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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분 상태, 먹는 음식에 달려있다?
김동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11.06 08:18

[정신의학신문 : 김동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내가 먹는 음식이 내 마음을 결정한다

우리는 기분이 불편할 때 종종 음식에 의존하곤 한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날이면 술과 기름진 음식을 먹어야 적성이 풀리는가 하면, 직장 상사에게 호되게 당하고 난 뒤 서랍에 감춰둔 초콜릿을 몰래 꺼내 입에 넣고 나서야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불X볶음면, 송X불냉면 같은 매운 음식들이 인기를 끄는 데는, 복잡하고 바쁜 삶에 치여 사는 현대인들의 불안정한 기분이 한몫하지 않을까? 

기분과 음식의 상관관계는 과거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다. 신선하고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신체를 건강하게 한다는 건 오랜 옛날부터 익히 알려져 왔으며, 인류가 신체를 넘어 마음의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자연히 식습관이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의 기념비적인 연구에서는 세로토닌의 전구체인 트립토판이 결여된 식이(tryptophan free diet)가 뇌와 혈액의 세로토닌 저하와 관련되어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세로토닌은 우울증을 비롯한 기분장애와 불안장애의 형성에 핵심적인 신경전달물질이다. 즉, 먹는 음식의 질과 실제 기분의 변화가 생물학적인 인과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렇듯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마음이 특정 신경전달물질의 결핍이나 과잉에 의해 변할 수 있으며, 신경전달물질의 전구체가 체내에서 자연스레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섭취한 음식으로부터 생성된다는 사실은 기정사실로 된 지 오래다. 음식의 영양 성분과 같은 미시적 영역뿐만 아니라, 음식의 향, 맛, 음식을 먹는 분위기, 음식을 먹는 패턴 또한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또한 여러 연구와 문헌을 통해 널리 알려진 내용이기도 하다. 음식과 마음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계속 있어왔으며, 최근 과학의 발전으로 그 연구방법이 개선되고 난 후에는 더 정교하고 정확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사진_픽셀


'들뜬' 조증과 '처지는' 우울증, 음식에 영향을 받는다?

음식과 기분 상태에 대한 과학적 연관성을 밝히기 위한 연구는 여전히 활발하다. 특히 조증, 우울증 같은 기분장애와 음식이 가지는 관련성에 대한 연구는 식습관 개선을 통해 기분 장애의 발생을 예방하고, 재발을 줄이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우울증과 식이는 분명 연관성이 있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가 세로토닌의 불균형이며,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고 싶은 욕구와 관련된 신경전달물질 또한 세로토닌이다. 우울증에서는 식사량이 줄고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으며, 비정형성 우울증(atypical depression)에서는 식사량이 증가하고 폭식을 하는 등의 왜곡된 섭식 행태가 나타난다. 우울증과 식이와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12년, 10년 동안의 음식 섭취 패턴과 우울 증상 사이의 장기적 연관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과일, 채소, 단백질이 풍부하고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식단이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으며, 심지어 치료하는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반대로, 포화 지방과 정제된 탄수화물, 가공 식품류가 많이 포함된 식단을 유지할 경우 우울증의 위험성이 더 높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미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을, 장기간의 코호트 연구로 실제 입증한 것이다. 

우울증뿐만이 아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연구자들이 최근 조증(mania)과 음식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1000여명이 넘는 대상자들을 연구한 결과, 많은 변인을 통제한 후에도 살라미나 육포처럼 육류를 염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질산염(nitrate) 성분이 조증 발생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조증 삽화를 치료하기 위해 입원한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보다 염장된 육류를 세 배 이상 더 많이 섭취했음을 밝혔다 한다. 또,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질산염을 추가한 음식을 수 주간 먹인 결과, 조증에서 볼 수 있는 과잉 행동이 더 늘어남을 발견했다. 

물론 우울증과 조증 모두 한 가지 요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기분 장애는 식이와 신경전달물질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환경-문화적 요인 모두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정신 질환 대부분이 한 가지 요인이 아닌, 정신-생물-사회적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정도의 변인을 통제한 후에도 장기간의 연구에서 섭식 패턴 및 섭취하는 식사의 질에 따라 기분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족들 중 조증이나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거나 자신이 기분 장애의 병력이 있다면, 재발과 악화의 가능성이 있는 요소들을 가능한 한 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식습관 또한 잠깐의 노력의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건강한 식습관으로 바꾸어나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음식의 섭취 패턴도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

음식의 영양 성분 외에도 음식을 섭취하는 습관도 기분의 변화에 중요하다. 인간의 생체 시계는 장기간 수면 시간과 음식 섭취 시간, 활동 시간에 대한 데이터에 근거해 돌아간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은 안정적인 생체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규칙적인 식습관은 신체에 안정적인 영양분을 공급하며, 적절한 수준의 혈당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식이와 포만을 조절하는 호르몬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안정적으로 돌아갈 때, 우리는 안정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기분장애에서 사용하는 비약물적 치료 방법 중 하나로, 사회적 리듬 치료(social rhythm therapy)를 이용한다. 이 치료 방법의 아이디어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규칙적인 수면, 일상생활과 더불어 식이 습관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반면 불규칙적이고 종횡무진하는 생활 습관은 생체의 호르몬과 신진대사의 균형을 깨트리고, 불예측성을 증가시켜 자율신경계를 과잉 활성화한다. 불안정한 신체는 불안정한 기분을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우울증에서는 초기에 불면증과 식욕 저하가 나타나면서 우울 증상을 더 깊은 늪으로 끌어내린다.

이렇듯 규칙적인 생활은 생체를 안정화하고, 우리의 기분이 잘 정돈되게끔 도와준다. 만약 자신이 감정 기복이 심하고, 이로 인해 사람들과 관계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낀다면 자신의 식습관과 생활 패턴을 먼저 점검해보는 건 어떨까.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 참고자료

1. Can what you eat affect your mood?, Rebecca Seligman, Scientific American, August 2018 
2. Beef Jerky and Other Processed Meats Associated with Manic Episodes, Johns Hopkins Medicine, 2018 
3. Association between Dietary Patterns and Depressive Symptoms Over Time: A 10-Year Follow-Up Study of the GAZEL Cohort, Agnes Le Port et al., PLos one, December 2012
4. Social Rhythm Therapies for Mood Disorders: an Update, Patrica L Hynes et al., Curr Psychiatry Rep, 2016

 

김동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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