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을 숨기기 위한 염색, 그런 자신을 숨기기 위해 직원들에게 염색을 강요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의 직원 폭행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지금까지 그가 저지른 다른 기행과 범죄 혐의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도 종종 기업 총수들의 기행이 공개됐고, 대중은 그런 기행을 ‘갑질’이라 부르며 분노했다. 하지만 양진호 회장은 격이 다른 기행을 보이며, 모든 이의 분노와 의아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신의 말에 다른 의견을 내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인사적인 불이익을 주고, 회식 자리에서 토할 때까지 술을 마시게 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의 머리를 자신이 원하는 색으로 염색하게 하고, 공개된 장소에서 직원을 직접 때리고 그 장면을 녹화해 소장하거나, 야유회에서 살아있는 닭을 활과 칼로 죽여 백숙을 해 먹는 일처럼 일반적인 직장에서 절대 볼 수 없는 범법행위를 수년 동안 지속한 것이다.

양진호 회장 개인적인 일로는 아내와 내연 관계인 것으로 의심되는 대학 교수를 자신의 눈앞에서 폭행하도록 사주하고, 또 본인이 아내를 폭행하기까지 했다.

 

이미 언론에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흔히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추측하는 데 무리가 없다. 불법적인 행동이나 사회적 규범에 맞지 않는 일을 반복하며, 신체적 폭력 등 반복적인 공격성을 보이고, 자신이나 타인의 안전을 무시하며,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며 학대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등의 반사회성 인격 장애의 진단 기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일반 인구 중 0.2~3%가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교도소 등 범죄 현장 일부에서는 70%가 이 진단에 해당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법을 어겨 교도소에 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양진호 회장에 대한 의아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교도소에 안 가고, 사회경제적으로 계속 성공하고 있는 거야?”
 

사진_픽셀


사실 양진호 회장이 벌인 기행 모두를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불리는 사이코패스로 설명할 수 없다. 특히 ‘충동성’ 부분이 그렇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굉장히 충동적이라,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을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자신의 회사, 그리고 가정 모두 유지시키는 것이 힘들며,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대부분의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에 속한다. 직장이 유지가 되지 않으며, 가정이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충동성은 보통 그 사람의 행동 모든 부분에 나타나기 마련이다. 양진호 회장의 충동성이 행동 모든 부분에 나타났다면, 기업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어야 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양진호 회장은 기업을, 집단을 운영하고 유지해왔다. 이런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외부 조력자가 필수적이다.

외부 조력자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염색이다. 양진호 회장이 직원들만 염색을 시켰다면, 반사회성 인격장애가 가진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며 가학적인 측면을 반영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른 폭력적인 행위는 다 남에게만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염색만은, 그것도 탈색을 심하게 해야 하는 이상한 색으로, 본인도 했다. 이 일은 양진호 회장이 저지른 폭력의 맥락으로 볼 때, 아주 이상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머리를 심하게 탈색을 했을 때 얻어지는 장점과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특성을 조합하면 한 가지 가능성이 나온다. 바로 마약이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알코올이나 마약 등 약물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마약을 검사할 때 쓰는 방법이 바로 모발 검사이며, 이 검사를 피하기 위해 다수의 유명인들이 삭발을 하곤 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 바로 탈색, 파마 같은 화학약품을 많이, 빈번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화학약품에 의해 모발 자체가 손상되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있는 마약성분도 같이 손실되곤 한다. 실제로 2014년에도 한 공중보건의사가 탈색을 하는 방법으로 마약 모발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으나, 다른 증거로 처벌받은 적이 있다. 혼자서 눈에 띄는 탈색을 했을 때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주변 직원들도 모두 염색을 시킨 것이 나무를 숲에 숨기려는 의도가 아닌지 또 이에 대한 조언을 외부 조력자에게 들은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진 일반인도 이런 조력자가 있다. 보통은 어머니 혹은 아버지이다. 집 밖에서 사람을 때렸을 때, 피해자를 찾아가 빌고, 합의해 줄 것을 요청하고, 평소 때에도 경찰과 친분을 다져놓아 법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는, 그런 역할을 한다. 이런 역할이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진 자녀에게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보통은 이 조력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질 때 이 비정상적인 관계는 파탄나게 된다.

양진호 회장의 충동성이 폭력 등 불법적인 일로 터질 가능성이 있을 때 도와준 외부 조력자가 누구이고, 왜 그를 도와줬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천억 대에 이르는 웹하드 운영 수익이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그를 도울 외부 조력자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자신의 능력과 권한을 부당하게 활용해서 양진호 회장을 도울 가능성이 있는 외부 조력자들에 대해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양진호 회장의 직원 폭행 동영상 속에 나오는, 폭행을 외면하고 있는 다수의 직원들은 어떠한가. 이들은 양진호 회장을 외부 조력자들만큼이나 도운 것은 아니지만, 침묵하고 저항하지 않음으로써 그의 악행에 기여했다.

이런 내부 조력자들이 양진호 회장으로부터 무언가를 약속받았기 때문에 침묵한 것인지, 협박을 받아서 침묵한 것인지, 또는 함께 불법적인 일을 했기 때문에 침묵을 했는지는 조사가 끝날 무렵 밝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들은 완전한 가해자도 완전한 피해자도 아니라는 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이들이 어떤 조치를 받는지에 따라서, 유사한 폭력 사건이 사전에 내부 고발로 저지될 수도 있고, 양진호 회장 같은 성공한 괴물을 또다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일반 인구의 0.2~3%는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들은 치료할 수도, 완벽하게 격리할 수도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들을 사전에 저지하고, 그 주변에 있는 사람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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