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신체 많은 부분이 변화한다. 뇌도 마찬가지다. 깜박하는 일도 잦고, 메모를 봐도 왜 적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증상이거나 단순한 ‘건망증’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치매의 초기 증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건망증과 치매는 일시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증상이 많다. 그러나 치매와 건망증은 엄연히 다르다. 적어둔 기억이 머릿속에 있지만 그 사실을 생각해내는 것이 힘든 것은 건망증이다. 그러나 반대로 기억 자체를 잊어버려서 관련된 메모를 확인해도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치매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치매는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은 많지만 크게 노인성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로 분류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의학으로는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혈관성 치매는 중년부터 노력하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고, 치매에 걸렸더라도 조기에 발견하면 진행을 막고 호전을 보인다.

그 이유는 혈관성 치매의 원인과 관련이 있다. 혈관성 치매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뇌에 산소와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발병한다. 오랫동안 혈관 안쪽에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있다가 우리 몸이 견디다 못해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달리 생각하면 혈관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면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전문가들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병, 흡연, 비만, 운동 부족과 같이 생활습관병(성인병)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특히 혈관성 치매 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촌연세병원 신경과 오여진 과장은 "생활습관병이 진행되기 시작하는 40대 이후 세대들은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등을 체크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혈관을 관리해야 한다"면서 "특히 생활습관병 요소를 가진 사람들은 항상 뇌혈관이 좁아지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조기에 치매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검진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경미하다면 영양, 운동, 수면 등의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호전될 수 있다. 뇌 활동을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을 하거나 운동을 통해 폐와 심장을 튼튼하게 유지하면 뇌 세포에 신선한 혈액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증상에 따라서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치매 체크리스트 문항은 ▲사람의 이름과 물건의 이름 등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이 없어진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행동을 한다. ▲물건 및 약속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어진다. ▲아는 길도 헤매거나 잃어버린다. ▲말할 때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머뭇거리게 된다. ▲계산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발음이 나빠졌다. ▲한쪽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진 적이 있다. ▲입이 한 쪽으로 비뚤어지거나 얼굴이 비뚤어진 적이 있다. 등이다. 

위의 열 가지 문항 중 5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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