며, 과거에도 수차례 자신을 해치는 행동이나, 타인을 해치는 행동(이하 자타해 위험)을 보였던 적이 있다. 자타해 위험에 대한 근거자료로, 업무방해, 폭행, 상해, 건조물침입 등의 위험 행동으로 인해 2012년 친형이 받은 조사 자료 일부와, 친형이 생전 본인의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 이 지사의 SNS에 첨부 자료로 함께 올라와 있다.

 

먼저 '친형이 양극성정동장애가 있느냐 없느냐'라는 의문은 불필요해 보인다. 친형이 받은 조사 자료 속에서 양극성정동장애의 조증에 해당하는 증상들이 충분히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서를 공개하면 논란의 여지가 없고, 이재명 지사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친형과 그 가족들이 진단서, 입원기록 등 의료기록 공개를 원치 않았던 것 같고, 그들의 동의 없이 의료기록을 확보하고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친형의 질병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게시한 것으로 보인다.

친형이 본인의 질병을 부인하는 내용의 2012년 블로그 글은 조증 상태 혹은 조증 이후 가벼운 혼란 상태에서 쓴 글로 보이며, 자신의 질환 상태에 대한 흔적들이 나타나 본인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설득력을 보인다.

조증의 정도에 따라 환청이나 망상 같은 정신증(psychosis)도 달라지게 된다. 조증의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망상은, 터무니없는 망상이 아니라 내용은 현실적이지만 논리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조증의 증상이 심할 때는, 망상의 내용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변하며, 논리성도 전혀 없다.

그렇다면, 치료를 받아 조증이 사라지게 되고, 조증도 우울증도 아닌 보통의 상태를 회복하게 되면, 이 망상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변할까? ‘아 그때 내가 생각했던 건, 망상이고 거짓이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인정할 수 있을까? 아니면 많은 범죄자들이 주장하듯이, 기억 자체가 사라지게 될까?
 

사진_픽사베이


대부분의 환자들이 망상을 가졌다는 기억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 망상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

예를 들어, 지금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친구라고 해보자. 그 친구와의 추억은 당신의 기억 속에 있지만, 그 친구는 더 이상 당신 곁에 존재하지 않으며, 당신의 가족들은 그 친구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 친구를, 내 망상을 어떻게 내 현실 속에 통합시킬 수 있을까. 결국 그 망상과 현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을 만든다. 옛 조상들이 전염병이 돌 때 굿을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다. 문제의 핵심은 해결되지 않으나 당장은 위로가, 안정이 되고, 그 안정을 토대로 다시 앞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양극성 정동장애 환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환자들은, 흔히 자신이 진단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정신과 의사를 만나서 진단받은 사실을 말하면, 보통 이렇게 답하곤 한다. ‘병원이긴 했지만, 진료실이 아닌 곳에서 봐서 진료가 아니다.’, ‘좋은 의사가 아니라 의미가 없다.’, ‘정신과 전문의가 아닌 것 같다.’ 약을 먹은 사실에 대해서도 '다른 약을 먹은 것이다.', 다른 사람을 때린 사실에 대해서도 '사실 때린 것이 다른 이유가 있었다.' 등,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 사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석을 하고, 그 해석을 토대로 자신의 병 자체를 부정하곤 한다. 이 도지사 친형의 블로그 글은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못하는 환자 특유의 현실에 대한 왜곡된 해석이 잘 나타나 있다.

따라서 ‘형님 강제입원’ 사건의 핵심은, 이재명 지사 친형의 ‘양극성 정동장애 유무’가 아니라, ‘강제입원 과정의 적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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